글로벌모빌리티

글로벌모빌리티

[insight] 폭스바겐, 다시 길을 찾다...위기의 10년을 넘어서

메뉴
0 공유

뉴스

[insight] 폭스바겐, 다시 길을 찾다...위기의 10년을 넘어서

브랜드 유산을 활용한 EV 리브랜딩 전략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9-07 21:12

폭스바겐 ID.Polo 사진=폭스바겐 이미지 확대보기
폭스바겐 ID.Polo 사진=폭스바겐
폭스바겐은 전기차 명명 체계를 새롭게 바꾸기보다, 소비자에게 친숙한 기존 모델명을 전기차 라인업에 재활용하는 전략을 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6년 출시 예정인 ‘ID.폴로(Polo)’다. 이 모델은 3만 유로(한화 약 4870만 원) 미만의 합리적인 가격, 38kWh·56kWh 배터리 옵션, 125kW 급속 충전 지원 등 대중성을 강조한 사양을 갖췄다. 전통적인 폴로 판매 비중을 고려하면,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를 전기차 시장에서도 이어가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저가 EV 라인업과 SDV 협업으로 대중시장 공략

폭스바겐은 ID.에브리원(EVERY1)을 비롯한 저가형 EV 라인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대중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2027년에는 2만 유로(약 3246만 원)대 전기차를 투입해 글로벌 진입층 고객을 흡수하고, ID.2all과 ID.폴로 등 다양한 모델을 앞세워 가격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비용 구조 개선도 병행됐다. 노조와 합의한 3만5000명 규모 감원과 생산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제조 원가를 절감하고 수익성을 높였다. 또한 리비안(Rivian)과의 합작을 통해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며, 차세대 EV 라인업에 이를 적용해 OTA 업데이트, 피쳐스 온 디맨드(Features-on-Demand) 등 데이터 기반 수익 모델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트 포워드(Accelerate Forward) 전략과 내부 혁신

폭스바겐은 “액셀러레이트 포워드 / 로드 투(Road to) 6.5” 전략을 중심으로 2026년까지 6.5% 영업이익률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차 개발 기간을 50개월에서 36개월로 단축하고, 테스트 차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 개발 비용을 절감했다. 동시에 부품 구매, 애프터서비스, 생산 효율을 높여 연간 수십억 유로의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 혁신은 전환기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재무적 체력을 확보하는 기반이 된다.

폭스바겐 ID.7 GTX 사진=폭스바겐 이미지 확대보기
폭스바겐 ID.7 GTX 사진=폭스바겐

지역별 시장 전략: 유럽·북미·중국

폭스바겐의 글로벌 전략은 시장별 세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럽에서는 전기차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서유럽 EV 시장 점유율 28%를 기록하며 1위를 유지 중이다. 독일에서는 ID.7과 ID.4 판매 호조로 EV 점유율이 49%에 달했다. ID.2all과 ID.에브리원 같은 저가 EV를 전면에 배치해 대중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룹 산하 배터리 자회사 파워코(PowerCo)를 통해 독일, 스페인, 캐나다에 기가팩토리를 건설 중이다. 2030년까지 연간 240GWh 규모 배터리 셀 생산 능력을 확보해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고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북미에서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고관세 정책 영향으로 2025년 상반기 EV 판매가 16.2% 감소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테네시 채터누가 공장과 멕시코 푸에블라 공장을 중심으로 EV 현지 생산을 확대해 세제 혜택을 노리고 있다. 또한, 스카웃 모터스(Scout Motors) 브랜드를 설립해 픽업트럭과 SUV 전동화를 준비 중이며, 2026년부터 미국 전용 모델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중국은 폭스바겐에게 가장 큰 도전이자 핵심 시장이다. 2025년 상반기 중국 EV 점유율은 8.5%로, BYD(33%)와 테슬라(12%)에 크게 뒤처져 있다. 폭스바겐은 VW·SAIC, VW·FAW 합작사를 중심으로 현지 전용 EV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12개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현지 소프트웨어 기업과 협업한 SOA(Scalable Open Architecture) 플랫폼으로 테슬라와의 SDV 경쟁에 대응한다.

ESG 및 규제 리스크 대응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이후 ESG 리스크 관리 체계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2030년까지 유럽 내 EV 판매 비중을 80%로 끌어올리고, 2050년까지 글로벌 밸류체인 탄소중립(Net Zero) 달성을 목표로 한다. 또한 배터리 여권 제도에 대비해 파워코(PowerCo)를 중심으로 공급망을 현지화하고 있으며, 독일 잘츠기터에 구축한 파일럿 플랜트를 통해 배터리 재활용률 90%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폭스바겐 ID.EVERY1 사진=폭스바겐이미지 확대보기
폭스바겐 ID.EVERY1 사진=폭스바겐

폭스바겐의 미래 시나리오

폭스바겐의 향후 5년은 세 가지 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첫째, 저가 EV 경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는가. BYD, 테슬라, 현대차 등과의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서 ID.EVERY1과 ID.2all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 회복을 노리고 있다. 둘째,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전환이다. 리비안과의 협력으로 ID 시리즈의 OTA 기반 업데이트와 차량 내 커넥티비티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데이터 중심 수익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셋째, 중국 리스크 관리다. 매출 비중이 30% 이상에 달하는 중국 시장에서 현지 전용 모델, 파트너십, 공급망 강화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이후 10년 동안 신뢰 회복과 전동화 전환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했다. 브랜드 유산을 활용한 EV 리브랜딩, 저가 EV 전략, 파워코를 통한 배터리 내재화, SDV 기술 확보, ESG 대응 등 다층적 전략으로 새 길을 열고 있다.

그러나 중국발 가격 공세, IRA 등 글로벌 규제 리스크, 대규모 전환 투자 부담 속에서 폭스바겐의 실행력은 여전히 시험대 위에 있다. 향후 5년, 폭스바겐이 글로벌 1위 브랜드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가격 경쟁력, 소프트웨어 역량, 현지화 속도에 달려 있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저작권자 © 글로벌모빌리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