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전 세계 지정학적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전기차(EV) 공급망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하며, 배터리 핵심 소재 운송 및 생산 비용 상승이라는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각) EV매거진이 보도했다. 중동발 유가 급등과 핵심 해상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은 전기차 산업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다.
지난 6월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영토 공습 확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 유가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3.12달러로 10% 이상 급등하며 지난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역시 73.20달러로 뒤를 이었다. 브렌트유는 전 세계 원유 거래량의 약 3분의 2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점인 만큼, 이러한 유가 급등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반에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전기차 산업은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운송에 에너지가 많이 소요된다. 연료 가격 인상은 곧바로 화물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유가 급등은 전기차 제조업체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반다 인사이트의 설립자 겸 CEO 반다나 하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4월과 10월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를 직접 공격했을 때처럼 빠르게 진정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이는 폭발적인 상황"이라며 "더 큰 전쟁으로 번져 중동의 석유 공급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 EV 공급망의 '아킬레스건'
전기차 기업들이 가장 예의주시하는 위험 요소 중 하나는 바로 호르무즈 해협이다.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이 좁은 수로는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0%와 막대한 양의 액화천연가스(LNG)가 통과하는 핵심 경로다. 이란이 해협의 북부 해안선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공격이나 봉쇄는 심각한 물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현재 화물선에 사용되는 벙커유 가격은 이미 상승 추세에 있으며, 이는 배터리 팩부터 알루미늄 케이싱에 이르기까지 모든 해상 운송료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주식 리서치 책임자인 데런 네이선은 "이란의 수출 전망뿐만 아니라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운송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단 하루만 중단되어도 수백만 배럴의 석유 운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항만 적체와 컨테이너 부족으로 화물 운송에 압박을 받고 있는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대체 경로를 찾거나 더 긴 배송 시간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항공 운송에 영향.. ESG 투자에도 과제 안겨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긴장은 전기차 부품 운송에서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항공 화물 운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항공사들은 이 지역 상공을 회피하면서 노선이 길어지고 배송이 지연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모닝스타의 EMEA 수석 주식 시장 전략가 마이클 필드는 "에너지 섹터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로 인해 현재 유럽에서 가장 저렴한 섹터는 에너지"라고 언급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화석 연료 투자를 피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 포트폴리오에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모닝스타의 리서치 부서 책임자인 케네스 라몬트는 "중동에서의 심각한 군사력 증강은 특히 미국에서 이미 저조한 실적과 고조되는 반 ESG 정서에 맞서 싸우고 있는 ESG 펀드에 또 다른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방위 및 화석 연료와 같이 ESG 포트폴리오에서 종종 제외되는 전통적인 섹터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재로서는 대규모 전쟁 발발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중동 지역의 불안정은 언제든 전기차 공급망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으로 남아있다. 국제 유가 및 물류 비용의 변동성은 전기차 생산 비용과 최종 소비자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련 업계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