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제품에 부과한 관세가 미국 자동차 시장에 재앙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해상으로 미국에 운송되는 차량의 물량이 급감하는 등 시장 전반에 걸쳐 심각한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모든 자동차의 거의 절반이 수입차였지만, 이러한 비율은 관세 시행 후 급격히 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에 대한 관세는 지난 4월 3일부터, 수입 부품에 대한 관세는 5월 3일부터 시행되면서 자동차 산업과 시장을 말 그대로 '쓰나미'처럼 강타했다. 무역 전쟁으로 인해 자동차와 부품 수입에 차질이 발생했고, 이는 궁극적으로 고객들이 지불해야 하는 국내 생산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시행 전 소비자들이 구매를 서두른 반면, 그 이후에는 구매가 급격히 둔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조치는 미국 영토 내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는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사실상의 '자유 이용권'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현지시각) 무역 데이터베이스 데카르트 데이터마인(Descartes Datamyne)이 오토 뉴스(Auto News)에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해상 경로를 통해 미국으로 배송되는 차량의 양은 2024년 같은 달에 비해 무려 72.3% 급감했다. 국내 승용차 판매량 또한 연초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관세 관련 뉴스가 들불처럼 번지면서 고객들이 구매를 유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생산도 영향을 받아 3월 1021만 대에서 4월 1016만 대로 감소했다. 자동차 공장들은 판매가 1개월 지연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파생상품에 대한 232항 수입 관세를 50%로 두 배 인상한 이후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더 높은 원자재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철강 및 알루미늄의 비용 상승은 자동차 산업 전반과 판매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 Analysis)의 보고서에 따르면 경차 판매량은 계절 조정 연율로 4월 1730만 대에서 5월 1560만 대로 떨어졌다.
미국 발 관세 여파는 글로벌 자동차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BBC는 영국에서 생산된 차량 수가 7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4월 초부터 부과된 관세 이후 미국으로 선적되는 자동차 수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아우디(Audi), JLR(Jaguar Land Rover), 미쓰비시(Mitsubishi)와 같은 여러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의 차량 선적을 중단하거나 항구에 보관하여 변동성이 덜한 시장을 기다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관세는 출발지의 실제 출발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이러한 전략 또한 관세 부담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 4월 초 로이터 통신은 자동차 관세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이 첫 해에 자동차 가격 상승과 자동차 판매 감소로 300억 달러(약 40조 원) 이상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4월에는 5만9203대만이 생산 라인에서 출고되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봉쇄 기간 동안 생산이 완전히 중단된 2020년 4월에 이어 두 번째로 나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