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5년을 뒤로하고 2026년의 막이 올랐다. 고물가와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자동차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일상이 되고, 사라졌던 물리 버튼이 귀환하며, 죽어가던 내연기관이 다시 주목받는 등 2026년 자동차 시장을 관통할 핵심 트렌드를 짚어본다. 본지의 의견과는 조금 다른 해외 한 자동차 전문 매체의 견해가 들어갔음을 명시한다.
1. AI, 선택이 아닌 '기본' 사양으로
이제 AI는 스마트폰을 넘어 자동차 안으로 깊숙이 침투했다. 현대차와 기아,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주요 브랜드들은 이미 생성형 AI를 탑재한 음성 비서와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2026년의 AI는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 차량의 정비 시점을 예측하고 도로의 위험 요소를 미리 감지하며 더욱 안전한 자율주행을 돕는 '동승자'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업계의 화두였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결실을 본다. SDV는 단순한 터치스크린 탑재를 넘어, 브레이크와 공조 시스템 등 차량의 모든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제어하고 무선 업데이트(OTA)로 성능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리비안과 테슬라가 주도하던 이 시장에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이 가세하며, 소비자가 체감하는 차량 이용 경험이 근본적으로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이게도 첨단 기술의 홍수 속에서 '물리 버튼'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화면 속 메뉴를 헤매느라 전방 시야를 놓치는 것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제조사들이 반영하기 시작한 결과다. 특히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Euro NCAP)가 2026년부터 주요 기능에 물리적 제어 장치를 갖춰야 높은 안전 등급을 부여하기로 하면서, 현대차와 폭스바겐 등은 볼륨 조절이나 공조기 다이얼을 다시 대시보드 위로 꺼내놓고 있다.
전기차 열풍 속에서도 내연기관 엔진의 생명력은 끈질기다. 쉐보레가 새로운 V8 엔진을 개발하고 램(Ram)이 헤미(Hemi) 엔진을 부활시키는 등,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내연기관에 대한 재집중 현상이 뚜렷하다. 특히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전기차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다시 급부상하며, 2026년은 '기름 쓰는 차'들의 새로운 전성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안타깝게도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평균 신차 가격은 여전히 5만 달러(약 7,000만 원) 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월 할부금 부담도 상당하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관세 전쟁, 인플레이션 여파로 인해 2026년에도 '저렴한 신차'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소비자들이 더 긴 할부 기간과 높은 이자율을 감수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치적 긴장과 보안 우려로 인해 아직 미국 도로에서 중국차를 보기는 어렵지만, 그 기세는 무섭다. 지리(Geely)와 같은 중국 대형 자동차 그룹은 이미 미국 현지 생산 계획을 언급하며 시장 진출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진일보한 기술력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들이 언제쯤 미국의 빗장을 열고 들어올지는 2026년 내내 이어질 뜨거운 감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