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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차 대항마' 포기한 재규어… 억대 초호화 브랜드로 전격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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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차 대항마' 포기한 재규어… 억대 초호화 브랜드로 전격 탈바꿈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12-18 12:05

재규어 타입 00 컨셉트 모델 사진=재규어이미지 확대보기
재규어 타입 00 컨셉트 모델 사진=재규어
재규어가 과거의 명성에 기대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하던 전략을 완전히 폐기하고, 억대 가격표를 단 초호화 럭셔리 브랜드로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이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과 체급 싸움을 벌이던 기존 방식이 상업적으로 실패했다는 뼈저린 반성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재규어의 몰락은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재규어의 미국 시장 판매량은 약 3만1000대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메르세데스-벤츠는 35만7000대 이상을 팔아치웠고, BMW(32만 4000대)와 렉서스(30만 대) 역시 재규어보다 10배 이상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 후발 주자인 아우디조차 21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재규어를 압도했다.

로우던 글로버 재규어 매니징 디렉터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BMW와 벤츠의 대항마로서의 재규어는 상업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며 '더 많이 팔자'고 말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며 브랜드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었음을 강조했다.

재규어의 이러한 행보는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아드리안 마델 전 재규어 CEO는 작년 투자자들에게 "현재의 라인업은 수익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밝힌 바 있다. 장기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재규어는 대중적인 럭셔리 세그먼트를 떠나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위 시장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새로운 재규어는 BMW 같은 양산형 프리미엄 브랜드와 롤스로이스 같은 초고가 브랜드 사이의 틈새시장을 노린다.

재규어는 10만 파운드(한화 약 1억7000만 원)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할 계획이다. 차세대 신차의 런칭 에디션 가격은 영국 기준 14만 파운드(약 2억 40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브랜드 평균 가격 역시 12만 파운드(약 2억 원)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현재 재규어는 기존 내연기관 모델들의 생산을 중단하고 새로운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는 '타입 00(Type 00)' 컨셉트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상황과 브랜드 인지도 하락 속에서 추진되는 이번 대전환은 엄청난 위험을 동반하지만, 재규어 입장에서는 더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규어가 대중적인 판매량 경쟁을 포기하고 소수의 VVIP를 위한 고수익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을지,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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