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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기자의 으랏차차] '공간의 마법'으로 EV 캐즘 뚫다... 기아 EV5, 가장 현실적인 패밀리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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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육기자의 으랏차차] '공간의 마법'으로 EV 캐즘 뚫다... 기아 EV5, 가장 현실적인 패밀리 전기차

EV9 닮은 외모에 담긴 '대중차의 미덕'... 광활한 실내와 서울-부산 가능한 겨울철 전비 '합격점'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12-04 09:05

기아 EV5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기아 EV5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기아의 전동화 라인업 허리를 담당하는 핵심 모델, EV5를 시승했다. EV6가 브랜드의 기술적 엣지를 보여줬고 EV9이 플래그십의 품격을 담당했다면, EV5는 철저하게 '대중'을 겨냥한 차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돌파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인 '합리성'과 '공간 활용성'으로 무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인상은 '단단함'이다. 형님 격인 EV9을 축소해 놓은 듯한 박스형 실루엣이 정통 SUV의 강인함을 드러내는 느낌이다. 딱히 칭찬은 아니다. 도심형 SUV로도 어울리니 오히려 정체성에 혼란이 올 거 같다. 기아의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가 반영된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은 주간주행등(DRL)과 어우러지며 ‘9’과 ‘5’, 급을 구분하는 방도가 되기도 한다. 차체 크기는 준중형 SUV 스포티지와 유사하지만, 시각적인 부피감은 중형 SUV인 쏘렌토에 버금간다. 후면부는 간결하면서도 입체적인 테일램프 디자인으로 전면부와의 통일감을 살렸다.

EV5의 진가는 문을 여는 순간 드러난다. 전륜 구동 기반의 E-GMP 플랫폼을 활용한 덕분에 실내 공간은 동급을 뛰어넘는 광활함을 자랑한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를 가로막던 센터 콘솔을 낮추고 대시보드를 수평으로 길게 뻗게 해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ccNC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해 시인성과 조작성이 쾌적하다.

기아 EV5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기아 EV5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특히, 2열 공간은 '공간의 마법'이라 부를 만하다. 박스카 형태의 루프 라인 덕분에 헤드룸이 넉넉해 성인 남성이 앉아도 답답함이 전혀 없다. 완전히 평평하게 접히는 2열 시트(풀플랫)는 차박이나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 강력한 소구점이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적으로도 넓지만, 가변형 러기지 보드를 활용하면 선반이나 테이블로도 쓸 수 있어 실용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소재 역시 재활용 플라스틱과 바이오 소재를 적극 활용해 친환경차의 정체성을 잘 살려냈다.

시동 버튼을 누르고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의 반응은 EV6처럼 튀어나가는 폭발력보다는, 매끄럽고 꾸준하게 속도를 올리는 부드러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상 영역에서의 추월 가속은 차고 넘치지만, 승객의 안락함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절제된 느낌이다.

승차감은 다분히 가족을 배려했다. 서스펜션은 요철과 방지턱을 부드럽게 걸러내며, 노면 소음과 풍절음 억제 능력도 수준급이다. 이중 접합 차음 유리가 적용된 윈도우는 고속 주행 시에도 옆 사람과의 대화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전륜 구동 기반임에도 무게 중심이 낮게 깔려 있어 코너링 시 롤링 억제력도 기대 이상이다. 회생 제동 시스템은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작동하며, 똑똑한 i-페달 모드를 활용하면 도심 정체 구간에서의 피로도를 현저히 낮출 수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전비다. 항상 걱정되던 겨울철 전기차 시승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효율성 덕분에 마음이 놓인다. 히트 펌프 시스템과 효율적인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 덕분이다. 1회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이동이 가능한 수준의 주행거리라는 게 심리적인 충전 스트레스를 덜어준다.

기아 EV5는 명확한 목적성을 가진 차다. 자극적인 성능보다는 편안한 이동을, 화려한 기교보다는 쓰임새 좋은 공간을 원하는 가족들에게 최적의 해답을 제시한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기를 망설였던 소비자들에게 EV5는 가장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선택지다. 상품성, 공간, 그리고 가격 경쟁력까지. EV5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앞당길 '게임 체인저'가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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