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코리아가 야심차게 내놓은 2026년형 씨라이언7(SEALION7)은 한국 시장에 선보이는 세 번째 승용 모델로 중형 전기 SUV 아레나에 출사표를 던졌다. 공식 제원에 따르면 82.56kWh 리튬인산철(Blade) 배터리와 후륜구동 싱글모터(230kW, 380Nm)를 탑재했으며, 0→100km/h 가속은 6.7초에 끊는다. 최고속도는 215km/h에 이르며, 환경부 인증 복합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98km를 넘어선다. 시승차를 받았을 때 80%에 390km 정도로 표시돼 있었으니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는 좀 더 길 것이다. 모터 역시 파워풀한 파워트레인 덕분에 고속도로 추월 가속이나 언덕길 주행에서 전기차 특유의 시원한 힘을 느낄 수 있다. 가격은 4490만 원(환경친화 세제 혜택 적용 후)으로 책정됐고, 동급 경쟁 모델 대비 합리적인 수준이다.
시작부터 제원을 밝힌 이유는 동급 라이벌들에 비해 처지는 부분이 없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다. 다른 점이라면 소재와 디자인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씨라이언7의 외관은 부드러운 유선형 쿠페 스타일이다. 테슬라와 포르쉐 브랜드에서 추구하는 방식과도 상통한다. 낮고 긴 보닛과 뒤로 물러난 루프라인이 스포티한 인상을 주며, 2.1m² 면적의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가 채광성과 개방감을 더욱 높여준다. 전장 4830mm 전폭, 1925mm 전고, 1620mm의 차체는 국내 준중형 SUV보다 크고 중형급 SUV와 비슷한 규모로, 실물은 오히려 준대형 SUV에 가까운 느낌이다. 실내는 수평형 대시보드와 15.6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이 시선을 끈다. 검정색 가죽 패널과 스티칭 마감해 고급감을 살리려 했지만 살짝 부족한 느낌이다. 대부분의 내장재가 인조가죽인데, 뭔가 아쉬운 마음이 떨쳐지지 않는다. 휠베이스는 2930mm로 동급 최고 수준에 달한다. 1열은 물론 2열 성인 승객도 넉넉한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2열에 앉아봐도 키 큰 성인 남성이 두 발을 편안히 뻗을 수 있어 패밀리카로서의 여유로운 공간감이 인상적이다. 트렁크도 기본 500L에 뒷좌석을 접을 경우 1,769L까지 확장되어 실용성을 더한다.
도로에 올라서자 씨라이언7의 성능이 고스란히 발휘됐다. 출발 직후 엑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으면 230kW 모터의 즉각적이고 시원한 가속력이 느껴진다. 시속 100km까지 단 6.7초 만에 도달해 주행이 한층 여유롭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차량이 곧바로 치고 나가, 중형 SUV임에도 답답함 없는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 코너링 성능도 의외로 준수했다. 무거운 차체임에도 스티어링 응답이 정확하고 차체가 뒤로 밀리거나 헐거워지는 느낌이 없다. 기대했던 것보다 퀄리티 높은 핸들링이다.
[육기자의 으랏차차] 여유로운 공간에 강력한 주행성능 저렴한 가격은 덤, BYD 씨라이언7
서스펜션은 전륜 더블위시본·후륜 멀티링크 구성에 주파수 가변 댐핑(FSD) 시스템을 더해 노면 상태에 맞는 세밀한 댐핑 제어가 가능하다고 한다. 덕분에 일반 도로 주행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부드럽고 안락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도 충격이 비교적 말끔히 걸러졌으며, 고속주행 시에도 풍절음·노면 소음을 꽤 잘 차단했다. 다만, 약간의 피칭(말타기) 움직임은 남아 있어 고속 코너에서 완벽하게 차체를 고정해주진 못했으나, 전반적으로 주행 안정성이 훌륭했다. 전반적인 주행 감각은 한층 정숙성과 안락함이 강화된, 준대형 세단에 가까운 품격을 보였다.
씨라이언7에는 운전자를 배려한 첨단 편의·안전 시스템이 기본으로 탑재됐다. A필러 부착 카메라 기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비롯해 360° 서라운드뷰, 전후방 주차보조, 차선 이탈 보조 및 자동 긴급제동(AEB) 등 다양한 ADAS 기능이 포함됐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와 전동 테일게이트도 기본이며, 전동식 회전 15.6인치 디스플레이와 10.2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가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시트는 1열 통풍·열선시트, 2열 열선시트가 모두 지원되어 사계절 쾌적함을 보장하고, 스마트폰 무선 충전패드(최대 50W)도 마련됐다. 이 밖에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선택사양이지만, 블랙박스 연동 내비게이션과 인텔리전트 음성인식, OTA 업데이트 등 차급을 뛰어넘는 구성도 인상적이다. 요모조모 따지고보면 국내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는다. 다만, 태생에 한계를 느끼지만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