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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이야기] 손맛과 운전의 낭만.. 수동 변속기 시대 막 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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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이야기] 손맛과 운전의 낭만.. 수동 변속기 시대 막 내리나?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09-0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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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변속기
자동 변속기가 대세가 되면서 수동 변속기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주요 자동차 시장의 통계를 보면 수동 변속기는 이제 과거의 유물이 되고 있는 듯하다. SUV와 전기차(EV)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수동 변속기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한때 자동차 마니아들의 상징이었던 '손맛'은 이제 소수의 전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 수동 변속기의 무덤


미국은 자동 변속기의 가장 큰 시장이자 수동 변속기의 무덤이다. 제너럴 모터스(GM)는 1939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자동 변속기인 '하이드라매틱(Hydra-Matic)'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미국 소비자들의 운전 습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수동 변속기의 쇠퇴는 미국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25년 전만 해도 미국 신차 판매의 28%는 수동 변속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자동차 시장 조사 기관 '자토 다이내믹스(Jato Dynamics)'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수동 변속기 차량 판매 비중은 고작 0.8%였다. 이는 1000대 중 8대만이 수동 변속기 차량이라는 뜻이다. 한때 픽업트럭에도 흔히 장착되었던 수동 변속기는 이제 스포츠카나 일부 경제형 모델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희귀템'이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복잡한 도심 교통 환경, 운전 편의성 증대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 그리고 자동 변속기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있다. 과거 자동 변속기는 연비가 나쁘고 성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수동 변속기보다 더 효율적이고 빠른 변속을 자랑하는 기술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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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포르쉐


유럽, '수동의 왕국'이 무너지다


미국과 달리, 유럽은 오랫동안 수동 변속기의 본고장이었다. 2001년, 유럽 5대 주요 시장(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신차 등록의 91%가 수동 변속기 차량이었다. 유럽인들은 운전의 재미와 차량 제어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겼고, 수동 변속기는 그들의 운전 문화를 상징하는 요소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 '수동의 왕국'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이 5개 시장에서 수동 변속기 차량 판매 비중은 29%까지 급감했다. 불과 20여 년 만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여러 요인에서 비롯된다. 첫째, 교통 체증이 심화되면서 운전의 피로도를 줄이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둘째,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모델의 등장이다. 이들 차량은 자동 변속기 또는 단일 기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동 변속기의 선택지를 원천적으로 없애버렸다.

더 나아가, 자율주행 기술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발전은 수동 변속기의 존재 이유를 더욱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 미래의 자동차는 운전자가 기어를 조작할 필요가 없는, 완전 자동화된 시스템을 지향한다.

멸종 혹은 재발견.. 수동 변속기의 미래는?


수동 변속기는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수동 변속기의 '재발견'을 기대하기도 한다. 클래식카 마니아들처럼, 운전 본연의 재미와 기계와의 교감을 중시하는 소수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수동 변속기는 계속해서 명맥을 이어갈 것이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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