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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현대차그룹 vs 폭스바겐, 모델과 시장에서 불붙은 ‘2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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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슈

[COVER STORY] 현대차그룹 vs 폭스바겐, 모델과 시장에서 불붙은 ‘2위 전쟁’

영업이익 2위로 격상된 라이벌 구도,
모델별 맞대결 ... “아이콘 vs 아이콘”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8-13 09:05

현대 아반떼(대), 폭스바겐 제타(소)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현대 아반떼(대), 폭스바겐 제타(소) 사진=각사
2025년 상반기,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완성차업계에서 영업이익 2위에 올랐다. 판매량에서는 여전히 토요타(515만 대), 폭스바겐그룹(436만 대)에 이어 3위지만, 영업이익 13조86억 원으로 폭스바겐(10조8600억 원)을 처음 제쳤다. 영업이익률은 8.7%로 폭스바겐(4.2%)의 두 배를 넘었다.

이제 경쟁의 무게중심은 ‘규모의 경제’에서 ‘수익성 중심의 라인업 전략’으로 이동했다. 그 전략의 최전선에는 두 그룹의 대표 모델들이 자리한다.

준중형 세단: 아반떼(엘란트라) vs 제타

현대차 아반떼는 글로벌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가성비와 완성도의 균형’을 무기로 삼았다. 최신 1.6 하이브리드, N 라인 퍼포먼스 버전까지 폭넓은 라인업을 갖췄고, 북미·중동 시장에서 ‘젊은 첫차’로 자리매김했다.

폭스바겐 제타는 유럽 감성의 주행 질감과 정제된 내·외장 마감에서 강점이 있다. 다만 하이브리드 전환이 늦고, 북미에서는 SUV 열풍에 밀려 점유율 방어에 어려움을 겪는다.

올해 상반기 자료 취합은 아직 어렵지만, 지난해 판매량을 확인해보면 아반떼 글로벌 판매량 65만대 그중 하이브리드 모델 비중이 20% 이상, 그리고 N라인 및 N모델 등으로 확대하며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제타는 동 기간 25만대 판매에 그쳤다.

기아 스포티지(대), 폭스바겐 티구안(소)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기아 스포티지(대), 폭스바겐 티구안(소) 사진=각사

C세그먼트 SUV: 스포티지 vs 티구안

기아 스포티지는 풀체인지 이후 디자인 혁신과 하이브리드·PHEV 투입으로 글로벌 판매가 급상승했다. 특히 북미·유럽·중동에서 고른 판매를 기록하며 기아의 볼륨 모델로 자리했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유럽에서 ‘도심형 패밀리 SUV’의 표준이라 불린다. 연간 50만 대 이상 판매된 경험이 있고, 주행 안정성과 안전 패키지가 강점이다. 하지만 전기화 속도는 스포티지보다 느리다. 판매 비중을 보면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비중이 35% 이상을 차지한다.

기아 EV9(대), 폭스바겐 ID.Buzz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기아 EV9(대), 폭스바겐 ID.Buzz 사진=각사

전기차 플래그십: EV9 vs ID. Buzz

기아 EV9은 현대차그룹의 대형 전기 SUV 전략의 상징이다. 3열 시트 구성, 541km(국내 기준) 주행거리, 800V 초급속 충전 시스템을 갖춰 북미 패밀리 EV 시장을 개척했다.

폭스바겐 ID. Buzz는 클래식 ‘마이크로버스’의 DNA를 계승한 전기 MPV다. 레트로 디자인과 실내 활용성이 호평받지만, 대형 SUV 수요가 높은 북미에서는 EV9 대비 시장 확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EV9은 지난해 출시 이후 약 4만대 이상 팔린 반면 ID.Buzz는 1만5000대 수준에 그쳤다.

폭스바겐 ID.4(대), 현대 아이오닉 5(소)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폭스바겐 ID.4(대), 현대 아이오닉 5(소) 사진=각사

핵심 준중형 EV: 아이오닉 5 vs ID.4

현대 아이오닉 5는 E-GMP 플랫폼의 완성도를 증명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상식을 휩쓸었다. 실내 공간, 18분 초급속 충전, OTA 기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이 강점이다. 다만, 폭스바겐 ID.4는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폭스바겐 전기차 전략의 주력 모델로 높은 가치를 평가받았다. 특히, 유럽에서는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충전 속도와 실내공간 활용성은 아이오닉 5에 비해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단 판매 량에서는 아이오닉 5를 앞지르고 있다. 참고로 아이오닉 5는 지난해 약 9만대 판매, ID.4는 약 11만대가 판매됐다.

현지 전략형 모델 기아 텔루라이드 사진=기아이미지 확대보기
현지 전략형 모델 기아 텔루라이드 사진=기아

북미 시장 ... SUV와 픽업의 전장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의 SUV 풀라인업과 제네시스 럭셔리 브랜드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EV9, 팰리세이드, 텔루라이드 등 대형 SUV가 주력이며, 현지 생산 거점인 조지아주 HMGMA 공장 가동으로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폭스바겐은 북미 픽업·대형 SUV 시장에서 약세를 보여왔으나, 아틀라스와 전기 SUV ID.4로 반격을 시도한다. 다만 픽업 세그먼트 부재와 브랜드 인지도 한계는 단기적으로 극복이 쉽지 않다.

유럽 시장 ... 전기차 규제의 무대


폭스바겐의 홈그라운드다. 골프, 티구안, ID 시리즈가 유럽 판매 상위권을 지키고 있고, 탄탄한 딜러망과 서비스 네트워크가 뒷받침된다.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코나 일렉트릭·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라인업으로 규제 대응력을 높였다. 유럽의 엄격한 CO₂ 규제 속에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판매 비중을 급격히 늘린 점이 강점이다.

아시아 시장 ... 각자 다른 무기


현대차그룹은 한국·인도·동남아에서 강세를 보이며, 인도 시장에서는 크레타·베뉴 등 소형 SUV로 점유율을 확대 중이다. 중국에서는 현지 전기차 스타트업 공세에 밀려 어려움을 겪지만, 제네시스를 통한 프리미엄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 내 합작사(FAW-VW, SAIC-VW)를 통한 생산·판매망이 강점이지만, BYD·샤오미·지리 등 현지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 향상에 직면해 점유율 하락세가 뚜렷하다.

전동화 전략, 속도의 현대 vs 전환기의 폭스바겐


현대차그룹은 E-GMP 플랫폼 기반 전기차(EV6, EV9, 아이오닉 5, 6)를 빠르게 확대하고, 하이브리드 비중도 늘리며 수익성을 확보하는 ‘병행 전략’을 구사한다. 폭스바겐그룹은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ID 시리즈를 전개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지연과 전환 속도 둔화가 발목을 잡았다.

양사 모두 배터리 조달·현지 생산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미국·인도·유럽 3축 현지화가 진행 중이고, 폭스바겐은 유럽 집중형 전략에서 글로벌 분산 투자로 방향을 바꾸는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폭스바겐을 제치고 연간 영업이익 2위를 차지한다면, 글로벌 자동차 판도는 20여 년 만에 재편된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미국 관세 충격, 유럽 경기 둔화,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 둔화 등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결국 승부의 향방은 대표 모델의 판매 추이와 전동화 라인업 확장 속도가 결정할 전망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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