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 소피텔 호텔에서 시승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시승은 고속도로와 B로드를 아우르는 100㎞ 구간. 회차 목적지는 가평의 글램트리였다. 시승 동안 올 뉴 3008은 ‘핸들링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STLA 미디엄 플랫폼 기반으로 휠베이스가 2739mm에 달하는 이 차량은 곡선 구간에서 운전자의 의도를 신속하게 반영하면서도 안정적인 거동을 이어갔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1.2 ℓ 3기통 터보 엔진과 48V 전기모터, 6단 듀얼클러치 e-DCT를 결합해 합산 145마력(PS)의 최고출력, 230N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공식 제원상의 0→100㎞/h 가속은 10.2초, 실제로는 고속도로 추월 상황에서도 여유 있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급가속이나 급감속 시 동력 전달의 이질감 없이 세련되게 이어지는 점이 제법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승차감은 푹신하면서도 단단했다. 국도의 요철을 지나며 차체가 부드럽게 움직였으나 불안정하지 않았다. B로드의 연속 코너 구간에서도 안정감 있는 자세를 유지해 ‘세단 같은 SUV’의 매력을 그대로 느꼈다. 영국 최고의 전문지 <탑기어>는 “차체는 롤이 느껴질 수 있으나 본질적으로 쾌적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실내 공간은 기존 i‑콕핏에서 발전한 디지털 I‑콕핏이다. 파격적인 진화다. 조그만 사이즈의 스티어링 휠과 웅장한 21인치 커브드 스크린(계기판+인포테인먼트+클라이밋 컨트롤 통합)이 몰입감을 준다. 다만, 온도 조절을 위해 디지털 토글 버튼을 누르면 내비게이션이 켜져 있던 메인 화면을 대체하는데, 이 방식은 직관성 측면에서 조금 아쉽다. 그래도 예전 완전 아날로그 방식에서 비한다면, 이 또한 큰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부터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불편참을러’라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육기자의 으랏차차] 올-로드 정복하는 ‘프렌치 감성 SUV’ 푸조 올 뉴 3008 하이브리드
이미지 확대보기푸조 올 뉴 3008 인테리어, 가평 글램트리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운전석 시트 포지션과 시야, 레그룸 모두 만점이다. 1열 레그룸은 약 1050mm로 편안한 주행 포지셔닝을 제공했다. 시승 중 ADAS 기능, 특히 어댑티브 크루즈와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은 자연스럽고 정확하게 작동해 장거리 고속도로 운전의 피로도를 줄였다.
효율 면에서도 하이브리드는 빛났다. 공식 복합연비는 WLTP 기준 18.5km/ℓ인데, 실제 시승에서 도심과 국도를 달리며 나온 연비는 평균 16~17 km/ℓ 수준의 효율인 것을 확인했다. B로드 구간의 다이내믹한 주행에도 불구하고 이 수치는 만족스러울만한 정도다.
안전성에도 약간의 신뢰도를 쌓는다. 유로 NCAP 기준 별 네 개를 받은 이력. 게다가 올 뉴 3008은 다양한 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ADAS)를 기본 탑재하고 있다니, 확실히 내가 알고 있던 그 녀석은 아니다. 운전의 안정감이 더해졌다. 퍼포먼스상 고속 안정성은 물론 일상주행을 위한 차선 이탈 경고, 전방 충돌 알림, 주차 보조, OTA 무선 업데이트 등 다양한 기능들이 들어가며 편의성을 높였다.
별책부록을 살펴볼 차례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588ℓ, 뒷좌석 폴딩 시 최대 1663ℓ까지 확장 가능한 실용성을 갖췄다. 부족하지 않다. 여행 짐이나 캠핑용품도 넉넉히 적재할 수 있는 크기다. 가족 단위 사용자에게도 적합하다는 뜻이다.
푸조 올 뉴 3008 하이브리드는 ‘프랑스 감성의 다이내믹 SUV’로 철저히 진화했다. 핸들링과 승차감, 고른 주행 퍼포먼스는 물론, 실내 공간과 효율성 면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아직 숙성이 필요하지만, 방향성은 충분히 옳다고 본다. 일상과 드라이빙, 효율과 실용성을 모두 챙긴 균형형 SUV를 찾는다면 3008은 충분히 올바른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