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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포드·르노 등 5개 완성차 업체, 英 법정서 '디젤게이트' 재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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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포드·르노 등 5개 완성차 업체, 英 법정서 '디젤게이트' 재격돌

런던 고등법원에서 배출가스 조작 관련 집단 소송 심리 개시
차주 측 "오염 방지보다 편의성 선택…규정 위반" vs 제조사 측 "기술적·법적 정당성 충분"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10-14 08:05

포드 유럽 딜러십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포드 유럽 딜러십 사진=로이터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 5곳을 상대로 배출가스 테스트 조작 의혹에 대한 대규모 소송이 영국 런던 고등법원에서 시작됐다. BBC 보도에 따르면 '디젤게이트' 스캔들의 최신 장이 될 이번 재판에서 이들 기업은 시험 조건에서만 유해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는 혐의에 직면했다.

재판 첫날인 월요일(13일 현지 시각), 차주들을 대변하는 토마스 드 라 마레(Thomas De La Mare KC) 변호사는 법정에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차량 배출가스 문제에 대해 "법을 준수하기보다는 차라리 속이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의 피고로 지목된 5개 제조사는 메르세데스, 포드, 푸조/시트로엥(Stellantis 소유), 르노, 닛산이며, 이들 모두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드 라 마레 변호사는 "업계 각 주체가 기본적으로 오염 방지보다 고객의 편의성을 선택했고, 이것이 업계의 더 많은 판매에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청정 대기 연구 센터(Centre for Research on Energy and Clean Air)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2009년부터 2024년까지 디젤 엔진에서 배출된 초과 질소산화물(Nitrogen Oxide)로 인해 영국과 유럽에서 12만4000명의 조기 사망과 9만8000건의 아동 천식 신규 사례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르노 측 변호를 맡은 알렉산더 안텔메(Alexander Antelme KC) 변호사는 "배출가스 테스트 조작 혐의는 근거가 없으며 부당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그는 "원고 측이 부당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해당 기능들은 사실상 잘 설계된 디젤 엔진의 적절하고 필수적인 요소"라고 반박했다. 포드 측의 닐 무디(Neil Moody KC) 변호사 역시 이 소송이 "과학적으로 무지하고 사실 및 법률적으로 결함이 있다"며 "어떤 종류의 업계 전체 공모가 있었다는 추론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은 2015년 9월 폭스바겐(VW) 사태로 촉발된 디젤게이트 스캔들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VW는 공식 배출가스 테스트를 인식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낮추는 '임의 조작 장치(defeat devices)'를 디젤 차량에 설치했음이 드러나 전 세계적으로 약 1100만 대의 차량에 대해 약 278억 파운드(약 47조4000억 원)의 벌금과 보상금을 지급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잉글랜드와 웨일스 법률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집단 소송이 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160만 명의 차주가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법원은 소송 규모를 고려해 이 5개 회사를 우선 재판할 주요 피고로 선정했으며, 현재 88만 명의 차주가 이들 회사를 상대로 배출가스 테스트에 대해 기만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9개의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도 유사한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

앞서 2020년 런던 고등법원은 폭스바겐이 유럽연합 규정을 위반하고 임의 조작 장치를 사용했다고 판결한 바 있으며, 이후 폭스바겐은 9만1000명의 영국 운전자들에게 총 1억9300만 파운드를 지급하며 집단 소송을 법정 밖에서 합의했다.

이번 주요 재판은 레이디 저스티스 코커릴(Lady Justice Cockerill) 판사 심리로 진행되며, 오는 12월에 마무리될 예정이나 최종 판결은 2026년 여름에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메르세데스, 르노, 스텔란티스, 포드, 닛산 등 관련 기업들은 모두 자신들을 향한 주장이 근거 없으며, 테스트에 사용된 메커니즘은 '기술적·법적 관점에서 정당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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