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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어쩌면, 안전이란 이런 것"...볼보가 증명한 단 하나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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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어쩌면, 안전이란 이런 것"...볼보가 증명한 단 하나의 가치

사고가 나지 않아도, 사고를 생각한다… '사람을 위한 차'를 만드는 브랜드의 집념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7-10 17:06

볼보 S90 신형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볼보 S90 신형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한 브랜드가 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철학이 필요하다. 볼보에게 그것은 단연 ‘안전’이다. 단단한 차체나 수많은 에어백이 볼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진정 지키려는 것은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지키자”는 원칙이다. 그 철학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선 인류적 관점에서 출발했다.

1959년, 볼보의 엔지니어 닐스 볼린은 세계 최초의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했다.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다. 여기서 핵심은 볼보가 이 기술의 특허를 모든 자동차 제조사에 무상으로 개방했다는 사실이다. 회사의 수익을 생각했다면 불가능했을 결정. 하지만 볼보는 “생명을 지키는 기술은 공유되어야 한다”는 선언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안전벨트 하나로 지금까지 1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구했다고 평가된다. 볼보에게 있어 진정한 경쟁력은 특허가 아닌 철학에 있었던 셈이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일화는 197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미국 정부가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안전벨트 미착용 시 알람을 울리는 기능”을 법으로 의무화하려 하자, 대부분의 회사들이 이를 “소비자 불편”이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볼보는 이미 경고음을 포함한 안전벨트 시스템을 자발적으로 도입한 상태였다. “고객의 귀보다, 생명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다.

최근에는 사람뿐 아니라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심지어 반려동물까지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볼보의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 시스템이다. 실제로 한 독일의 다큐멘터리에서는, 시속 30km로 달리던 볼보 차량이 갑자기 도로에 튀어나온 어린이를 정확히 감지하고 정지하는 테스트 장면이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더미 인형은 실제 어린이의 체구와 행동 속도 등을 반영했다. 그때 브레이크를 밟은 건 운전자가 아니라 차량 스스로였다.

볼보는 2020년대 들어 또 다른 실험에 도전했다. 최고속도를 시속 180km로 제한한 것이다. 고성능을 추구하는 브랜드들에게는 어불성설처럼 들릴 수 있는 선택이지만 볼보는 단호했다. “사고의 대부분은 속도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고객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차를 팔고 싶지 않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었다. 이 결정은 일부 운전자들로부터 불만을 샀지만, 브랜드 이미지에는 오히려 강한 일관성을 부여했다.

그 철학은 브랜드 마케팅에도 반영된다. 2015년 슈퍼볼 광고 전쟁이 한창일 때, 볼보는 TV 광고를 내보내는 대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른 자동차 브랜드의 광고가 나올 때, 그 차의 주인이 안전하게 집에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볼보를 태그하세요.”

당시 수백만 명이 ‘#VolvoContest’를 SNS에 올렸고, 광고 한편 없이도 그해 슈퍼볼에서 볼보가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들은 타 브랜드의 광고 시간마저 ‘생각하게 만드는 순간’으로 바꾸어버렸다.

결국, 볼보가 말하는 ‘안전’은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철학이고, 태도이며, 브랜드의 정체성이다. 단순히 충격을 흡수하고, 브레이크가 잘 드는 차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볼보는 “사람이 차에 맞춰야 하는 세상”을 거부하고 “차가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반대의 세상을 꿈꿔온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볼보는 그 철학을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볼보 안전 철학에 대한 발자취 인포그래픽 사진=AI 제작이미지 확대보기
볼보 안전 철학에 대한 발자취 인포그래픽 사진=AI 제작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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