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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전기차 전환, ‘제동’ 걸린 꿈… 하이브리드로 선회하는 글로벌 브랜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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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전기차 전환, ‘제동’ 걸린 꿈… 하이브리드로 선회하는 글로벌 브랜드들

불확실성 커진 전기차 시장, 로드맵 수정 나서는 글로벌 완성차들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7-11 09:05

혼다 제로(0) 시리즈 세단 컨셉트 모델 사진=혼다이미지 확대보기
혼다 제로(0) 시리즈 세단 컨셉트 모델 사진=혼다
2025년 상반기, 자동차 업계가 조용한 방향 전환을 시작했다. 급속 충전 인프라 확대 지연, 배터리 원가 부담, 예상보다 느린 소비자 수요, 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전기차(EV)를 중심으로 한 기존 로드맵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는 혼다,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 주요 브랜드의 전략 조정이 자리한다.

혼다, 대형 전기 SUV 프로젝트 보류…투자 축소와 하이브리드 강화

혼다는 2027년 출시 예정이던 대형 전기 SUV 개발을 중단하고, 전체 전기차 투자 규모도 당초 10조 엔에서 7조 엔으로 줄였다. 이는 한화 기준으로 약 68조 원에서 48조 원 규모로 축소된 셈이다. 대신 혼다는 하이브리드 모델 라인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제로(0) 시리즈’의 핵심 전기 세단과 SUV는 그대로 진행되지만, 2030년까지 내놨던 7종 EV 출시 계획 중 일부는 불투명해졌다.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전략 수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SE 다이내믹 푸글리아 사진=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이미지 확대보기
람보르기니 우루스 SE 다이내믹 푸글리아 사진=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람보르기니, 전동화 시기 늦추며 PHEV 중심 전략

람보르기니는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 ‘란차도르(Lanzador)’ 출시 일정을 2028년에서 2029년으로 미뤘다. 특히 차세대 SUV ‘우루스’ 역시 완전한 전기차 대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버전인 ‘우루스 SE’로 전환해 2024년 상반기에 공개한 바 있다. 이 모델은 V8 트윈터보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해 789마력의 출력을 발휘한다. 회사 측은 "현실적인 전동화 전환의 일환"이라고 설명하며, 순수 내연기관의 단계적 유지를 전략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내연기관 모델 포르쉐 718 스파이더 RS 사진=포르쉐이미지 확대보기
내연기관 모델 포르쉐 718 스파이더 RS 사진=포르쉐

포르쉐 718, EV 전환에 신중론…“수요 검증 필요”

운전 재미의 대명사인 포르쉐 718 역시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연기관과 수동 변속기의 조합으로 호평을 받아온 이 모델은 EV 전환을 공식 발표한 상태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파워트레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포르쉐 내부에서도 EV 전환에 대한 시장 반응과 수요를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개발 일정 역시 다소 늦춰지고 있다. 포르쉐는 여전히 718 전기차의 가격대를 8만 달러 이하로 맞추고 기존 팬층의 감성을 유지하는 ‘가짜 변속기’나 사운드 기술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다.

피아트 500e 사진=피아트이미지 확대보기
피아트 500e 사진=피아트

피아트 500, 다시 내연기관 선택…“현실적 가격” 무기로 재도전

전기차 전환의 대표 사례로 꼽히던 피아트 500e는 저조한 수요로 수차례 생산을 멈췄고, 이에 따라 피아트는 가솔린 엔진을 얹은 ‘500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다. 기존 전기차 플랫폼에 1.0리터 3기통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70마력)을 탑재했고, 수동 변속기만 제공된다. EV 모델과 외관은 거의 동일하나 전면부에는 냉각을 위한 수평 그릴이 추가됐다. 가격은 약 2만 유로로, 전기차보다 5000 유로가량 저렴해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이 모델은 오는 11월부터 이탈리아 토리노의 미라피오리 공장에서 양산되며, 연말까지 5000대 출고가 예상된다.

전기차 시대의 ‘속도 조절’…유연한 파워트레인 전략으로 선회

전기차를 향한 로드맵을 수정하는 움직임은 이들 브랜드 외에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BMW는 “내연기관은 여전히 우리 기술의 근간”이라고 밝히며 엔진 개발을 지속하고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기존 전동화 일정을 유보하고 내연기관 수명 연장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아우디는 내연기관 생산을 향후 10년간 유지하겠다고 공언했고, 볼보, 닛산, 미니 역시 EV 중심 로드맵의 일부 수정 또는 유예를 검토 중이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 중국발 가격 경쟁, 글로벌 규제 변화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복수 파워트레인을 동시에 준비하는 ‘혼합 전략(hybrid strategy)’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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