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8일(현지시각), 자동차 부문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인 양자 무역 합의를 발표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영국과 미국 간에 체결된 새로운 무역 협정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나섰다. 이번 협정으로 인해 그동안 높은 관세로 어려움을 겪었던 영국 자동차 수출길이 다시 열리고, 관련 산업의 일자리 보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거 27.5%까지 인상했던 영국산 자동차 수출에 대한 관세가 새로운 협정에 따라 10%로 대폭 인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번트리에 본사를 두고 솔리헐과 울버햄프턴에 생산 시설을 운영하는 재규어 랜드로버(JLR)는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응하여 한때 미국으로의 수출을 중단했으나, 지난주 수출을 재개한 바 있다.
JLR의 최고경영자인 에이드리언 마델은 이번 무역 협정에 대해 "우리 산업과 이를 지원하는 지역 사회에 더 큰 확실성을 보장하는 이번 거래를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동차 산업이 2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영국의 경제적 번영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관세 감면은 연간 10만 대의 영국산 자동차에 적용될 예정이다. 작년 영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량은 10만1000대였다.
협정 발표 당일, 키어 스타머 총리는 JLR의 솔리헐 생산 공장을 직접 방문하여 이번 협정을 "역사적인 거래"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과 이러한 협정을 체결한 최초의 국가"라며 "세계적인 불안과 불안정의 시대에 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웨스트 미들랜드에 본사를 둔 기술 투자 회사인 리그비 그룹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리그비 역시 이번 소식을 환영했다. 그는 최근 관세 인상의 장기적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관세 인상이 "지역 및 국가 경제에 구조적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리그비 씨는 이번 합의에 대해 "이번 합의로 우리는 위험 지역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며 "웨스트미들랜즈 지역 경제와 영국 자동차 산업에 딱 맞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이는 제조업체가 전기 자동차로 전환해야 하는 시기에 시스템의 부담을 덜어줄 뿐"이라고 덧붙였다.
웨스트 미들랜드 지역에는 JLR 외에도 말번의 모건, 크루의 벤틀리, 워릭셔 게이든 마을의 애스턴 마틴 등 다수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위치하고 있다.
버밍엄 경영대학원의 자동차 산업 전문가이자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베일리 교수는 자동차가 영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이라고 강조하며, 이전에는 웨스트 미들랜즈가 관세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지역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미국은 JLR의 최대 수출 시장"이라며 "트럼프의 자동차 수입 관세는 JLR뿐 아니라 애스턴 마틴과 모건 같은 다른 자동차 수출업체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베일리 교수는 이번 무역 협정이 "JLR, 영국 자동차 산업, 그리고 웨스트 미들랜드 지역에 엄청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