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로망, ‘컨버터블’. 하늘이 열린 차에서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감성은 분명 특별하다. 그러나 막상 시장의 선택은 다르다. 늘 꿈꾸지만, 실제로는 쉽게 선택하지 않는다. 이유는 쿠페가 ‘더 나은 현실적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차체 강성이다. 컨버터블은 지붕이 없는 구조상 차체를 보강하기 위해 바닥이나 기둥에 무게를 실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무게가 늘어나고, 섀시 구조가 단단해지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쿠페는 지붕까지 연결된 통합 구조로 설계되기 때문에 차체 비틀림 강성이 더 높다. 서스펜션 세팅도 더욱 정확하게 적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코너링 시 차체 흔들림이 적고,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적인 거동을 보여준다. 운전자가 느끼는 ‘운전 재미’의 핵심 요소다.
하드톱이 아닌 소프트톱 컨버터블의 가장 큰 단점은 방음이다. 최근 모델들은 정숙성 개선을 위해 여러 겹의 천을 사용하거나 보강재를 넣지만,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
고속 주행 시 풍절음, 도심 주행 중 외부 소음 유입은 쿠페에 비해 확실히 크다. 장거리 여행이나 통근용으로 쓸 경우 매일의 피로도는 누적될 수밖에 없다. 실내에서의 몰입감이나 고급감도 쿠페 쪽이 우세하다.
컨버터블은 쿠페 대비 평균 50~150kg 이상 무겁다. 무게 차이는 단순히 제로백 수치가 아니라, 연비와 제동 성능, 서스펜션 반응까지 영향을 미친다. 전기차 기반 고성능 차량에서는 무게가 관성에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쿠페의 경량화가 더욱 중요해진다. 컨버터블을 선택하면 성능이 미묘하게 깎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동일한 모델일 경우 컨버터블은 쿠페보다 평균 1000만원 이상 더 비싸다. 고급 옵션이나 소재가 더해지면서 차이는 더 벌어진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 만족도나 잔존가치 측면에선 오히려 쿠페가 낫다는 평가도 많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컨버터블은 희소성이 있지만 수요가 좁고 감가율이 더 큰 편이다. 실용성과 유지비까지 생각한다면 쿠페가 더 합리적이다.
마지막 이유는 ‘생활성’이다. 컨버터블은 지붕을 접었을 때 트렁크 공간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고, 후방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는 단점도 있다.
게다가 소프트톱은 기후나 보관 환경에 따라 손상이 빠르게 올 수 있어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은 도시 거주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쿠페는 주행 환경이나 주차 조건을 크게 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