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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열전] '안전'의 볼보 vs. '기술'의 아우디, 한국 수입차 시장의 뉴 라이벌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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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열전] '안전'의 볼보 vs. '기술'의 아우디, 한국 수입차 시장의 뉴 라이벌 구도

'탈독일' 스웨디시 럭셔리와 '독일 3사' 아우디의 3위 쟁탈전 심화
공격적 프로모션 vs. 정찰제 고수, 상반된 전략 속 미래 모빌리티 경쟁 전망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11-16 08:45

아우디 A6 e-트론 사진=아우디이미지 확대보기
아우디 A6 e-트론 사진=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라는 '양강 구도'가 굳건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최근 가장 역동적이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두 주역은 아우디(Audi)와 볼보(Volvo)다. 과거 확고한 '독일 3사'의 멤버였던 아우디는 입지 회복을 노리고 있으며, 볼보는 '탈독일' 스웨디시 럭셔리를 내세워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3위 자리를 놓고 접전을 벌이는 '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 두 브랜드는 상반된 마케팅 전략, 디자인 철학, 그리고 전동화 로드맵을 가지고 있어, 프리미엄 시장의 주요 구매층을 흡수하기 위한 이들의 격돌은 향후 전동화 시대의 패권 다툼을 예고하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볼보 ES90 사진=볼보이미지 확대보기
볼보 ES90 사진=볼보

한국 시장 판매 전략: '신뢰' 구축 vs. '점유율' 확보

볼보와 아우디는 한국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에서 극명하게 대비되는 전략을 사용한다.

우선, 볼보는 정찰제 기반의 '가치' 마케팅이다. 한국 진출 초기부터 할인 없는 '정찰제'를 고수하는 이례적인 전략을 펼쳤왔다. 이는 단기적인 판매량 증대보다는 브랜드의 장기적인 신뢰도와 잔존가치(Resale Value)를 높이는 데 집중한 결과다. 소비자들은 볼보 차량 구매 시 '언제 사도 가격이 같다'는 확신을 가지며, 이는 '스웨디시 럭셔리'라는 명확한 아이덴티티와 결합하여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요를 창출하는 기반이 되었다. 볼보의 판매량은 월별 기복 없이 견조하게 이어지며 3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우디는 공격적 물량 투입과 '모멘텀' 확보하고 있다. 전통적인 독일차 브랜드의 마케팅 방식을 따른다. 연초부터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대규모 캠페인을 진행하며 시장 점유율 확보에 주력한다. 이로 인해 월별 판매량에 기복이 심한 편이지만, 누적 판매량에서 벤츠, BMW에 이어 상위권을 차지하며 '독일 3사'의 입지를 되찾으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아우디는 A6, Q5 등 핵심 볼륨 모델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경쟁 구도에서 모멘텀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아우디 컨셉트 C 사진=아우디이미지 확대보기
아우디 컨셉트 C 사진=아우디

디자인과 철학의 대비: '인본주의' vs. '기술 공학'

두 브랜드의 외형적 특징과 근본적인 철학은 타겟 고객층을 명확하게 구분 짓는다.

볼보의 철학은 '안전(Safety)'을 넘어 '인본주의(Human-centric)'에 근간을 둔다. 수십 년간 생명 보호에 집중해온 볼보는 이제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성까지 확장했다. 디자인 역시 이러한 북유럽(스칸디나비아) 감성을 반영하여 미니멀리즘, 따뜻함, 실용성을 강조한다. 외관의 '토르의 망치' 주간 주행등은 볼보의 시그니처가 됐으며, 실내의 깔끔한 레이아웃과 천연 소재 사용은 유행을 타지 않는 우아함과 따뜻한 가족적 가치를 전달하며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가족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아우디의 핵심 가치는 '기술을 통한 진보(Vorsprung durch Technik)'로, 완벽한 공학 기술과 미래 지향적 디자인을 통해 구현된다. 아우디는 콰트로(Quattro)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기술적 명성을 쌓았으며, 디자인적으로는 정교한 마감, 미래적 감성, 그리고 독보적인 LED 라이팅 기술을 강조한다. 육각형 싱글프레임 그릴과 플래그십 모델과 유사한 일관된 디자인 언어는 '독일 3사'다운 정갈함과 기술적 우월성을 시각적으로 과시하며, 성능과 디자인의 균형을 중시하는 전문직 종사자 및 기술 지향적 고객들에게 어필한다.

뉴 XC7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사진=볼보이미지 확대보기
뉴 XC7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사진=볼보

미래 전동화 전략: 급진적 목표의 '현실적 수정' vs. '플랫폼' 통합의 효율성

두 브랜드 모두 글로벌 전동화 전환기를 맞았지만,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최근 전략에 미묘한 수정 움직임이 감지된다.

볼보는 한때 2030년까지 순수 전기차(BEV)만 판매하겠다는 가장 급진적인 전동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둔화되는 현상(이른바 '캐즘')에 직면하면서, 이 목표를 철회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의 역할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이는 급진적 전동화보다는 현실적인 시장 수요와 인프라 상황을 반영하여 'PHEV/MHEV → BEV'로 이어지는 유연하고 점진적인 전략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다. 이 유연성은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볼보의 판매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다.

아우디는 폭스바겐(VW) 그룹 산하에서 MEB(Modular Electric Drive Matrix), 그리고 미래의 PPE(Premium Platform Electric) 등 그룹 내 공통 플랫폼을 활용해 전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전략의 핵심은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다. 개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면서도 다양한 세그먼트의 전기차 라인업을 빠른 속도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아우디는 '360팩토리'와 같은 지속 가능한 생산 방식과 함께, Q4 e-트론, e-트론 GT 등 구체적인 모델들을 통해 독일 공학 기술 기반의 프리미엄 전기차 가치를 구현하고 있다.

틸 셰어 폭스바겐그룹코리아 대표 사진=DB이미지 확대보기
틸 셰어 폭스바겐그룹코리아 대표 사진=DB

리더십의 차이: 안정적 성장과 잦은 수장의 공백

이러한 경쟁 구도에는 양사의 한국 시장 리더십의 안정성 차이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한국인 이윤모 대표의 지휘 아래 지난 10여 년간 일관된 장기 전략과 공격적인 현지화 마케팅, 예를 들어 볼보의 안전 철학을 강조한 '헤리티지 마케팅', 정찰제 도입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며 브랜드를 급성장시켰다.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스웨디시 럭셔리'라는 명확한 정체성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고 딜러사와 탄탄한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이 판매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이윤모 대표는 볼보에 합류하기 전 BMW 코리아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며 이미 수입차 시장의 트렌드를 읽고 한국 소비자에게 특화된 전략을 수립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 바 있다. 이러한 수입차 업계에서의 폭넓은 경험과 마케팅 통찰력을 바탕으로 볼보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안전'과 '북유럽 감성'이라는 명확한 차별점을 한국 시장에 정착시켰다.

반면, 아우디는 지난 몇 년간 국내 시장에서 수입사 내외부적인 요인으로 잦은 수장 교체나 장기간 대표이사 공백을 겪으며 전략의 일관성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더 나아가, 아우디가 폭스바겐 그룹 산하의 '폭스바겐그룹코리아(Volkswagen Group Korea)'의 일원이라는 구조적 특성 또한 독자적인 리더십 발휘를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틸 셰어(Till Scheer) 폭스바겐그룹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이 그룹 차원의 통합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아우디코리아의 개별 수장(현재 스티브 클로티 사장)이 독립적이고 공격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 회복과 공격적인 신차 투입 전략에 지속적인 추진력을 더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독일 3사'의 일원으로서의 확고한 입지를 다시 다지는 데 어려움을 겪는 배경이 됐다. 결국, 리더십의 연속성과 강력한 현지화 전략이 브랜드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임을 두 브랜드가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시장 전망: '가격 경쟁'을 넘어선 '가치' 경쟁 심화

볼보와 아우디의 치열한 3위 경쟁은 단순한 판매 순위 다툼을 넘어,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가 소비자의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에 어떻게 부응할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볼보는 가족의 안전, 환경에 대한 책임, 그리고 북유럽 특유의 정서적 안정감이라는 '소프트 파워'를 통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아우디는 첨단 라이팅 기술, 콰트로 기반의 주행 성능, 그리고 독일 공학의 신뢰도라는 '하드웨어적 우월성'을 통해 시장을 공략한다.

향후 경쟁은 핵심 모델의 전동화 전환 속도,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유연한 가격 정책, 그리고 궁극적으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고유의 매력'과 고객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볼보는 '정찰제'를 기반으로 확립한 견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아우디는 '기술적 진보'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한국 수입차 시장의 3위 쟁탈전을 더욱 가열시킬 전망이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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