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모두가 글로벌이다. 브랜드 하나만으로 버티는 제조사는 없다. 스텔란티스가 대표적이다. 16개 다국적 브랜드의 집결체다. 국내에서는 푸조와 지프가 스텔란티스코리아의 관리하에 있다.
스텔란티스코리아의 하반기 전략은 복잡하지 않다. 본사 실적 변동과 관세·환율이라는 외부 충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해법을 찾는다. ‘무엇을, 어떻게 파는가’에 관심이 쏠린다. 지프와 푸조, 두 브랜드의 판매 모델을 전면에 내세워 볼륨과 수익, 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을까? 수입차 시장이 전반적 회복 흐름을 타는 가운데,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제품 타이밍과 채널 효율, 체감가치 설계를 촘촘히 엮어 단기 방어와 중기 반등을 함께 노릴 것으로 보인다.
지프: 아이콘으로 현금흐름을 지킨다
지프는 ‘정통 오프로더’라는 분명한 세계관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 세계관을 랭글러와 그랜드 체로키 중심의 판매 모델로 압축해 보여준다. 한정판·특별사양을 적시에 배치해 관심도를 끌어올리고, 실제 구매 단계에서는 견고한 잔존가치와 액세서리·오프로드 커뮤니티를 결합해 총소유비용(TCO) 대비 만족감을 체감하게 한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해왔다.
도심-교외 복합 시승 루트와 간이 비포장 체험을 묶은 ‘지프 캠프’ 프로그램은 ‘지프만의 쓰임새’를 빠르게 납득시키는 예다. 본사의 대규모 전동화 로드맵을 고려하면, 한국 시장에서 지프의 당면 과제는 전기 파워트레인의 속도 경쟁이 아니라 브랜드가 약속한 경험의 일관성을 판매 현장에서 끝까지 유지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전동화 모델에서도 오프로드 성능과 도어·루프 탈착 같은 개방형 주행 경험을 그대로 유지하고, 지프 캠프 같은 감성 체험을 지속하는 것이다.
[COVER STORY] 스텔란티스코리아, 지프+푸조 ‘투톱 드라이브’ 시동
이미지 확대보기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가 푸조 올 뉴 3008 출시 현장, 기자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스텔란티스코리아
푸조: 하이브리드로 ‘합리적 유럽 감성’을 다시 세운다
푸조는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재정비에 들어갔다. 핵심은 30, 3008 등 모델에 적용된 하이브리드를 중심 ‘체감가치’ 설계다. 주행 효율과 조형미, 운전자 중심의 실내 UX를 기본 축으로 삼고, 보증·소모품 패키지 같은 실사용 비용 관리를 함께 제시해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춘다. 트림과 옵션은 단순화하고, 인기 사양을 패키지로 묶어 가격 대비 만족도를 높이는 방식이 유효하다. 이어질 전동화 라인업의 도입은 ‘속도’보다 ‘정합성’이 중요하다. 하이브리드-플러그인-배터리 전기차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를 한국 소비 환경에 맞춰 단계적으로 확장해야 재구매 전환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3008 하이브리드에 적용한 고효율 파워트레인과 감각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을 차기 전기 SUV에도 동일하게 반영하고, i-콕핏과 같은 브랜드 고유의 운전 환경을 전동화 전 라인업에 일관되게 적용해 ‘유럽 감성’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는 이를 가리켜 “기술과 감성의 교차점”이라고 표현했다. “하이브리드 전략이 단순한 차종 확대가 아닌, 고객이 ‘이게 푸조다’라고 직감할 수 있는 감성적 경험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라며, 푸조 제품과 소비자 간 정서적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관세와 환율의 부담이 커진 국면에서, 가격은 단순 인하의 문제가 아니다. 스텔란티스코리아가 택한 방식은 가격 밴드 정교화와 사양의 가시성이다. 실구매가가 경쟁차 대비 어느 구간에 위치하는지 분명히 보여주고, ‘왜 이 트림을 사야 하는지’를 두세 가지 포인트로 즉시 납득시키는 카피와 전시장 커뮤니케이션이 뒤따라야 한다. 애프터서비스는 구매 의사결정의 후행 요소가 아니라 판매를 성사시키는 선행 변수다. 부품 리드타임 단축, 첫 수리 해결율 개선, 보증 범위의 투명화는 자연스럽게 추천·재구매로 연결된다. 판매 모델을 전면으로 끌어올릴수록 서비스 품질은 같은 속도로 상승해야 한다.
관세와 시간의 시험대, 그리고 한국형 타이밍
올해 수입차 시장의 화제는 전기차가 가져가고 있지만, 내연·하이브리드 수요는 여전히 두텁다. 스텔란티스코리아가 당장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프의 아이콘 모델로 브랜드 존재감과 현금흐름을 지키고, 푸조의 하이브리드로 체감가치와 신뢰를 회복하는 투트랙 전략이 맞다. 중기적으로는 STLA 기반 신차의 한국 반입 시점을 세제·충전 인프라·경쟁 구도와 정교하게 맞물리게 해야 한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형 타이밍’과 ‘한국형 사양’이다.
결국, 요지는 간단하다. 모델이 전략을 증명한다. 랭글러와 그랜드 체로키가 지프의 약속을, 3008 하이브리드가 푸조의 약속을 각각 판매 현장에서 끝까지 구현해내는가에 올해 성패가 달렸다. 스텔란티스코리아가 선택한 ‘판매 모델 전면 배치’는 방어적 카드가 아니라 반격의 서막이다. 관세와 환율, 본사 리스크라는 역풍 속에서도 정체성의 선명도와 제품 타이밍이 맞아떨어진다면, 이 투트랙 전략은 숫자로 증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