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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람보르기니, ‘속도’로 정의되지 않는 슈퍼카 시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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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람보르기니, ‘속도’로 정의되지 않는 슈퍼카 시대를 열다

감성의 폭주, 기술의 진화… 멈추지 않는 황소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7-29 22:09

람보르기니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레부엘토' 사진=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이미지 확대보기
람보르기니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레부엘토' 사진=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람보르기니는 오랫동안 ‘속도’와 ‘소리’, ‘디자인’으로 정체성을 규정해온 브랜드였다. 1963년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페라리에 맞서기 위해 만든 이 브랜드는 “레이스는 안 한다”는 고집과 함께 도로 위에서 가장 도발적인 자동차를 만들며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전통적으로 과장된 각도, V12 자연흡기 엔진의 폭발음, 그리고 시선을 압도하는 실루엣으로 대변되는 람보르기니는 ‘극단’이라는 단어와 동의어였다.

하지만 그 극단조차 시대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최근의 람보르기니는 한결 ‘정제된 야성’을 추구한다. 여전히 시끄럽고, 여전히 날렵하지만 동시에 실용성과 지속가능성까지 고민하는 브랜드로 변화 중이다. 슈퍼 SUV ‘우루스’의 성공은 숫자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람보르기니를 매일 탈 수 있다”는 메시지는, 황소 브랜드의 철학이 일상 속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디레치오네 코르 타우리: 전동화를 향한 질주

2021년 람보르기니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를 선언했다. 바로 ‘디레치오네 코르 타우리(Direzione Cor Tauri)’ 전략이다. ‘타우리’는 황소자리, 즉 람보르기니 엠블럼의 기원이자 브랜드의 상징이다. 이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브랜드 전체 라인업을 전동화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으로, 기존 내연기관의 고유한 감성과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는 기술 진보를 실현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전동화의 첫 번째 열매는 바로 2023년 데뷔한 ‘레부엘토(Revuelto)’다. 이 모델은 브랜드 최초의 하이브리드 V12 슈퍼카로, 최고출력 1015마력, 제로백 2.5초를 자랑한다. 이름처럼 ‘뒤섞인’ 이 슈퍼카는 전기모터의 즉각적인 반응성과 전통 V12의 감성을 조화시킨 결과물이다. 전기 파워트레인을 단순히 규제 대응 수단이 아닌, 퍼포먼스를 극대화하기 위한 ‘보완재’로 활용하는 점은 람보르기니다운 해석이다.

감성과 기술의 공존, 소재의 미래까지 껴안다

람보르기니는 전동화에 그치지 않고, 미래의 슈퍼카를 위한 기술을 폭넓게 개발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경량화 기술과 공기역학(Aerodinamica Lamborghini Attiva, ALA)이다. 우라칸 퍼포만테에 적용됐던 이 능동 에어로 기술은 고속 주행에서 자동으로 다운포스를 조절하며, 리프트와 저항을 균형 있게 제어한다. 여기에 우주항공급 탄소섬유 소재와 3D 프린팅을 활용한 내부 부품까지, 그냥 ‘빠른 차’를 넘어 ‘정교한 기계’로의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탈리아 산타가타 볼로냐 본사에 위치한 람보르기니 카본 개발센터는 F1 수준을 넘어선 독자 기술로, 차체 강성은 유지하면서도 무게를 극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지속 개발 중이다. ‘람보르기니는 빨라야 한다’는 전통은 이제 ‘람보르기니는 가볍고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철학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레부엘토 스케치 사진=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이미지 확대보기
레부엘토 스케치 사진=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상징이 된 디자인, 한눈에 ‘람보르기니’

람보르기니를 이야기할 때 디자인을 빼놓을 수는 없다. 그 어떤 브랜드보다도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외관은 보는 이로 하여금 첫눈에 ‘람보르기니’임을 인식하게 만든다. 전통적으로 스텔스 전투기에서 영감을 받은 각진 실루엣은 모든 모델에 일관되게 적용되며, 그 철학은 전기차 시대에도 유지될 예정이다.

실제로 레부엘토와 차세대 우루스 역시 이러한 디자인 언어를 계승하고 있다. 특히 전면부 Y자형 주간주행등(DRL)과 후면의 세로형 테일램프는 향후 전동화 모델 전반에 적용될 새로운 시그니처다. 이처럼 람보르기니는 디자인 측면에서 ‘변화보다는 진화’를 선택하며,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를 고수하고 있다.

고객 경험, ‘달리는 것’ 그 이상의 감각

람보르기니의 브랜드 경험은 단순히 차를 구매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객이 차량을 수령하기 전, 이탈리아 산타가타 본사에서 차를 직접 인도받는 프로그램부터 트랙 데이, 슈퍼 트로페오 원 메이크 레이스, 그리고 전 세계 오너가 함께하는 랠리 프로그램까지 이어지는 정교한 브랜드 경험 전략이 존재한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오픈한 람보르기니 분당과 같은 프리미엄 딜러십은 단순한 매장 공간을 넘어 브랜드 문화의 교류 지점으로 기능한다. 람보르기니를 소유한다는 것은, 단지 ‘슈퍼카를 갖는 것’을 넘어 ‘하나의 세계관에 들어서는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다음 황소는 누구인가? 람보르기니의 미래 모델들

람보르기니의 다음 카드 역시 기대를 모은다. 브랜드는 곧 하이브리드 라인업 전환을 마무리할 계획이며, 이후에는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모델은 쿠페 스타일의 GT카가 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브랜드의 성능과 감성의 유산을 전기 모빌리티에 접목하는 실험이 될 전망이다.

또한, 우루스 역시 현재의 내연기관 중심 라인업을 넘어 하이브리드 및 전기 버전으로 확장된다. 특히 중국과 미국에서 SUV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우루스는 람보르기니 브랜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모델로 부상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람보르기니 우루스 사진=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이미지 확대보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람보르기니 우루스 사진=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BOX] SUV로 달리는 황소, ‘우루스’의 성공 비결

람보르기니 하면 보통 V12 슈퍼카를 떠올리지만, 지금 람보르기니를 가장 많이 팔아주는 모델은 다름 아닌 SUV ‘우루스’다. 2018년 데뷔 이후 우루스는 슈퍼카 브랜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됐다. 람보르기니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이 차에서 나온다.

우루스는 겉보기엔 SUV지만, 람보르기니 특유의 날카로운 디자인과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최고출력 666마력(퍼포만테 기준)의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단 3.3초. 이름만 SUV일 뿐, 퍼포먼스는 여느 슈퍼카 못지않다.

그러면서도 실내공간은 패밀리카 수준이다. 뒷좌석에 성인 둘이 충분히 앉을 수 있고, 트렁크도 넉넉하다. 슈퍼카 오너들이 일상에서도 탈 수 있는 차를 원했고, 우루스는 그 욕구를 정확히 겨냥했다. 람보르기니는 우루스의 미래를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로 그린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선보였고, 오는 2029년경에는 순수 전기차 버전도 등장할 전망이다. 전동화 이후에도 ‘람보르기니다움’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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