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 냉전이 마침내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의 심장을 찔렀다. 22일(현지 시각) 오토카 보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새로운 마이크로칩 위기로 인해 오는 10월 29일부터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골프(Golf)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공급망 문제가 아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승용차 중 하나의 생산이 멈춘 것이다. 새로운 칩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회사는 이미 잠재적인 생산 중단에 대해 근로자들에게 내부 경고를 발령했다.
이번 위기는 넥스페리아(Nexperia)의 마이크로칩 공급이 동결되면서 시작됐다. 넥스페리아는 중국의 윙테크 테크놀로지 소유 회사다. 하지만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난달, 네덜란드 정부는 넥스페리아 경영권을 장악했다. 국가 안보와 지적 재산권 유출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이러한 조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압력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생산된 넥스페리아 칩의 수출을 금지하는 보복 조치를 취했다.
이 지정학적 충돌의 직격탄이 폭스바겐에 떨어진 것이다. 폭스바겐은 넥스페리아로부터 더 이상 마이크로칩의 장기 배송을 보장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골프 생산 중단은 시작에 불과하다.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생산되는 티구안, 투란, 타이론 등 최소 3개의 다른 인기 모델도 생산 중단이 뒤따를 조짐이다.
회사는 생산 중단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밝히지 않았다. 폭스바겐은 근로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역동적인 상황"으로 인해 단기간에 영향 배제를 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칩의 대체재를 당장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즉각적인 대체 공급업체가 없다고 주장한다. 다른 공급업체의 반도체나 마이크로칩은 사용하기 전에 오랜 내부 테스트와 인증이 필요하다. 이는 결코 짧은 과정이 아니다.
칩 재고가 고갈됨에 따라 엠덴, 하노버, 츠비카우 등 폭스바겐의 다른 독일 공장들에서도 생산 중단이 배제되지 않았다. 전례 없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회사는 이미 대량 해고를 피하기 위해 독일 정부와 논의를 시작했다. 논의의 핵심은 쿠르츠아르바이트(Kurzarbeit), 즉 단시간 근무제 시행이다.
이번 사태는 범용 칩(레거시 칩)까지 지정학적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폭스바겐을 덮친 이 '칩 위기'는 단순한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유럽 산업 전반의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유럽의 기술 주권 확보가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