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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한정판' 전략의 진화... 감성적 가치로 팬덤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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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한정판' 전략의 진화... 감성적 가치로 팬덤 사로잡다

단종 기념부터 컬러 감성까지… '희소성' 넘어 '이야기'를 판매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10-02 13:05

전기차로 부활한 현대 그랜저 헤리티지 에디션 사진=현대자동차이미지 확대보기
전기차로 부활한 현대 그랜저 헤리티지 에디션 사진=현대자동차
한정판은 전통적으로 슈퍼카 브랜드의 전유물로 여긴다. 국산차 브랜드들은 이런 부분에서 약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완성차 업체들도 “리미티드 에디션”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희소성과 기념성을 무기로 한정판 전략이 국산차 시장에서도 자리 잡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는 2022년, 한국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바로 ‘그랜저 헤리티지 에디션’이다. 1986년 1세대 그랜저를 오마주한 이 모델은 전동화 복원 기술을 적용해 단 1대만 제작됐다. 판매용은 아니었지만, 클래식과 전동화를 연결한 이 시도는 “국산차 한정판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았다. 소비자에게는 그랜저의 위상을 재확인시키는 동시에, 현대차의 브랜드 스토리텔링 능력을 각인시켰다.

기아 스팅어 트리뷰트 에디션 사진=기아이미지 확대보기
기아 스팅어 트리뷰트 에디션 사진=기아

기아는 단종을 앞둔 스팅어에 ‘트리뷰트 에디션’을 내놓으며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2023년 출시된 이 모델은 블랙과 브론즈 투톤 휠, 전용 인테리어 컬러 등으로 꾸며 “마지막 스팅어”라는 상징성을 부여했다. 한국과 미국 시장에 한정 수량만 판매된 이 에디션은 단종 모델의 ‘굿바이 세일즈’가 단순한 마무리가 아니라, 브랜드 팬덤을 위한 기념비적 순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KGM 쿨맨 에디션 사진=KG 모빌리티이미지 확대보기
KGM 쿨맨 에디션 사진=KG 모빌리티

국내 SUV 시장의 강자인 KG모빌리티(구 쌍용차)도 꾸준히 한정판 전략을 활용해왔다. 2021년에는 캠핑 문화 열풍에 발맞춰 렉스턴 스포츠 칸 ‘쿨맨 에디션’을 내놨다. 전용 데칼과 캠핑 아이템 패키지를 적용한 이 모델은 단순한 차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아이콘’으로 포지셔닝했다. 또, 티볼리 아머의 ‘기어 에디션’처럼 젊은층을 겨냥한 맞춤형 리미티드 트림도 선보였다.

르노코리아는 SUV와 세단에 프랑스 감성을 담은 특별 사양을 꾸준히 추가해왔다. 과거 QM6/QM5 한정판에서는 컬러와 내장재를 차별화했고, 최근에는 XM3 E-TECH 하이브리드에 새로운 색상을 도입해 한정판 성격을 강화했다. 아직 슈퍼카처럼 극소량 한정은 아니지만, 프렌치 스타일과 감성을 원하는 고객에게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산차의 리미티드 에디션은 독일 3사의 한정판처럼 수천만 원 웃돈이 붙는 컬렉터 아이템은 아니다. 그럼에도 단종 기념판이나 특별 컬러, 오마주 모델을 통해 소비자에게 감성적 가치를 전달하는 데에는 분명한 효과가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희소성’보다 ‘특별 사양 패키지’에 가까운 경우가 많아, 진정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획이 더 필요하다.

그랜저 헤리티지 에디션이 보여준 오마주, 스팅어가 남긴 마지막 기록, 그리고 SUV 시장에서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 다양한 시도들. 국산차의 리미티드 에디션은 숫자보다 이야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정판’이 브랜드의 상징과 유산을 드러내는 도구라면, 한국의 리미티드 모델은 이제 막 그 가능성을 탐색하는 단계다.

한정판은 결국 브랜드가 소비자와 공유하는 스토리텔링의 무대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국산차 브랜드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리미티드 모델에 담아낼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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