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빌리티

글로벌모빌리티

[COVER STORY] 감성 자극하는 한정판 車 세계

메뉴
0 공유

뉴스

[COVER STORY] 감성 자극하는 한정판 車 세계

포르쉐 911부터 재규어 F-Type까지
헤리티지를 신선한 마케팅 전개 목적으로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10-02 09:05

포르쉐 911 스피릿 70 코리아 프리미어 사진=포르쉐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포르쉐 911 스피릿 70 코리아 프리미어 사진=포르쉐코리아
1970년대의 디스코 음악이 흘러나오는 쇼룸, 천장에는 미러볼이 반짝이고 클래식 팝송이 울려퍼진다. 바로 그 아래,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스포츠카 한 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포르쉐가 최근 선보인 ‘911 스피릿 70’ 한정판 모델의 공개 현장이다. 최근 완성차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유산과 추억을 소환하는 감성적인 한정판 모델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슈퍼카부터 SUV, 세단에 이르기까지 차종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정해진 소량이나 짧은 기간만 판매되는 모델들이다.

헤리티지 부활: 전설을 현대에 되살리다

포르쉐 911 스피릿 70은 브랜드 헤리티지 전략으로 탄생한 세 번째 한정판 모델로, 1970~80년대의 감성을 현대 기술에 담아낸 사례다. 이 모델은 상하이 모터쇼에서 공개된 911 카브리올레로, 전 세계 1500대만 한정 생산되는 컬렉터즈 에디션이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70’이라는 숫자는 포르쉐 스포츠카 역사의 한 시대를 의미하며, 차량 곳곳에 당시의 디자인 언어가 반영됐다. 짙은 올리브 네오 그린 바디에 회색빛 브론자이트 휠 투톤 조합, 보닛을 가로지르는 삼색 줄무늬 데칼, 그리고 검은색 소프트탑까지 클래식한 디테일이 가득하다. 내부에도 레트로 패턴인 ‘파샤(Pasha)’ 체크무늬 시트가 적용되어 70년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포르쉐는 심지어 1963년형 911에 쓰였던 황금빛 크레스트 엠블럼을 다시 부착하고, 1950년대 356 모델의 주행거리 배지를 모티브로 한 헤리티지 배지도 더했다.

람보르기니 쿤타치 사진=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이미지 확대보기
람보르기니 쿤타치 사진=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람보르기니는 1971년 등장했던 아이코닉 슈퍼카 ‘Countach(쿤타치)’의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쿤타치 LPI 800-4’ 하이브리드 한정판을 내놨다. 불과 112대만 한정 생산된 이 슈퍼카는 1970년대 오리지널 쿤타치의 대담한 쐐기형 디자인과 시저 도어(위로 열리는 문)를 현대적으로 재현했다.

1970년대 수퍼카 디자인을 영감으로 하되 람보르기니 최초의 하이브리드 V12 파워트레인을 결합해 과거와 미래를 잇는 모델로 평가받는다. 긴 후면의 공기흡입구, 각진 차체선과 복고풍 유산 색상(Giallo Countach 옐로우 등) 선택지까지, 반세기 전 혁신의 향수를 그대로 간직한 첨단 슈퍼카다.

페라리 역시 자사의 황금기를 기리는 한정판 하이퍼카 시리즈인 ‘아이코나 (Icona)’를 통해 감성 마케팅에 동참했다.

BMW 3.0 CSL 사진=BMW이미지 확대보기
BMW 3.0 CSL 사진=BMW

BMW도 2022년에 M 브랜드 50주년을 맞아 3.0 CSL 한정판을 출시하며 헤리티지 붐을 이었다. 1973년 등장했던 오리지널 BMW 3.0 CSL(일명 ‘배트모빌’) 경주차에 경의를 표한 이 모델은 딱 50대 한정 생산되어 BMW 역사상 가장 희귀한 차로 꼽힌다.

현대 M4 쿠페를 베이스로 하되 수작업으로 재설계된 보디에는 70년대 모델을 떠올리게 하는 수많은 디테일이 반영됐다. 거대한 리어윙(일명 배트모빌 윙)과 호프마이스터(Hofmeister) 킥이 살아있는 사이드 윈도 장식, 클래식 BMW 엠블럼 등 곳곳에 전설적인 3.0 CSL의 디자인 요소들이 되살아났다.

직렬 6기통 3.2리터 엔진은 당시를 연상시키면서도 560마력의 현대적 성능을 발휘하며, 6단 수동변속기와 후륜구동 조합으로 올드스쿨한 운전 재미까지 추구했다. 50대 한정판매됐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 투스카데로 한정판 모델 사진=지프이미지 확대보기
지프 랭글러 루비콘 투스카데로 한정판 모델 사진=지프

색으로 부르는 추억: 특별 컬러의 힘

자동차에서 색상은 가장 즉각적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다. 특히 지프(Jeep)는 매년 독특한 색상의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이며 오프로드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투스카데로 핑크(Tuscadero Pink)’가 기억에 남는다. 미국 TV 시트콤 해피 데이즈의 캐릭터 "핑키 투스카데로"에서 이름을 딴 이 짙은 마젠타 빛 색상은 2021년 가을 단 몇 달 동안만 주문 가능한 한정 컬러로 제공되었는데, 마치 1980년대 바비 인형 자동차를 현실로 옮긴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출시 직후 주문이 폭주하자 지프는 주문 마감 시한을 연장해야 했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한국에서도 얼마전 한정판으로 판매됐다.

랜드로버는 브랜드 탄생 75주년을 기념하여 디펜더 75주년 한정판을 출시하며 색상의 향수를 활용했다. 이 색상은 1950년대 영국 병원의 페인트색을 닮은 소박한 녹색으로, 클래식 랜드로버의 상징과도 같다. “바퀴 달린 웰링턴 부츠”라 불리던 옛 랜드로버의 투박함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최신식 디펜더가 클래식 색상 코트를 입고 나타난 모습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재규어 F-Type 75주년 에디션 사진=재규어이미지 확대보기
재규어 F-Type 75주년 에디션 사진=재규어

마지막을 장식하는 한정판: 추억의 엔진 소리, 그리고 작별

한정판 모델들은 종종 한 시대의 끝을 기념하는 작별 인사로도 활용된다. 재규어는 2023년을 F-타입 스포츠카의 마지막 생산 연도로 정하고, “F-Type 75”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했다. 이는 재규어 스포츠카 75년 역사를 기념하는 마지막 내연기관 스포츠카로서, 5.0리터 V8의 포효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모델이다. 쿠페와 컨버터블 형태로 소수 생산된 F-Type 75 에디션은 독특한 기가(Giolla) 그린 메탈릭 컬러와 전용 휠 디자인, 곳곳에 새겨진 ‘75’ 배지를 특징으로 한다.

닷지 챌린저 라스트콜 블랙 고스트 에디션 사진=닷지이미지 확대보기
닷지 챌린저 라스트콜 블랙 고스트 에디션 사진=닷지

미국 머슬카의 상징인 닷지 챌린저와 차저도 2023년을 끝으로 가솔린 V8 모델 생산을 종료하며 일련의 작별 한정판을 내놓았다. 닷지는 이를 “라스트 콜(Last Call)” 시리즈라 이름 붙이고 무려 7가지 특별판을 발표했는데, 그중 단연 화제가 된 것은 ‘챌린저 블랙 고스트’ 에디션이다. 1970년대 디트로이트, 경찰이던 고드프리 콸스(Godfrey Qualls)는 검은색 1970 챌린저로 스트리트 레이스에 나타나 상대를 이긴 뒤 유령처럼 사라지곤 했다는 일화에서 ‘블랙 고스트’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하는 전설이다. 닷지는 50년 만에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23년형 챌린저 Hellcat을 기반으로 한 “블랙 고스트” 한정판을 출시했다. 보닛 아래 6.2L 슈퍼차저 V8 엔진은 기본형보다 출력이 높아진 807마력을 뿜어낸다. 무엇보다 이 특별판은 단 300대만 한정 생산되어 머슬카 수집가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저작권자 © 글로벌모빌리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