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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스바루의 상징 '레거시' 생산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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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스바루의 상징 '레거시' 생산 종료

평범함으로 끝을 맺었지만, '사륜구동'의 유산을 남기다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09-23 11:08

1991년형 1세대 스바루 레거시 LS 왜건이미지 확대보기
1991년형 1세대 스바루 레거시 LS 왜건
미국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기 위해 제작된 스바루 레거시(Subaru Legacy)는 36년간의 생산 끝에 운행을 종료한다고 22일(현지 시각) 모터트렌드가 보도했다.

한 자동차 모델이 36년 동안 생산을 이어가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래서 스바루는 최근 오랫동안 회사를 지켜온 세단 '레거시'의 마지막 모델이 생산 라인에서 나올 때 조촐한 기념식을 열었다. 레거시는 스바루의 역사에서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며, 흥미로운 유산과 독특한 기록들을 남겼다.

1989년에 처음 데뷔한 레거시는 애초에 치열한 미국 중형 세단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레거시는 세단과 왜건 형태로 나왔는데, 특히 사륜구동(AWD) 시스템을 갖춘 세단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있음을 증명했다. 이는 스바루가 'WRX' 같은 고성능 모델을 미국에 들여올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레거시는 스바루의 핵심 모델인 '아웃백'의 탄생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3년형 스바루 레거시이미지 확대보기
2003년형 스바루 레거시


핵심 기술의 탄생, 그리고 아웃백


1997년 2세대 레거시가 출시되면서 스바루는 앞으로 모든 차량의 구동계를 바꾸게 된다. 이전까지는 사륜구동이 선택 사항이었지만, 이제 모든 스바루 차량에 사륜구동을 기본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오늘날까지 스바루를 정의하는 핵심 정체성이 되었다.

2세대 레거시 왜건은 '아웃백'이라는 SUV처럼 생긴 버전으로 처음 나왔는데, 이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결국 스바루는 아웃백을 레거시에서 독립시켜 하나의 모델로 만들었다.

2000년에는 3세대 레거시가 등장했다. 이때 '바하(Baja)'라는 독특한 차량이 나왔다. 레거시 왜건의 픽업트럭 버전이었다. 이 차는 뒷좌석과 적재함 사이의 작은 문을 통해 짐을 싣는 공간을 늘릴 수 있었다. 2006년에 단종됐지만, 바하는 스바루의 실험 정신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델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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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형 스바루 레거시


평범함으로 끝을 맺다


2005년에 등장한 4세대 레거시는 다시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2.5GT Spec.B'라는 500대 한정판 모델도 나왔는데, 고성능 서스펜션과 18인치 휠을 달고 나왔다.

그리고 2019년, 7세대이자 마지막 세대가 나왔다. 6세대가 너무 평범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판매량이 둔화되기 시작한 때였다. 레거시는 한때 꽤 성능 좋은 세단으로 평가받았지만, 마지막 세대들은 무난한 엔진과 평범한 주행 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넓고 잘 만들어진 실내, 그리고 도로의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는 승차감은 여전히 훌륭했다.

하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우리가 테스트한 2020년형 모델은 코너를 돌 때 '언더스티어' 현상이 심했다. 핸들을 돌리는 만큼 차가 꺾이지 않고 바깥으로 밀리는 현상이다. 직선에서는 꽤 힘을 냈던 터보 모델의 재미를 반감시켰다.

3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여러 모습으로 변화했던 레거시는 결국 '소박하고 실용적인 세단'으로 생산을 마무리했다. 레거시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모든 스바루의 사륜구동을 표준으로 만든 그 유산은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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