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빌리티

글로벌모빌리티

127년 디젤 시대의 종말?.. “10년 안에 사라진다”

메뉴
0 공유

뉴스

127년 디젤 시대의 종말?.. “10년 안에 사라진다”

한때 유럽을 지배한 엔진, 2015년 배기가스 조작 '디젤게이트'로 추락세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09-22 09:30

포드 F-150 픽업트럭 (Ford F-150 Power Stroke Diesel)이미지 확대보기
포드 F-150 픽업트럭 (Ford F-150 Power Stroke Diesel)
"향후 10년 안에 디젤 엔진이 사라질 것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카버즈(CarBuzz)가 21일(현지 시각) 보도한 토요타 임원의 충격적인 발언이다.

강력한 힘과 놀라운 연비. 한때 디젤 엔진은 유럽 도로의 상징이었다. 2010년경에는 유럽 내 신차 판매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유럽 밖에서는 달랐다. 시끄럽고 냄새나는 엔진으로 여겨져 픽업트럭이나 상용차에 주로 쓰였다. 일부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프리미엄 디젤 모델을 선보이며 시장 확장에 나섰다. 심지어 포르쉐 카이엔 같은 의외의 모델에도 디젤이 탑재됐다.

그러다 모든 것을 뒤바꾼 사건이 터졌다. 2015년 터진 '디젤게이트'다. 폭스바겐 그룹의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은 디젤의 명성에 치명타를 입혔다. 특히 디젤의 본고장인 유럽에서조차 그 위상은 추락했다. 관련 브랜드들은 서둘러 전기차로 방향을 틀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디젤 라인업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디젤의 힘, 높은 압축비와 긴 피스톤 스트로크


디젤 엔진은 1897년 독일의 공학자 루돌프 디젤이 발명했다. 가솔린 엔진과 작동 방식이 다르다. 가솔린은 공기와 연료 혼합물을 압축한 후 점화 플러그로 불꽃을 튀겨 폭발시킨다. 하지만 디젤은 공기와 연료를 스스로 불이 붙을 정도로 강하게 압축한다.

이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압축비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보다 훨씬 높은 압축비를 사용한다. 피스톤이 실린더 안의 공기를 더 세게 누르는 것이다. 또한, 피스톤이 움직이는 거리가 더 길다. 이 두 가지 특징 덕분에 디젤 엔진은 힘이 좋다. '토크(Torque)'가 높기 때문이다. 무거운 짐을 싣거나 견인할 때 특히 효과적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디젤은 장거리 트럭과 픽업트럭에 주로 쓰였다. 포드, GM, 램은 1000lb-ft(약 138kg·m)가 넘는 토크를 내는 디젤 엔진 픽업트럭을 내놓기도 했다. 토요타조차도 일부 시장에서 픽업트럭과 SUV에 디젤 엔진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BMW 520d이미지 확대보기
BMW 520d


'일꾼'의 몰락, 디젤게이트와 환경 규제


디젤 엔진의 큰 단점은 배기가스다. 환경과 인체 건강에 해롭다. 디젤 배기가스에는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가 많이 들어있다. 이는 스모그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조사들은 여러 기술을 도입했다.

선택적 촉매 환원(SCR)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요소수라는 액체를 사용해 질소산화물을 중화시킨다. 디젤 미립자 필터(DPF)는 미세먼지를 걸러낸다. 배기가스 재순환(EGR)도 있다. 배기가스 일부를 다시 엔진으로 보내 연소 온도를 낮춘다. 이는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디젤게이트 스캔들의 핵심은 이 EGR 시스템에 있었다. 폭스바겐 그룹은 '눈속임 장치(Defeat Device)'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테스트 시점을 감지해 배기가스 시스템을 정상 작동하게 했다. 평소에는 성능과 연비를 높이기 위해 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했다.

이 스캔들로 폭스바겐 그룹은 수백억 달러의 벌금과 보상금을 냈다. 1100만 대 이상을 리콜했다. 하지만 더 큰 영향은 따로 있었다. 디젤의 환경적 단점에 대한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이후 배출가스 규제는 더욱 강화됐다. 유럽의 여러 도시들은 노후 디젤 차량의 진입을 막는 '저공해 지역'을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디젤 대신 다른 선택지를 찾기 시작했다.

수소와 전기차, 대안은 이미 여기에


지난 수십 년간 디젤은 효율성, 강력한 토크, 내구성 때문에 사랑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가솔린-전기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가 이러한 장점을 뛰어넘는다.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디젤 차량에는 복잡하고 값비싼 배기가스 처리 시스템이 필수적이 됐다. 이로 인해 디젤차 가격은 오르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는 점점 더 저렴해지고 있다.

장거리 운송 분야에서는 수소가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다임러트럭, 현대, 볼보 등 주요 트럭 제조업체들은 이미 배터리 전기와 수소 연료 전지를 결합한 트럭을 개발 중이다. 토요타도 2035년경 수소가 디젤을 대체할 것으로 본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트라이젠(Tri-Gen)' 시설은 바이오가스를 이용해 재생 가능한 수소와 전기를 생산한다. 이는 장거리 운행에 적합한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산업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광산용 차량도 예외가 아니다. 광산 차량은 거대하지만, 환기가 제한된 공간에서 움직인다. 전기, 연료전지 등 저공해 동력원이 큰 이점을 제공한다. 호주 광산업체 포테스큐(Fortescue)는 윌리엄스 F1팀의 기술 부문을 인수했다. 포테스큐 제로(Fortescue Zero)라는 이름으로 완전 전기 광산 트럭을 개발 중이다.

토요타 랜드크루저 (Toyota Land Cruiser)이미지 확대보기
토요타 랜드크루저 (Toyota Land Cruiser)


디젤의 몰락, 예상보다 더 빠를 수 있다


점점 더 강화되는 배기가스 규제 속에서 새로운 디젤 모델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EU는 여전히 가장 큰 디젤 시장이지만, 2014년 50%에 달했던 디젤 판매 점유율은 13.6%까지 떨어졌다. 이는 전기차 판매량보다 1% 낮은 수치다. 현재 추세라면 이 수치가 0에 가까워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중국처럼 신흥 시장도 디젤 같은 오염 기술을 건너뛰고 바로 전기차나 수소차, 천연가스 차량을 도입하는 추세다. 이는 디젤의 종말을 더욱 앞당길 수 있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저작권자 © 글로벌모빌리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