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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최고 혹은 무(無)”… 메르세데스-벤츠, 140년간 완벽을 향한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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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최고 혹은 무(無)”… 메르세데스-벤츠, 140년간 완벽을 향한 질주

기술을 넘어 문화가 된 별, 벤츠의 끝없는 도전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7-15 07:39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 사진=메르세데스-벤츠이미지 확대보기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를 발명한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를 설명하는 수많은 수식어 중 이보다 명확한 것은 없다. 대부분 브랜드가 자동차 역사의 일부라면, 벤츠는 ‘역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칼 벤츠가 1886년 특허를 낸 ‘모터바겐(Patent Motorwagen)’은 최초의 자동차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벤츠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그들이 단지 첫 번째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이후의 끊임없는 완벽주의,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일종의 ‘자동차 문화’에 더 큰 이유가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식 모토는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Das Beste oder nichts)’이다. 창립 초기부터 벤츠는 모든 기술과 디자인에 있어 가장 완벽한 상태만을 추구했다. 최초의 자동차 이후 그들이 선보인 거의 모든 신기술은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ABS, 에어백, ESP 등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안전기술의 상당수는 벤츠의 엔지니어들이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벤츠의 기술적 진보는 단지 더 빠르고 강력한 차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궁극의 목적은 인간의 안전과 편의였다. 메르세데스가 1950년대부터 자체적으로 ‘충돌 테스트’를 수행한 사실은 당시 기준으로는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당시만 해도 자동차는 ‘안전’보다는 ‘성능’과 ‘스타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벤츠는 일찌감치 ‘안전’을 브랜드의 핵심 철학으로 설정했다.

이는 1980년대 중반의 S클래스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S클래스는 업계 최초로 운전석 에어백과 ABS를 기본 사양으로 장착했으며, 이는 타 제조사들이 따라가기 시작한 기술적 혁신이었다. 이후 ESP(차체자세제어장치)를 최초로 양산차에 적용한 것도 벤츠였으며, 최근의 자율주행 보조기술 역시 가장 앞서 개발하고 상용화한 브랜드 중 하나다.

하지만 벤츠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사실 기술적으로 우수한 차는 여럿 있지만, 벤츠가 독보적인 이유는 그들이 구현하는 고급스러움의 ‘기준’ 자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흔히 “이 차, 벤츠 같네”라는 표현은 더이상 벤츠가 아니어도 쓰인다. 벤츠는 기술을 넘어 하나의 문화와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고급 자동차의 대명사로서, 벤츠의 로고인 삼각별은 차량을 넘어 프리미엄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벤츠의 고급스러움은 특히 실내에서 두드러진다. 자동차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업계 표준을 제시한 것도 벤츠였다. 가죽과 우드, 금속 소재의 완벽한 조화,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된 시트,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는 단순히 보기 좋고 편리한 차원을 넘어 인간 중심적 경험을 제공한다. 최신 EQ 시리즈 전기차의 하이퍼스크린이나,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의 앰비언트 라이트와 같은 디테일은 이제 모든 제조사가 벤치마킹하는 대상이 됐다.

이러한 메르세데스-벤츠의 독특한 기준은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뿐 아니라, 차를 소유하는 사람들까지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벤츠 소유주는 차를 구매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담고 있는 역사를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 센터는 전 세계의 클래식카 소유자들이 자신의 차량을 유지,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역사를 공유하는 공동체를 만든다.

그러나 벤츠는 역사와 전통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 들어 벤츠는 전동화와 지속 가능성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브랜드로 변신하고 있다. EQ 브랜드로 대표되는 벤츠의 전기차 라인업은 기존의 벤츠 팬뿐 아니라 젊은 세대까지 사로잡고 있다. 이들은 전기차가 단순히 환경을 위한 선택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럭셔리를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EQS, EQE와 같은 모델은 ‘전기차 시대의 S클래스’라는 별칭을 얻으며, 또 한 번 산업의 새로운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벤츠는 또한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화하고, 2030년까지 전 라인업을 순수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지속 가능한 소재 개발, 배터리 기술 고도화, 재생 가능한 에너지 활용 등에서도 가장 앞선 투자를 진행 중이다.

벤츠의 이러한 진화는 전통적 소비층과 새로운 소비층을 모두 만족시키는 전략적 행보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오래된 역사만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브랜드로서 벤츠의 존재감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마이바흐 제플린 DS8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마이바흐 제플린 DS8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AMG, 마이바흐 그리고 레이싱 DNA까지… 벤츠의 세계관 확장

메르세데스-벤츠는 하나의 브랜드가 아니라 여러 얼굴을 가진 복합적인 아이콘이다. 기술과 럭셔리를 상징하는 기본 라인업 외에도 고성능의 ‘AMG’, 초호화 럭셔리의 ‘마이바흐(Maybach)’, 그리고 F1 레이싱에서 시작된 퍼포먼스 DNA까지 함께 담고 있다. 벤츠는 각 영역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프리미엄을 정의하고, 이를 하나의 브랜드 세계관 속에 녹여냈다.

그중에서도 ‘AMG’의 존재감은 단연 특별하다. 본래 AMG는 1967년 설립된 독립된 튜닝 업체였고, 창립자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히트와 에르하르트 멜허, 그리고 그들의 고향 그로스아스파흐의 첫 글자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 당시 AMG는 일반 벤츠 차량에 엔진 튜닝과 서스펜션 개조를 통해 성능을 극대화하는 작은 업체였다. 그러나 그들은 단지 성능을 올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AMG는 일반 세단을 슈퍼카급 성능을 가진 머신으로 탈바꿈시키는 ‘마법 같은 능력’을 가진 회사로 빠르게 유명해졌다.

특히 1986년 AMG가 선보인 ‘해머(Hammer)’로 불리는 300E 기반의 튜닝 모델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세단 중 하나로 평가받았고, 당시 페라리나 포르쉐와 맞먹는 성능을 자랑했다. 이후 메르세데스-벤츠는 AMG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1999년 정식으로 AMG를 브랜드 내 고성능 부문으로 합병했다.

현재 AMG는 단순한 퍼포먼스 브랜드를 넘어 벤츠의 핵심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AMG는 엔진을 단순히 튜닝하는 것을 넘어, 자체 개발한 고성능 엔진, 완전히 독자적인 파워트레인을 제공하며 별도의 모델까지 생산하고 있다. 오늘날 AMG는 A클래스부터 S클래스, 심지어 SUV와 전기차 라인업 EQ 모델까지 폭넓게 적용되며 브랜드의 성격을 보다 역동적이고 젊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벤츠가 가진 또 하나의 얼굴인 ‘마이바흐’는 벤츠가 지향하는 궁극의 럭셔리와 장인정신을 상징한다. 본래 마이바흐는 1909년 설립된 독일의 독립 자동차 제조사였지만, 메르세데스-벤츠가 브랜드를 인수해 초호화 라인업을 구축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라인업은 S클래스를 기반으로 한 초대형 세단 및 SUV를 중심으로 극한의 고급스러움과 편안함을 제공한다.

마이바흐는 자동차 인테리어에 대해 업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수준을 구현해왔다. 최고급 가죽, 정교한 우드 트림, 개인화된 시트 포지션 조절, 그리고 초현실적인 편안함까지 모든 면에서 럭셔리의 개념을 다시 정의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는 전통적인 SUV가 아닌 움직이는 궁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럭셔리 SUV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AMG와 마이바흐의 존재는 벤츠가 추구하는 명확한 전략적 목표를 반영한다. AMG는 벤츠의 퍼포먼스 지향적 소비층을 흡수하고, 마이바흐는 벤틀리나 롤스로이스 등과 경쟁하며 최상위 소비층을 타겟으로 한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벤츠는 단일 브랜드로 다양한 시장을 점유할 수 있게 됐으며, 브랜드 정체성도 한층 다층적이고 강력하게 확장했다.

모터스포츠와의 연결성도 빼놓을 수 없는 벤츠의 핵심 정체성이다. 사실 메르세데스-벤츠는 자동차 역사의 시작과 함께 모터스포츠에서도 가장 중요한 브랜드 중 하나였다. 20세기 초반 그랑프리 시절부터 최근의 포뮬러 원(F1)까지, 벤츠는 끊임없이 레이싱을 통해 자신의 기술을 증명해왔다.

특히 1950년대 후안 마누엘 판지오와 함께한 F1 우승, 그리고 최근 루이스 해밀턴과 함께한 현대 F1 역사의 전성기 등 벤츠는 늘 최고의 팀으로 평가받아왔다. 벤츠는 모터스포츠에서 얻은 기술을 적극적으로 양산차에 적용하며, 이를 통해 브랜드 전체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해왔다. 터보 엔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공기역학 설계 등 현재 벤츠 양산차의 주요 기술 상당수는 모터스포츠에서 출발했다.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팀은 하이브리드 터보 엔진 시대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며 F1 역사상 가장 지배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그리고 그 성과는 고스란히 AMG와 EQ 브랜드 등 벤츠의 양산차 기술로 전환되며 브랜드의 신뢰성을 더욱 강화했다.

결국 메르세데스-벤츠는 단지 자동차를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다. 그들은 완벽에 가까운 기술을 추구하는 동시에, 다양한 브랜드 라인업을 통해 각기 다른 형태의 럭셔리와 퍼포먼스를 구현하며 자동차 문화 전체를 리드하고 있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벤츠의 신념은 기술과 디자인, 브랜드 전략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다.

이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 메르세데스-벤츠는 단순한 브랜드 이상의 상징이 되었다. 자동차 역사와 문화, 그리고 미래 모빌리티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아이콘으로서, 벤츠는 140년간 그랬듯 앞으로도 쉬지 않고 달릴 것이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그들의 신념은 여전히 유효하며, 앞으로의 100년 동안도 자동차의 기준은 여전히 메르세데스-벤츠가 될 것이다.
디 올-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L 680 모노그램 시리즈(레드 앰비언스)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디 올-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L 680 모노그램 시리즈(레드 앰비언스)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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