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내수 시장의 과잉 경쟁을 돌파하기 위한 출구 전략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중 호주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호주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2019년 1.7%에 불과했으나, 2025년 기준 약 17%까지 확대됐다. 코로나19 이후 불과 몇 년 만에 10배 성장한 수치다. 현지 자동차 시장에서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가 현지 생산을 중단하며 생긴 공백을 중국 브랜드들이 빠르게 채운 결과로 분석된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중국산 차량의 비중이 더욱 두드러진다. 2025년 호주에서 판매된 전기차 가운데 77%는 중국에서 생산된 모델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중국 브랜드뿐 아니라 테슬라 등 글로벌 브랜드의 중국 생산 차량도 포함된다. 순수 중국 브랜드만 놓고 봐도 22개 브랜드가 30종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호주 전기차 시장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장에서는 BYD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BYD는 호주 PHEV 시장에서 판매 점유율 68%를 기록했고, 전기 SUV ‘실라이언 7’은 출시 첫해에 테슬라 모델 Y에 이어 전기차 판매 2위에 올랐다. 픽업트럭 시장에서도 BYD는 개인 소비자 대상 모델 ‘샤크’를 1만5564대 판매하며 토요타 힐럭스(1만2529대)를 앞질렀다.
이 같은 성과는 과거 중국 브랜드들이 겪었던 실패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그레이트월모터스(GWM)는 2009년 호주 진출 초기 품질 논란을 겪었지만, 이후 SUV·픽업·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며 현재는 호주 내 판매 7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체리는 안전성과 품질 문제로 2015년 철수한 뒤 2023년 재진출했으며, 이후 판매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호주 시장의 개방성이 중국 브랜드 확장의 전제 조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호주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별도의 수입 제한이나 고율 관세를 두지 않고 있다. 반면 캐나다는 중국산 차량의 유입을 허용하되, 연간 물량에 상한을 두는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관리하고 있다. 캐나다는 초기 4만9000대까지 6% 관세를 적용하고, 이후에도 최대 7만 대로 수입 물량을 제한할 계획이다.
한국 시장은 호주와 캐나다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식적인 수입 물량 제한은 없지만, 엄격한 인증 기준과 소비자들의 사후 서비스 기대 수준, 국내 완성차 브랜드의 높은 내수 점유율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BYD, 지커를 시작으로 체리 등 중국 브랜드들의 한국 진출 가능성은 거론되고 있으나, 본격적인 판매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호주 사례가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무제한적인 시장 확대가 쉽지 않다는 점도 함께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단순한 물량 수출을 넘어, 장기적인 서비스·유통망 구축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