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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자율주행 다음은 휴머노이드, 완성차 업계의 로봇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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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자율주행 다음은 휴머노이드, 완성차 업계의 로봇 전쟁

자동차 제조사들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현황과 상용화 전략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9-30 09:05

한 미국인이 테슬라 옴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과 함께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 사진=테슬라이미지 확대보기
한 미국인이 테슬라 옴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과 함께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 사진=테슬라
왜 자동차 회사들이 사람 닮은 로봇에 꽂혔을까? 한편으론 자동차를 만들던 기술을 확장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로봇을 만들어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 같은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자리한다. 또한, 자율주행 AI 기술 등 차량 개발에서 쌓은 소프트웨어 역량을 로봇에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다. 자동차 업계의 휴머노이드 도전 현황을 주요 업체별로 들여다본다.

테슬라 – 사람 친구부터 공장 인부까지 꿈꾸는 ‘옵티머스’

전기차로 자동차 산업에 파란을 일으킨 테슬라가 이번에는 인간형 로봇 ‘테슬라 봇 옵티머스’(Optimus)로 또 한 번의 혁신을 노린다. 일론 머스크는 2021년 8월 AI 데이 행사에서 이 로봇 계획을 전격 발표하며 직접 무대에 사람을 로봇처럼 분장시켜 등장시키는 깜짝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당시에는 실제 로봇 없이 아이디어만 내놓은 터라 업계의 반신반의가 컸지만, 1년 뒤인 2022년 AI 데이에서 마침내 초기 프로토타입이 공개됐다. 코드네임 ‘범블 씨(Bumble C)’로 불린 첫 시제품은 다리에 전선이 드러난 채 겨우 무대 위를 걸어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머스크는 “우리 로봇은 기존 연구용 휴머노이드와 다르게 대량생산을 염두해 두고 있다”고 강조하며, 자동차에 쓰이는 것과 동일한 자율주행 컴퓨터와 배터리 기술을 로봇 두뇌와 몸체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옵티머스는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FSD)용 AI 소프트웨어와 비전 카메라 기술을 이식해 사람같이 주변을 인지하고 움직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진화 과정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이미지 확대보기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진화 과정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현대자동차 – ‘로봇 명가’ 인수하고 공장에 사람형 로봇 투입

국내 자동차 업계 중 로보틱스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단연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2020년 미국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를 인수하며 화제를 모았다. 현대차 정의선 회장이 개인 자금까지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했을 정도로 미래 로봇 사업에 힘을 준 결과였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뛰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 네 발로 뛰어다니는 ‘스팟(Spot)’ 로봇개 등으로 유명하다. 인수 당시만 해도 “왜 자동차 회사가 춤추는 로봇을 사나” 하는 의아함이 있었지만, 불과 몇 년 만에 현대차는 자사 자동차 공장에 아틀라스를 투입하는 계획을 현실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 10월부터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서 아틀라스의 현장 테스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생산 공정에 사람형 로봇을 들이는 세계 첫 사례로 주목된다.

토요타 T-HR3 사진=토요타이미지 확대보기
토요타 T-HR3 사진=토요타

토요타 – 20년 로봇 연구 내공, AI로 승부수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자동차 업체 중에서도 일찍부터 휴머노이드 연구에 뛰어든 선구자다. 이미 2005년 아이치 엑스포에서 트럼펫과 드럼을 연주하는 인간형 로봇을 공개해 관람객들을 즐겁게 했고, 2017년에는 3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T-HR3를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T-HR3는 원격 조종을 통해 사람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도록 설계된 로봇으로, 정교한 토크 제어 모터와 마스터 조종장치를 개발해 사람이 VR 고글과 특수장갑을 끼고 움직이면 로봇이 실시간으로 같은 동작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악력의 미세한 차이까지 손끝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섬세한 원격 촉감 피드백 기술도 접목됐다고 한다. 토요타는 최근 AI 기술과의 접목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2024년 보스턴다이내믹스-현대차와의 협력에서 볼 수 있듯, 토요타 산하 TRI(Toyota Research Institute)가 자체 개발한 로봇 학습용 AI 모델을 외부와 적극 공유하며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혼다 – 전설의 아시모에서 ‘아바타 로봇’의 길로

혼다는 세계 최초의 실용적인 이족보행 로봇으로 불리는 ‘아시모(ASIMO)’를 탄생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130cm 키의 귀여운 우주인 같은 모습으로 혼다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마스코트가 되었지만, 2018년 혼다는 아시모 개발을 공식 종료했다. 20년 넘는 연구에도 상용 제품으로 이어지지 못하자 전략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이후 혼다는 재난 대응 로봇과 “아바타 로봇”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아바타 로봇이란 사용자가 VR 고글과 특수장갑을 끼고 원격지의 로봇을 움직여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활용하는 개념을 말한다. 혼다는 이를 “4차원 이동성(4D mobility)”, 즉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분신을 보낸다는 비전으로 명명했다.

BMW Figure 02 사진=피겨이미지 확대보기
BMW Figure 02 사진=피겨

BMW – 스타트업 로봇과 손잡고 공장 자동화 실험

BMW는 미국 스타트업 피겨(Figure)와 손잡고 2024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스파턴버그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Figure 02를 시험 투입했다. 로봇은 금속 부품을 정밀하게 조립하며 기존 생산시스템과의 호환성, 작업자와의 협업 가능성을 검증했다. BMW는 아직 파일럿 단계지만,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에 대비해 장기적으로 로봇을 사람과 함께 쓰는 미래형 공장을 준비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휴머노이드 로봇 '아폴로' 사진=메르세데스-벤츠이미지 확대보기
메르세데스-벤츠 휴머노이드 로봇 '아폴로'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 –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공장에 로봇 도우미 배치

벤츠는 미국 스타트업 앱트로닉(Apptronik)에 투자하고 휴머노이드 아폴로(Apollo)를 베를린 공장에 투입했다. 현재는 부품 상자 운반 등 단순 업무를 맡고 있으며, 공장 직원이 직접 교육해 데이터를 학습시킨 뒤 자율 동작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이다. 벤츠는 이를 글로벌 디지털 생산 플랫폼 MO360과 연계해 사람-로봇 협업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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