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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의 무대, 바뀌는 판도’…글로벌 車 전쟁 속 떠오를 한국, 흔들리는 강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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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의 무대, 바뀌는 판도’…글로벌 車 전쟁 속 떠오를 한국, 흔들리는 강자들

APEC 정상회의, 자동차 패권 구도 변화의 '시험대' 될 전망
한국 존재감 커지고, 미국·중국·유럽의 이해 충돌
토요타·테슬라·BYD·현대의 4강 구도 부상 예상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11-02 07:44

수소전기차 넥쏘 사진=현대자동차이미지 확대보기
수소전기차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 기술이 점점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뒤흔드는 가운데, 전통 강자들이 흔들리고 새로운 주자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도 그 흐름은 명확히 드러났다. 글로벌 공급망, 무역 질서,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 속에 한국은 외교 무대와 산업 현장에서 동시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이제 네 개의 축으로 설명된다. 기술로 승부하는 테슬라와 토요타, 물량 공세로 시장을 키우는 BYD와 현대차. 미국과 유럽은 무역장벽과 환경규제를 카드로 꺼내 들었고, 중국은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한국은 정교한 기술력과 외교력을 동시에 무기로 삼고 있다.

과거 전기차 시장의 단일 지배자였던 테슬라는 최근 BYD의 추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율주행 기술과 전용 플랫폼이라는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중심의 전략으로 여전히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고 있지만 전기차 전환 속도에서는 뒤처졌다는 평가도 따른다.

중국의 BYD는 로컬 시장을 기반으로 이미 글로벌 시장 점유율 상위권에 올랐으며, 아시아·남미·유럽 등 신흥시장 진출도 빠르게 전개하고 있다. 한국의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수소차 양쪽 모두에서 기술력과 판매량을 겸비하며 조용하지만 강력한 추격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2025년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전기차·수소차·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기술력과 외교력을 동시에 부각시켰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G90/G80 EV, 수소전기버스 ‘유니버스 H2’ 등 192대의 친환경 의전 차량을 제공하며 국제 무대에 ‘K-모빌리티’를 전시했다. ‘스마트모빌리티 포럼’과 ‘자동차산업 대화(Automotive Dialogue)’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안전기술, 수소 기반 모빌리티, 자율주행 기술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한국, 캐나다, 베트남 등과의 기술 협력 MOU 체결도 이어지며, 한국의 기술력이 외교적 자산으로 활용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동차 산업 주도권 경쟁은 산업을 넘어 외교와 통상 정책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배터리에 대한 관세 강화로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섰고, APEC 회의 직전 한국과는 자동차 관세 인하(25%→15%)에 전격 합의하며 우군 확보에 나섰다.

유럽은 유로앤캡, 탄소중립법 등 ‘친환경 규제’를 무기로 사용했지만, 이로 인한 비용 부담과 내수 침체로 자국 산업에도 타격을 입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기 살을 깎아먹는 전략"이라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온다.

이번 APEC을 통해 드러난 건, 자동차 산업은 더 이상 기술력만으로 승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통상정책, 공급망 안정성, 국가 간 협력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히 반도체, 희토류, 배터리와 같은 핵심 소재의 수급 문제는 전기차 패권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밝혔고, 미국은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일부 완충 조치를 시사했다, 한국은 공급망 회복력과 다자협력을 강조하며 중심국가로서의 입지를 넓혔다.

경주의 외교무대는 글로벌 자동차 전쟁의 최전선에서, 한국은 전략적 조정자이자 기술 선도국으로 자신을 증명했다. 격변하는 시장 속, 이제 세계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 외교·산업·환경이 얽힌 복합 게임에 돌입했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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