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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시대 반영한 美 워즈오토 '10대 엔진'… 하이브리드·EV 9개, V8 단 1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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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시대 반영한 美 워즈오토 '10대 엔진'… 하이브리드·EV 9개, V8 단 1대

전동화 물결 속 31년 전통의 변화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9-30 18:33

쉐보레 5.5 V8 트윈터보 엔진 사진=쉐보레이미지 확대보기
쉐보레 5.5 V8 트윈터보 엔진 사진=쉐보레
미국의 자동차 전문 매체 ‘워즈오토(WardsAuto)’가 올해도 ‘10대 엔진 & 동력시스템(10 Best Engines & Propulsion Systems)’을 발표했다. 1995년부터 매년 최고의 자동차 파워트레인을 선정해온 이 시상은 “자동차 파워트레인 기술 분야의 오스카상”으로 불릴 만큼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전동화 흐름에 맞춰 2019년부터는 수상 부문 명칭을 ‘10대 엔진’에서 ‘10대 엔진 및 동력시스템’으로 변경해 내연기관뿐 아니라 전기모터를 포함한 모든 파워트레인을 아우르고 있다. 올해로 31회째를 맞은 2025년 시상 결과는 그 명칭 변경의 의미를 여실히 보여준다. 최종 선정된 10대 파워트레인 중 9대가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 구동이며, 순수 내연기관 엔진은 단 하나뿐이었다.

워즈오토 측은 “31년 역사상 처음으로 수상작의 90%가 부분 또는 완전 전동화 파워트레인”이라며, 하이브리드와 전기구동이 주류가 되었음을 강조했다. 워즈오토 어워드 프로그램 매니저이자 심사위원인 크리스티 슈바인스버그(Christie Schweinsberg)는 “완전 전기차로의 급속한 전환 일정이 늦춰지는 가운데, 미국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전동화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특히 하이브리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하이브리드 차량들이 성능과 효율, 가치의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기술적으로도 복잡도를 높여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해, 전동화 시대의 과도기적 해법으로서 하이브리드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이번 시상에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신차들의 다양한 파워트레인이 후보로 올라 경쟁했다. 총 28개의 파워트레인이 엔트리로 제출되었는데, 그 중 20개(전기차 10종, 하이브리드 10종)에 달하는 모델이 이미 전동화 파워트레인이었을 정도로 변화가 뚜렷했다.

워즈오토 심사위원단은 이들 후보 차량을 직접 주행 테스트하며 출력, 토크, NVH(소음·진동·마찰), 연비/효율, 신기술 적용도 등을 종합 평가해 최종 10개의 우승 파워트레인을 선정했다. 참고로 워즈오토는 10대 엔진에 대해 순위를 매기지 않고 알파벳순 등으로 동등하게 발표하며, 올해도 상위 10개 파워트레인 모두를 공동 수상작으로 다뤘다

2025년 ‘10대 엔진 & 동력시스템’ 수상 목록

올해 워즈오토 10대 엔진 및 동력시스템에 이름을 올린 10개의 파워트레인은 아래와 같다. 하이브리드(HEV/PHEV)와 전기차(EV)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순수 내연기관으로는 단 하나의 V8 엔진이 포함됐다:

BMW M5 – 4.4L V8 트윈터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BMW의 차세대 M5 스포츠 세단은 4.4리터 트윈터보 V8 엔진에 전기모터를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다. 이 시스템의 합산 출력은 약 717마력으로, 현존 BMW 양산차 중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이로써 BMW는 전동화 기술로도 V8 특유의 성능을 한층 끌어올려, 자사 플래그십 스포츠세단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참고로 동일 시스템을 사용하는 XM SUV의 최고출력은 738마력에 달한다.

쉐보레 콜벳 ZR1(Chevrolet Corvette ZR1) – 5.5L V8 트윈터보 (LT7): 올해 유일하게 선정된 순수 내연기관 엔진으로, 8기통의 저력을 과시한다. 쉐보레의 차세대 콜벳 ZR1에 탑재된 5.5리터 플랫플레인 크랭크 V8 트윈터보 엔진은 무려 1,064마력과 1120Nm(828 lb-ft) 토크를 출력하며, 양산차 기준 미국 역대 최강의 V8 엔진으로 평가된다. 이 엔진만으로 0→60마일(약 96km) 가속 2.3초, 최고속도 233마일(약 375km/h)의 경이적인 성능을 실현하여, 전동화 없이도 하이퍼카 수준의 퍼포먼스를 입증했다. 워즈오토는 이 LT7 엔진을 “모든 면에서 화끈한(powertrain is a barnburner)” V8이라고 평하며, **“대형 볼베어링 터보차저(지름 76mm) 두 개를 단 괴물 엔진”**으로 묘사했다.

Dodge Charger Daytona – 전기구동 시스템 (BEV): 닷지 브랜드가 머슬카의 전통을 잇기 위해 내놓은 차저 데이토나 전기차의 구동계가 수상 목록에 포함됐다. 스캣 팩(Scat Pack)이라 불리는 고성능 사양의 듀얼 전기모터 AWD 시스템으로, 최대 670마력을 발휘한다. 전통적인 미국식 머슬카의 디자인과 사운드(인공 배기음 시스템 “프라츠소닉(Fratzonic)” 탑재)까지 구현하며 전기차 시대의 머슬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점을 인정받았다.

Ford F-150 Hybrid – 3.5L V6 터보 하이브리드(HEV): 포드의 베스트셀링 픽업 F-150의 파워부스트(PowerBoost) 하이브리드 V6 엔진도 2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3.5L 에코부스트 V6 엔진에 전기모터를 통합해 약 430마력(시스템 합산)을 내며, 픽업트럭 특유의 견인 능력과 적재 중량을 유지하면서도 연비를 크게 향상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파워트레인은 2021년 첫 선을 보인 이후 진화를 거듭하며, 워즈오토 2024년에도 수상한 바 있는 “재호명” 파워트레인이다.

Honda Civic e:HEV – 2.0L I4 하이브리드(HEV): 혼다는 2025년형 시빅을 통해 10년 만에 북미 시장에 하이브리드 시빅을 부활시켰고, 그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2.0L 직렬4기통+전기모터)으로 올해 10대 엔진에 선정됐다. 시스템 출력 약 200마력으로 동급 최고 수준의 연비와 경쾌한 주행감을両立해, 2024 북미 올해의 차에 오르는 등 호평받은 파워트레인이다. 이로써 혼다의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2023년 어코드, 2024년 시빅에 이어 3년 연속 워즈오토 수상을 이어갔다.

Hyundai Ioniq 9 – 전기구동 시스템 (BEV):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3열 전기 SUV 아이오닉 9 역시 올해 최고의 동력시스템으로 뽑혔다.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 기반의 듀얼 또는 트리플 모터 구동계를 갖추고,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 약 532km(EPA 기준 335마일까지)와 뛰어난 가속 성능을 구현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노멀 모드에서도 초기 응답이 경쾌하고, 스포츠 모드에선 한층 강렬한 추진력을 느낄 수 있다”는 심사평을 받을 정도로 대형 SUV임에도 민첩한 성능을 자랑한다. 참고로 현대차그룹의 E-GMP 기반 전기차들은 2022 아이오닉5, 2023 아이오닉6, 2024 아이오닉5 N에 이어 2025 아이오닉9까지 4년 연속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전동화 기술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Lexus LX 700h – 3.4L V6 트윈터보 하이브리드(HEV): 렉서스의 플래그십 SUV LX도 사상 처음 하이브리드 모델(일명 “700h”)을 투입하여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토요타 i-Force Max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3.4L V6 트윈터보 하이브리드는 최고출력 약 457마력에 달하며, 거구의 럭셔리 SUV에 충분한 힘과 향상된 연료 효율을 동시에 제공한다. 오프로드 주행과 견인을 중시하는 LX의 성격에 맞게, 모터의 즉각적인 토크로 주행 성능을 높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Lucid Gravity – 전기구동 시스템 (BEV): 미국 루시드 모터스의 신형 전기 SUV 그래비티(Gravity)의 파워트레인은 올해 최고 성능 EV 부문을 대표한다. 최고출력 828마력에 달하는 듀얼모터 AWD 시스템으로, 대형 3열 SUV임에도 슈퍼카급 성능을 발휘한다. 루시드 에어 세단에서 입증된 최첨단 배터리·모터 기술을 SUV에 적용해 한층 높은 실용성과 주행거리(약 400마일 이상 예상)를 겸비한 점이 심사위원들의 이목을 끌었다. 전통 럭셔리 브랜드들이 전기 SUV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가운데, 루시드의 혁신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Mercedes-AMG E53 – 3.0L I6 터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서브브랜드 AMG가 선보인 신형 E53 역시 파워트레인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직렬 6기통 3.0L 터보 엔진에 전기모터를 결합한 PHEV 시스템은 합산 577마력의 높은 출력을 발휘하며, 부드러운 직렬6 엔진 특유의 회전질감과 전기모터의 즉각적인 토크를 동시에 구현한다. 메르세데스는 이미 AMG S클래스 등에 V8 PHEV를 도입한 바 있는데, 이 E53 시스템은 다운사이징된 6기통으로도 준수한 효율과 V8에 필적하는 성능을 양립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Nissan Leaf – 전기구동 시스템 (BEV): 닛산 리프는 세계 최초의 양산 전기차 중 하나로 2010년대 전동화 시대를 연 주역이다. 그 신형 2026년형 리프에 적용된 개선된 전기 파워트레인이 올해 워즈오토 리스트에 포함되었다. 구체적인 출력 수치보다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입문형 전기차로서 안정된 성능과 사용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킨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배터리 효율 개선과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 등을 통해, 오랜 시간 꾸준히 진화해온 리프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평이다.

가성비 대표 슈퍼카 쉐보레 콜벳 ZR1 사진=쉐보레이미지 확대보기
가성비 대표 슈퍼카 쉐보레 콜벳 ZR1 사진=쉐보레

V8의 희귀해진 위상, 시대의 상징

올해 리스트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역시 V8 엔진의 부재다. 과거 워즈오토 10대 엔진 명단에는 자연흡기 V8이나 대배기량 엔진들이 단골로 등장했지만, 이제 순수 내연기관만으로 상을 받은 것은 콜벳의 5.5L V8 단 하나에 그쳤다. 워즈오토 측은 이를 두고 “31년 역사상 가장 적은 순수 내연기관 수상”이라고 언급하며 시대의 변화를 짚었다. 배출가스 규제와 전동화 전환 압박으로 점점 설 자리를 잃는 V8 엔진의 희귀해진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심사위원은 “이제 다른 가솔린 엔진이 리스트에 없는 현실이 놀랍지만, 업체들이 가능할 때까지 이렇게 강력한 엔진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고무적”이라며 변화 속의 균형을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전기모터와 배터리로 구동되는 EV 파워트레인들은 성능 면에서 예전 V8 스포츠카들을 뛰어넘는 수준에 도달했다. 올해 후보에 오른 10대의 전기차들 중 절반은 출력 600마력 이상을 발휘할 만큼 강력했고, 실제로 선정된 차저 데이토나(670마력)와 루시드 그래비티(828마력)는 웬만한 V8 슈퍼카를 능가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전동화 기술이 성능과 효율을 겸비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워즈오토 심사 기준에도 과거엔 가격 상한이 있을 정도로 “가성비”를 중시했으나 2021년 이후 가격 제한을 없애는 대신 혁신 기술과 효율, 성능 그 자체에 더 주목하고 있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들이 오히려 높은 평가를 받는 추세다.

올해 워즈오토 10대 엔진 선정작들은 알파벳 순서상 모두 동등하게 영예를 안았지만,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콜벳 ZR1의 V8 엔진에 특별한 환호를 보내는 분위기다. 대배기량 고성능 엔진의 마지막 보루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리스트에 오른 하이브리드·전기 파워트레인들은 각자 분야에서 놀라운 기술적 진보를 보여준다. 혼다의 소형차 하이브리드, 포드의 픽업트럭 하이브리드, 럭셔리 세단·SUV의 PHEV, 최첨단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전동화 솔루션들이 대거 인정받은 것은, 곧 자동차 업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한다. 내연기관의 향수를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워즈오토의 올해 결과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당연한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앞으로도 제조사들은 전동화와 엔진 기술을 접목한 혁신적인 파워트레인 개발을 통해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의 지형이 바뀌어도, 우수한 파워트레인을 향한 도전은 계속된다는 점을 올해 워즈오토 10대 엔진 리스트가 증명해주고 있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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