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자동차가 순수 전기차(EV)만으로 라인업을 채우겠다는 계획을 늦추기로 결정했다고 2일(현지 시각) Thenewswheel이 보도했다. 예상보다 더딘 EV 시장 성장 속도에 맞춰 현실적인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로 인해 볼보의 가솔린 엔진은 2030년대 후반까지 계속 생산될 전망이다.
한때 내연기관차(가솔린, 디젤차 등)를 가장 먼저 없애겠다고 공언했던 볼보의 이번 전략 수정은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주목할 만한 재조정으로 해석된다. 볼보는 여전히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지지한다. 하지만 기존의 낙관적인 전망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시장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
볼보의 결정은 최근 발표된 판매 데이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2025년 9월까지 볼보가 판매한 차량 중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배터리 전기차(BEV)의 비중은 44.2%에 그쳤다. 이는 볼보의 전기화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특히,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2024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량 역시 1% 줄었다.
볼보 CEO 호칸 사무엘손(Håkan Samuelsson)은 이러한 경기 둔화를 인정했다. 그는 "우리가 (내연기관의 종말을) 지시할 수는 없다"며 현실주의의 필요성을 내비쳤다. 그는 업계 전체가 약 10년 안에 전기차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내연기관 기술이 볼보의 중기 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볼보는 이제 제품 라인을 다음 단계로 이끌기 위해 하이브리드 기술에 집중한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주행 거리 연장 전기 자동차(EREV, 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다. EREV는 기존 하이브리드와 구동 방식이 다르다. 가솔린 엔진은 바퀴를 직접 굴리지 않는다. 엔진은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서만 작동한다.
사무엘손 CEO는 EREV 모델을 "백업 엔진이 장착된 전기 자동차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를 2세대 하이브리드 플랫폼으로 부른다.
주요 EREV 모델로는 곧 출시될 XC70이 있다. 이 SUV는 유럽과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XC70에는 최대 112마일(약 180km)의 전기 주행 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배터리가 탑재될 예정이다. (이 수치는 중국의 CLTC 기준이며 실제 유럽/미국 기준은 더 낮을 수 있다.)
또한 2028년경에는 노후화된 XC90의 대체 모델이 EREV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델은 약 100마일의 배터리 주행 거리를 목표로 한다. 이 방식은 크고 값비싼 배터리 팩 없이도 운전자가 주행 거리 불안을 해소하도록 돕는다.
새로운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장에 내놓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볼보가 EREV 및 고급 PHEV로 전환하는 데는 규제 및 기술적 문제로 인해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XC70과 같은 차량을 유럽에 출시하려면 지역 배기가스 배출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또한 진화하는 안전 표준을 충족하고,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같은 디지털 시스템을 차량에 통합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적 복잡성이 전환 속도를 늦추는 원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보는 지난해 단종한 디젤 엔진과는 달리 가솔린 엔진 제품을 계속 개선할 계획이다. 이러한 과도기적 기술은 앞으로 최소 15년 동안 볼보의 라인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