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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정상회의 의전차량, 브랜드 전략의 승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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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정상회의 의전차량, 브랜드 전략의 승부처

제네시스 G90부터 벤츠 S클래스·롤스로이스 팬텀까지
국가 위신을 올리는 ‘플래그십’ 모빌리티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11-04 09:05

제네시스 G90 사진=제네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제네시스 G90 사진=제네시스
글로벌 정상회의나 국제행사에서 정상들이 타고 등장하는 의전 차량은 단순한 운송수단을 넘어 한 나라 기술력과 위상을 상징한다. 각국은 안보·편의·친환경성을 고려해 자국 혹은 우호 브랜드의 최고급 모델을 동원하며, 이를 통해 자동차 브랜드들은 기술력을 과시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2025년 경주 APEC 회의의 제네시스 의전차를 비롯해 G20, 올림픽, 다보스포럼, 영국 왕실 행사 등에서 활약한 대표적 의전차 사례를 살펴본다.

제네시스 G80 사진=제네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제네시스 G80 사진=제네시스

APEC 2025 경주 정상회의 – 제네시스와 K-모빌리티의 전시

2025년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총 192대의 친환경 의전 차량을 제공했다. 여기에는 정상과 부인용 제네시스 G90 113대와 장관급용 G80 74대, 그리고 수소전기 대형버스 ‘유니버스 H2’ 3대 등이 포함됐다. 제네시스 G90은 전장 5.3m에 달하는 풀사이즈 리무진으로, 3.5ℓ 트윈터보 V6 엔진(최고출력 약 409마력)과 4륜구동을 갖추고 있다. 나파 가죽 시트와 22스피커 오디오,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최고급 편의·안전 장비가 기본 적용되어 VIP 의전용 세단으로 손색이 없다. 현대차는 이 행사를 통해 자사 플래그십 세단의 기술력을 부각시키며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자 했다. 특히 유니버스 수소버스는 대규모 이동수단 운용에서 배출가스 제로를 실현하며 회의의 친환경 이미지를 강화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APEC 의전 지원을 “K-모빌리티의 첨단 역량을 세계에 보여줄 기회”로 꼽았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가드 사진=메르세데스-벤츠이미지 확대보기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가드 사진=메르세데스-벤츠

G20 정상회의 – 독일 럭셔리 세단의 안보·위상

G20 등 정상회의에서는 독일제 럭셔리 세단이 전통적으로 애용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 Guard(경호용 방탄 모델)는 과거 독일 총리나 대통령의 대표 의전차였으며, 12기통 엔진과 강화된 차체로 최고 수준의 보안을 제공해 왔다. 최근에는 독일 연방정부가 BMW 7시리즈 프로텍션(방탄) 모델을 새 공식차로 채용하며 변화를 맞았다. BMW 7시리즈 프로텍션은 차체 골격을 강화한 360도 방탄 설계와 4.4ℓ V8 엔진(약 544마력)을 갖춰, 중무장 무장세력의 위협까지 대비할 수 있다. 이처럼 독일 두 거대 브랜드가 경합하면서 자국의 최신 자동차 기술력을 과시했다. 또한, 아우디 A8L 보안모델도 다수 국가의 정상 및 대통령용 차량으로 선택된다. 타이페이 타임즈에 따르면 실제로 대만은 이전까지 BMW 740Li를 사용했으나, 2016년부터 아우디 A8L(Armored)을 공식 차량으로 도입했다고 한다.

영국 총리들 역시 S클래스와 7시리즈를 섞어 쓰며 독일제 의전차의 안정을 선호한다. 각 브랜드는 최첨단 방탄·안전사양(다중 에어백, 런플랫 타이어, 충격 흡수 차체 등)을 내세워 안전 이미지를 강조하며,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세단 특유의 위엄 있는 자태로 전 세계 정상들에게 신뢰와 격식을 전달한다.

토요타 브랜드 수소차 미라이 사진=토요타이미지 확대보기
토요타 브랜드 수소차 미라이 사진=토요타

올림픽 – 친환경 기술과 국가 브랜드

올림픽 역시 주최국 혹은 파트너사 브랜드가 최첨단 차량을 동원하는 대표적인 행사다. 예를 들어 도쿄 2020 올림픽에서는 토요타가 공식 파트너로 약 3700대의 차량을 제공했는데, 이 중 약 90%가 전기·하이브리드·수소차량이었다. 토요타의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Mirai)’ 500여 대와 배터리 전기차 850여 대를 포함한 친환경 세단이 주요 이동 수단으로 쓰였으며, 전기 수송버스 ‘소라(Sora)’ 등도 투입되어 완전 무공해 교통 시스템을 실현했다. 이처럼 올림픽 공식 차량으로 참가한 브랜드는 환경과 안전을 어필하면서 동시에 자국의 기술력을 알리는 계기로 삼는다. 예컨대 토요타는 연료전지구동 시스템과 예방 안전기술을 강조하며 “올림픽 역사상 가장 저탄소 배출”을 목표로 했다. 다른 예로,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재규어 랜드로버가 하이브리드 스포츠카와 전기차를 지원해 영국의 친환경 기술 이미지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아우디 e-트론 GT 사진=아우디이미지 확대보기
아우디 e-트론 GT 사진=아우디

다보스포럼 – 아우디의 전기 셔틀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도 브랜드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다. 최근 다보스포럼에서는 아우디가 공식 셔틀 차량으로 100% 전기차량만을 제공했다. 2022년 포럼에서는 e-트론 GT 콰트로, Q4 스포트백 e-트론, 순수 전기 e-트론 등을 중심으로 편성된 전동화 플릿이 정상들과 관계자들을 태웠다. 아우디는 모바일 고속 충전 컨테이너를 설치해 행사장에 녹색 전력을 공급했으며, 이러한 지속가능 모빌리티 전략을 통해 브랜드의 친환경·미래 기술 이미지를 강조했다. 유럽의 재계 리더들이 모이는 다보스에서 아우디의 전기 셔틀은 “친환경 경영에 앞장서는 이미지”라는 전략적 효과를 내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롤스로이스 팬텀 사진=롤스로이스이미지 확대보기
롤스로이스 팬텀 사진=롤스로이스

영국 왕실 행사 – 전통의 롤스로이스 의전 리무진

영국 왕실 의전에서는 롤스로이스 팬텀과 벤틀리 의전차가 상징적 위상을 지닌다. 영국 왕실이 보유한 의전차는 현역 기준 두 대의 벤틀리와 세 대의 롤스로이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빈 방문과 대관식 같은 국가적 행사에서 사용된다. 이 차량들은 길고 넓은 휠베이스에 고성능 엔진을 얹은 리무진으로, 외관부터 위엄과 품격을 강조한다. 예컨대 롤스로이스 팬텀은 장시간 운행에도 안락함을 유지하도록 고급 나파 가죽 시트와 정숙성 높은 서스펜션, 최고급 울 원단 인테리어를 갖췄다. 나무 트림과 크리스털제 조명 등 세심한 디테일로 왕실의 전통과 품격을 구현하며, 탑승자의 안전을 위한 다층 방탄설계도 병행된다. 이처럼 영국은 자체적으로 제작한 의전 리무진을 통해 전통과 기술력을 과시하는 한편,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같은 브랜드 이미지를 국가 위상과 결부시켜 글로벌 홍보 효과를 노린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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