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한때 '가성비' 정도로만 여겨졌던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처음으로 판매량 면에서 유럽의 주요 완성차 브랜드들을 추월했다는 공식적인 데이터가 나왔다.
시장 조사 기관 JATO Dynamics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지난 8월 유럽 시장에서 총 4만3500대 이상 차량을 판매했다. 이는 작년 같은 달 대비 무려 121% 증가한 수치다.
놀라운 것은 그 비교 대상이다. 같은 기간 아우디는 4만1300대, 르노는 3만780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중국 브랜드가 아우디와 르노 같은 전통 강자들을 판매량에서 확실히 앞지른 것이다. 이제 유럽 시장에서 중국차의 점유율은 5.5%를 기록했다. 중국 브랜드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됐다.
유럽 내 중국차 판매량의 약 84%는 MG, BYD, Jaecoo, Omoda, Leapmotor 단 5개 제조사가 차지했다. 소수의 브랜드가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잘 알려진 경쟁업체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MG 브랜드는 테슬라와 피아트보다 더 많은 신차를 판매했다. 또한, 중국의 전기차 거인 BYD는 스즈키와 지프보다 더 많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유럽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JATO Dynamics는 보도자료를 통해 "유럽 소비자들은 점점 더 광범위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 라인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 브랜드들이 과거에 직면했던 '낮은 인지도'와 '품질에 대한 의문' 같은 문제를 상당 부분 극복했음을 의미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성능, 즉 가성비뿐만 아니라 기술력과 상품성까지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전체 시장에서는 여전히 유럽 브랜드가 강세를 보인다. 8월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폭스바겐 T-Roc으로, 1만4700대가 판매됐다.
전기차 부문에서는 테슬라 모델 Y가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위치를 지켰다. 비록 8월 등록 대수가 38% 감소했지만, 여전히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라는 타이틀은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선두 그룹마저도 중국발(發) 경쟁의 거센 도전을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