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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현지화', 볼보 '관세 회피'.. 글로벌 완성차, 시장 생존 전략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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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현지화', 볼보 '관세 회피'.. 글로벌 완성차, 시장 생존 전략 바꾼다

메르세데스, 중국 자율주행 기업 지분 매입 추진.. 볼보, 미국 생산 확대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09-25 08:39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시장 생존을 위해 근본적인 전략 변화를 꾀하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Cryptopolitan 보도에 따르면,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국 기술력을 품으려 하고, 스웨덴 볼보는 미국 관세 압박을 피해 생산 기지를 옮기는 모습이다. 세계 양대 시장 중국과 미국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과 정치적 파고에 적응하기 위한 거대 기업들의 고육지책이다.

충칭 천리 테크(Chongqing Qianli Tech)의 자율주행 자동차이미지 확대보기
충칭 천리 테크(Chongqing Qianli Tech)의 자율주행 자동차


메르세데스, 중국 자율주행차 기술에 베팅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는 중국 자율주행차 기술 기업 지분을 매입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상하이에 기반을 둔 충칭 천리 테크(Chongqing Qianli Tech)라는 회사다. 이 회사는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 시스템을 개발하는 곳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메르세데스 목표는 분명하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자사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 특성과 수요를 맞추기 위한 현지화 전략이다.

현재 천리 테크의 가치는 약 83억 5000만 달러(약 11조 7000억 원)에 달한다. 메르세데스는 이 회사의 지분 절반 미만을 인수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이번 주 안에 구체적인 거래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투자는 지리(Geely)와 관계도 더욱 긴밀하게 만든다. 지리 홀딩 그룹은 이미 천리 테크의 큰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지리는 자체 자율주행차 사업부를 천리 테크로 통합시켜, 이 회사를 미래 스마트 자동차 기술의 핵심 기업으로 키우고 있다. 메르세데스의 이번 투자는 지리와 협력 관계를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들은 일반 내연기관 엔진에 대한 협력도 논의 중이지만, 이는 아직 초기 단계다.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현재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이다. 강력한 현지 파트너십을 맺는다. 오직 중국 구매자만을 위해 설계된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그들의 새로운 전략이다. 이는 BYD나 샤오미처럼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토종 자동차 제조사들과 경쟁하기 위한 필수적인 변화다. 치열한 경쟁 탓에 독일 기업들의 고급 전기차 판매는 현재 고전하는 상황이다.

볼보 자동차 생산 공장이미지 확대보기
볼보 자동차 생산 공장


볼보, '관세 압박' 피해 미국으로 회귀


메르세데스가 중국에서 현지화 전략을 펴는 동안, 볼보 자동차는 미국에서 또 다른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볼보는 2030년 이전에 미국에서 새로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 자동차 제조업체인 볼보는 외국 차량에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적응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생산 기지를 조정하여 관세 압박을 피해 보겠다는 것이다.

볼보가 아직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신차는 미국 구매자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볼보가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의 자동차 생산 능력을 더 많이 활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 때문에 생산 공장의 위치를 바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미국 제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한 거대한 계획의 일부였다.

볼보의 최고 경영진은 이미 지난 4월, 미국에서 더 많은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2026년 말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베스트셀러 모델인 XC60 SUV 제작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이 공장에서는 볼보의 EX90 전기 SUV와 폴스타 3만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인 15만 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생산 능력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메르세데스의 중국 현지 기술 투자와 볼보의 미국 생산 확대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 이상 하나의 전략으로 모든 시장을 지배할 수 없는 시대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제 각 국가의 경쟁 환경과 정치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생산 위치와 협력 관계를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 경쟁을 넘어, 시장 생존을 위한 전략적 유연성을 시험하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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