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압도적이었던 테슬라의 독주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판매량 순위 3위로 추락했다. BYD와 지리(Geely) 그룹에 밀려 '왕좌'를 잃은 것이다. 이는 단순한 순위 변동을 넘어,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3일 SNE Research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 세계 전기차 등록대(배터리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1102만 9000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8% 증가했다.
BYD, 흔들림 없는 1위 수성
BYD는 올해 첫 7개월 동안 약 219만 6000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압도적인 1위를 지켰다. 전년 동기 대비 18.6% 증가한 수치다. BYD의 성공 비결은 공격적인 현지화 전략에 있다. 헝가리, 튀르키예 등 유럽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현지 공장을 세우며 관세와 보조금 정책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꾸준히 높이고 있다. 상용차와 초소형차 등 다양한 세그먼트 확장도 성공적이다. 다만, 급격한 외형 확장으로 부채 규모가 커지면서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BYD의 공격적인 행보가 앞으로의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리(Geely) 그룹은 약 113만 4000 대를 판매하며 테슬라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 70.3%나 성장했다. ‘스타 위시(星愿)’ 모델의 흥행이 성장을 이끌었다.
지리 그룹은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ZEEKR)’, 하이브리드 전문 브랜드 ‘갤럭시(Galaxy)’,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링크앤코(LYNK & CO)’ 등이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며 배터리, 전장, 소프트웨어 등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다. 이러한 수직계열화 전략이 지리 그룹의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테슬라의 추락, 왜?
테슬라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약 82만 9000 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13.0% 감소했다. 순위는 3위로 떨어졌다. 주력 모델인 모델 Y와 모델 3의 판매량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모델 Y는 글로벌 판매량이 13.7%나 줄어들며 테슬라 전체 실적에 부담을 줬다.
지역별로 봐도 상황은 좋지 않다. 유럽 시장에서는 26.8%, 북미에서는 13.5% 판매량이 감소했다. 중국에서도 모델 3는 선전했지만, 모델 Y 판매 부진으로 전체적으로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고가 제품군인 모델 S와 모델 X의 판매량도 각각 62.2%, 48.8% 급감했다. 플래그십 모델의 경쟁력 저하는 테슬라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FSD) 기능 고도화와 월 구독 기반의 소프트웨어 수익 모델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은 눈에 띄는 실적 개선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테슬라가 주춤하는 사이, 현대차그룹은 7위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한 약 35만 4000 대를 판매했다. 순수전기차 부문에서는 아이오닉 5와 EV3가 실적을 견인했다. 캐스퍼(인스터) EV, EV5 등 소형 및 전략형 모델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GM과 테슬라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20.0%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포드, 스텔란티스, 토요타 등 주요 경쟁사를 앞서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EV3의 글로벌 시장 확대와 EV4, 아이오닉 9 등 신차 라인업 추가로 현대차그룹의 포트폴리오는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도 기대된다.
한편, 올해 첫 7개월 동안 전 세계 전기차 등록대수 순위는 1위 BYD, 2위 지리, 3위 테슬라, 4위 폭스바겐, 5위 창안, 7위 현대자동차그룹, 8위 체리, 9위 BMW 그룹, 10위 스텔란티스 그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