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이 ‘가성비’ 대신 ‘럭셔리’와 ‘기술’로 한국 시장 문을 두드릴 채비를 하고 있다. 전동화 전환이 빨라질수록 브랜드의 국적보다 ‘상품성’과 ‘오너십 경험’이 구매를 좌우하는 흐름이 강해진다. 중국 업체들은 이점을 노리고 한국을 “다음 실험장”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이미 국내 법인 설립과 딜러 계약까지 끝낸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유럽 진출을 공식화하며 한국행 가능성을 키우는 브랜드들도 늘고 있다.
가장 선명한 신호는 지커(Zeekr)다. 지커는 한국 진출의 ‘절차’를 가장 앞서 밟았다. 지난해 12월 딜러 계약 체결 소식이 국내외에서 확인됐고, 한국 내 네트워크 구축을 예고했다.
이제 남은 승부는 “첫 모델을 무엇으로, 어떤 가격으로” 가져오느냐다. 현재 유력한 후보는 7X 모델(거의 확정적)이다. 한국 시장은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서비스·부품·잔존가치에 민감하다. 지커가 ‘프리미엄 전동화’ 포지션을 유지하면서도 한국 소비자에게 납득 가능한 가격·보증·정비 체계를 동시에 제시할 수 있을지가 진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덴자는 BYD가 ‘기술 선도 프리미엄’으로 키우는 브랜드다. BYD는 덴자를 유럽에 공식 론칭하며 BMW·벤츠 등 전통 강자들과의 경쟁을 예고했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첫 모델 출시를 시작하고, 이후 라인업을 늘리는 그림을 제시했다.
덴자 자체가 곧바로 한국을 향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BYD가 이미 한국 승용 시장에 들어와 라인업을 늘려가는 상황에서(국내 진입 및 추가 모델 전개가 보도됨), “프리미엄 카드가 한국에도 들어올 수 있냐”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관건은 두 가지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은 판매·서비스 ‘격(格)’을 구축할 준비가 됐는지, 그리고 한국의 프리미엄 수요층이 중국 고급차를 “대체재”가 아닌 “선택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다.
[COVER STORY] 빠르게 퍼지는 ‘차이나 럭셔리’, 한국 앞마당까지 왔다
이미지 확대보기양왕 U9, 스타필드 명지 BYD 매장에 전시된 양왕 U9 사진=양왕, 도이치모터스
양왕: ‘한국 상륙’은 미정… 하지만 브랜드 메시지는 이미 던졌다
양왕은 BYD의 초고가 플래그십 브랜드다. 아직 한국 출시 계획이 공식화된 단계는 아니지만, 양왕이 상징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중국차가 더이상 ‘따라가는 차’가 아니라, 성능·구조·제어 기술로 럭셔리의 정의를 다시 쓰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유럽에 덴자를 앞세운 BYD의 전략을 감안하면, 양왕은 당장 판매 확대보다 “브랜드의 천장(ceiling)을 높이는 쇼케이스” 역할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덴자 유럽 론칭 보도는 양왕을 포함한 BYD 프리미엄 체계가 해외로 확장 중임을 보여주는 단서다.
한국 시장 관점에선 ‘예고편’에 가깝다. “중국도 이 가격대의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먼저 바꿔 놓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프리미엄 생태계를 확장하는 방식이다. 현재 도이치모터스를 통해 일부 전시장에 양왕 U9을 전시하고 있다는 것도 진출 가능성에 대한 신호로 볼 수 있다.
홍치는 중국 럭셔리의 역사적 상징성이 강한 브랜드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전기·하이브리드 포함 15개 모델을 2028년까지 내놓겠다고 밝히며 해외 확장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 흐름이 곧바로 한국 진출을 뜻하진 않지만, 중요한 변화는 “홍치가 해외에서 ‘시장형 프리미엄’으로 평가받겠다”는 모드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유럽은 규제·인증·안전 기준이 높은 시장이다. 그 관문을 통과하려는 기업이 한국을 잠재 시장으로 검토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수 있다.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도 “중국 고급차=관용차 이미지”를 넘어, 실제 상품성과 서비스 경쟁력으로 판단해야 하는 국면이 올 수 있다는 의미다. 럭셔리 브랜드, 그 중에서도 플래그십 포지션을 맡고 있는 '궈야'가 가장 돋보이는 모델이다.
IM 모터스는 SAIC 계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2025년을 ‘해외 진출 원년’으로 삼아 여러 시장에 진입했다는 업계 보도가 나왔다. 이들의 강점은 중국 내 ‘스마트 전기차’ 경쟁에서 축적한 소프트웨어 경험과, 대형 그룹(제조·유통)의 자원 동원력이다. 다만 한국 진출은 아직 가시적 신호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해외로 나가야 성장한다”는 중국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공통된 구조를 감안하면, IM 역시 한국을 포함한 오른쪽 차선(고소득·고기준 시장)을 장기 옵션으로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테슬라 킬러'라고도 불리고 있는 'L6'다. 만약 한국 진출한다면 초기 출시 모델로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한국은 프리미엄에서 특히 까다로운 시장이다. 옵션보다 브랜드 신뢰, 광고보다 서비스 경험, 초기 신차보다 중고가치가 강하게 작동한다. 지커가 딜러 계약을 끝내고 문 앞까지 온 지금, 덴자·홍치·IM 같은 후속 주자들은 한국을 “가격으로 파고드는 시장”이 아니라 “신뢰로 통과해야 하는 관문”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차이나 럭셔리’가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스펙이 아니라 서비스·부품·보증·잔존가치까지 포함한 오너십의 총합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진짜 승부는 “팔고 떠나는 브랜드”가 아니라 “남아서 책임지는 브랜드”가 누가 될 지에서 갈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