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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 '러시아 독주' 끝났다.. 수출 58%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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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 '러시아 독주' 끝났다.. 수출 58% 급감

수입 차 재활용 수수료·관세 폭탄 직격탄.. 현대차·기아·토요타 등 복귀 움직임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11-18 09:32

러시아 모스크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모스크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
러시아에서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쉬운 돈' 시대가 갑작스럽게 막을 내렸다. 한때 수출 차량 한 대가 수만 위안의 이익을 냈던 시장이었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 수출은 정책 긴축과 냉각된 시장 수요로 인해 극적인 감소를 겪고 있다.

최근 중국승용차협회(CPC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은 러시아에 35만 7700대의 완차를 수출했다. 이는 전년 대비 58%의 큰 감소를 보였다. 이러한 급격한 감소는 러시아가 더 이상 중국의 최대 자동차 수출 대상이 아님을 의미한다.

중국산 자동차 수출의 주요 목적지는 이제 멕시코가 41만 700대로 떠올랐다. 그 뒤를 UAE가 36만 7800대로 잇고 있다. 지난 2년간 중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었던 러시아는 이제 3위로 하락했다.

'제재 공백'을 메웠던 중국차의 급성장 신화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발발 전까지 상황은 달랐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는 러시아 내 존재감과 시장 점유율이 낮았다. 예를 들어 2021년에는 중국 브랜드가 러시아에서 총 11만 5700대의 차량을 팔았다. 이는 약 7%의 시장 점유율이었다.

그러나 분쟁 이후 서방의 포괄적 제재가 이어졌다. 유럽, 미국, 일본,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생산과 판매를 중단했다. 이들은 제재 압력과 운영 위험 우려를 표했다. 많은 기업이 현지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기도 했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는 큰 공백이 생겼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신속하게 이 공백을 메우기 시작했다.

짧은 기간 내에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러시아 전역에 급증했다. 이들은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장악했다. 2023년 중국의 러시아 대전 자동차 수출량은 95만 대로 급증했다. 이는 2022년 16만 3000대에 비해 거의 다섯 배 증가한 수치다. 러시아가 중국 최대 자동차 수출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계기였다. 러시아 내 중국 브랜드 판매도 크게 증가했다. 2023년에는 50만 대를 넘어섰다. 시장 점유율의 거의 50%를 차지했다. 2024년 러시아는 115만 8000 대로 중국 최대 자동차 수출 시장 자리를 유지했다.

사진=샤오펑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샤오펑

러시아의 규제 철퇴, '고세율'의 벽

하지만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차에 대한 '고성장 신화'는 2025년에 종식을 맞았다. 러시아가 도입한 일련의 정책 조정이 수출 이익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2024년 10월, 러시아는 수입 차량의 재활용 수수료를 70%에서 85%로 대폭 인상했다. 예를 들어, 엔진 배기량이 2~3리터 사이이고 3년 이상 된 중고차의 재활용 수수료는 급등했다. 130만 루블(약 2300만 원)에서 237만 루블(약 4260만 원)로 급등했다. 이는 수입차 회사와 딜러의 이익률을 즉시 압박했다.

문제를 더한 것은 2025년 1월의 조치다. 러시아는 차량 수입 관세를 20%에서 38%로 인상했다. 세관 통과 비용이 증가했다. 이 합쳐진 세금은 수입차에 '무거운 세금 부담'을 초래했다. 중국 차량의 가격 우위를 완전히 약화시켰다.

'제3국 우회 수출' 폐쇄와 애프터서비스 문제

강화 정책은 한때 흔했던 '회색 채널'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2022년 분쟁 이후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제3국을 활용했다. 카자흐스탄 등 제3국을 통해 신차를 러시아로 재수출했다. 높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이를 '제로 킬로미터 중고차'로 분류했다. 이는 러시아 내 중국 자동차 판매 급증에 중요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2024년 4월, 러시아는 이 허점을 막았다. 유라시아 경제 연합에서 들어오는 차량들에게 차액 세금을 납부하도록 요구했다. 이 통로 차단은 가격 우위를 없애버렸다. 또한 무단 차량들이 품질 보증과 수리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치명적인 애프터서비스 결함을 드러냈다. 이는 중국 브랜드의 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고금리 장기화와 서방 브랜드 복귀 기대감

러시아의 국내 경제 환경은 수요를 더욱 억제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1%라는 높은 수준으로 장기간 유지해왔다. 그 결과 지역 자동차 대출 연이자율이 약 30%까지 급등했다. 세금과 수수료 전가와 맞물렸다. 러시아 시장에서 자동차 평균 판매 가격이 335만 루블(약 6000만 원)로 크게 상승했다. 소비자 수요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완화되면서 변수가 생겼다. 토요타, 르노, 현대차, 기아 등 외국 브랜드들이 러시아 복귀 의사를 밝혔다. 이로 인해 많은 러시아 소비자들이 강한 관망 태도를 보이게 되었다. 이는 중국 자동차 판매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 산업통상부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9월까지 러시아의 신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한 101만 4000였다. 같은 기간 동안 CPCA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내 중국 독립 브랜드 판매량은 57만 6000대였다. 이는 전년 대비 거의 절반으로 감소한 수치다.

급격한 시장 변화에 직면하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몸집을 줄이고 있다. 2025년 1분기에 러시아에서 274개의 자동차 전시장이 문을 닫았다. 그중 213개는 중국산 자동차 전시장으로 약 80%를 차지했다. 주요 제조사들도 운영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체리는 홍콩 IPO 투자설명서에서 계획을 밝혔다. 재활용비 인상 등으로 인해 2025년에 러시아 내 운영 규모를 축소할 것이다. 체리는 2025년 4월에 일부 러시아 자산과 판매 채널 매각을 완료했다. 2027년까지 러시아 내 기존 브랜드와 유통 채널을 점진적으로 축소할 것임도 언급됐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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