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시장이 '배터리 구동 자동차가 휘발유 자동차보다 저렴해지는' 거대한 변곡점을 넘어섰다고 25일(현지 시각) 외신이 보도했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비싸다. 자동차 데이터 분석 회사인 JATO 다이내믹스(JATO Dynamics)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 평균 가격은 내연기관차보다 약 1만 4000달러(약 1900만 원) 더 비싸다.
중국에서는 저가 전기차를 만들기 위한 '열광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러 지방 정부와 기업들이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공급망 덕분에 인건비와 배터리 비용도 낮다. UC 데이비스 교통 연구소의 댄 스펄링(Dan Sperling) 이사는 "중국에서는 보조금 효과가 미미할 정도로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고 밝혔다.
JATO에 따르면 중국 내연기관차 평균 가격은 2만 2500유로(약 3600만 원), 전기차는 3% 더 저렴한 2만 1900유로(약 3500만 원)다. 이는 불과 5년 전 전기차가 10% 더 비쌌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그 결과,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는 400만 대 이상을 팔며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유럽에서 소형 모델 '돌핀'은 테슬라 모델 3 가격의 절반 수준에 판매된다.
반면, 스펄링 이사는 미국이 자국 전기차 산업을 발전시키기보다 과도한 관세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100%가 넘는 고율 관세는 중국산 자동차를 미국 시장에서 배제시키지만, 이는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를 안주하게 만들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스펄링은 "보호주의는 장기적으로 산업을 약화시킨다는 오랜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 빅 3(GM, 포드, 스텔란티스)는 막대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포드는 켄터키 공장을 재편해 3만 달러 수준의 전기 픽업을 생산하기 위해 50억 달러(약 6조 9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포드의 전기차 부문은 이미 120억 달러(약 16조 70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GM 역시 6월에 40억 달러(약 5조 58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BNP 파리바 이그제인(BNP Paribas Exane)의 분석가는 GM이 지난해 전기차 판매로 약 25억 달러(약 3조 4,00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스텔란티스도 23억 유로(약 3조 48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빅 3는 살아남기 위해 노력 중이다. 포드는 저가 전기차 생산을 위한 야심 찬 시도를 하고 있고, 스텔란티스는 중국의 전기차 회사 리프모터(Leapmotor) 지분 21%를 인수하며 파트너십을 맺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가격 격차가 단순히 시장 상황 때문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미국이 전기차 육성을 위한 구조적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펄링은 중국이 수십 년간 외국 기업과의 합작 투자를 통해 전기차 기술과 소프트웨어에 능숙한 인력을 양성한 반면, 미국은 이 분야에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펄링은 "미국이 계속해서 중국을 배제하고 전기차를 억제한다면 따라잡는 데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정책이 바뀐다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