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또 한 번의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베스트셀러 모델에 집중하기 위해 고급 전기차(EV) 생산을 중단한다고 19일(현지 시각) 일렉트렉이 보도했다. 이는 판매 부진과 미국 내 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 GV70의 생산을 이미 6월부터 중단했다. 이 모델은 2023년 2월 양산에 돌입해 현대차의 첫 미국산 전기차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졌었다. 현대차는 당시 시설 업그레이드에 3억 달러(약 4천억 원)를 투자하며 미국 내 고급 EV 생산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판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첫 7개월 동안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된 제네시스 GV70 EV는 1367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나 감소한 수치다. 지난달 판매량은 15대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생산을 중단한 뒤에는 재고만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는 또한 이달 초 이미 미국 라인업에서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 G80을 철수시키며 고급 EV에 대한 전략적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이번 생산 중단 결정은 단순한 판매 부진 때문만은 아니다. 현대차는 급변하는 미국 정책에 대비하고 있다. 9월 말에 연방 EV 세액공제가 만료될 예정이고, 수입품에 25%의 관세율이 부과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추가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고수익 SUV와 하이브리드 모델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달 싼타페 하이브리드 생산량이 6888대로 급증했다. 현대차는 이제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 라인을 더 인기 있는 모델로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투싼 생산을 멕시코 기아 공장에서 앨라배마로 이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 GV70은 미국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걸까? 현대차는 몇 가지 다른 옵션을 검토 중이다. 우선, 조지아에 새로 건설될 공장으로 생산 라인을 옮기는 방안이 있다. 이 공장에서는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9도 함께 생산될 예정이다.
또한, 한국에서 고급 전기차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추가 관세 타격이 있겠지만, 새로운 생산 라인을 만드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연말 출시 예정인 아이오닉 6에도 같은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