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월 9일로 예고한 강력한 자동차 관세 정책이 미국 자동차 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각) 외신들은 미국 제조업 부흥을 외치며 수입차와 부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려는 그의 계획이 결국 미국 자동차 판매량을 최대 20%까지 급감시킬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장 위축을 넘어, '자동차 아마겟돈'이라 불릴 정도의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 관세 태풍 앞에 서다
현재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절반은 미시간, 테네시, 조지아 등 국내 공장에서 조립된다. 또한 도요타, 혼다, 현대 같은 외국 자동차 기업들도 미국에 대거 진출해 수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목표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그는 부품까지 100% 미국산으로 채워진 '올 아메리칸' 자동차를 원하며, 이를 위해 수입차와 부품에 25%의 살인적인 관세를 매기려 한다.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상호 관세와 부과금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부품 관세는 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치열한 로비 끝에 부품 관세에 대해 2년 유예 기간을 얻어 공급망을 본국으로 이전할 시간을 벌었지만, 7월 9일까지 상호 관세 부과를 유예한 시한이 다가오면서 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관세가 불러올 도미노 효과, 가격 인상과 판매 급감
만약 완성차에만 25% 관세가 부과된다면 업계가 감당할 여지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부품에까지 관세가 붙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2024년 제너럴모터스(GM)는 북미 자동차 판매로 약 1600억 달러(약 217조 원)매출과 145억 달러(약 19조6700억 원)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제안된 관세대로라면 비용이 약 250억 달러(약 33조9000억 원)나 불어나면서 이익이 증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현재 GM은 관세로 인해 분기당 약 15억 달러(약 2조 원), 차량 한 대당 약 2200달러(약 290만 원)의 추가 비용을 예상하고 있다.
결국 관세는 자동차 가격을 최대 15%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외국 자동차 기업들이 굳이 미국에 공장을 짓기보다 벌금을 내는 쪽을 선택하게 만들 수 있다. 궁극적으로 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최대 20%까지 곤두박질치는 '자동차 아마겟돈'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자동차 기업들도 손 놓고 있지는 않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사바나 공장 생산 확대를 위해 90억 달러(약 12조 원)를 투자하고 철강 공장도 지을 계획이다. 현대차 CEO 호세 무뇨스는 현지화가 관세를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하며, 관세 상쇄를 위해 미국 라인업 전반에 걸쳐 가격을 1% 인상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미국 기업들도 국내 생산을 늘리고 있다. GM은 미시간, 캔자스, 테네시 공장 재정비에 40억 달러(약 5조4000억 원)를 쏟아부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스텔란티스는 일리노이주 공장을 재개할 예정이다. 포드는 이미 디트로이트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국내에서 조립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국내 생산량은 10년 말까지 수요의 75%에 육박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부품 관세는 이러한 노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 자동차 공급망은 전 세계에 분산되어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부품을 조달한다.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e-액슬처럼,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여러 나라에서 부품을 만들어 캐나다에서 조립하고 미국으로 보내는 국경을 넘나드는 협력이 일반적이다. 마그나 측은 "안정적인 무역 관계와 효율적인 물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불확실성 속 혼란 가중.. 장기적 침체 우려
저비용 제조는 소비자에게 더 저렴한 자동차를 제공하는 이점을 가져왔다. 하지만 관세가 부과되면 이러한 이점은 사라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관세가 본격화되면 3만 달러(약 4000만 원) 미만의 신차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멕시코산 차량 가격은 이미 약 1100달러(약 150만 원) 올랐고, 중고차 가격도 상승세다. 앞으로 1년 안에 소비자는 평균 1000~,000달러(약 135만 ~ 270만 원) 더 비싼 차를 구매해야 할 수 있다.
트럼프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은 이러한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전기차 세액 공제를 없애고 미국산 자동차 대출 이자 공제로 대체하려 한다. 하지만 이는 고가의 차량 구매자에게만 유리할 뿐, 일반 소비자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관세의 최종 형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이미 업계에 혼란을 주고 있다. 새로운 공장 건설에는 몇 년이 걸리는데, 부품 관세의 불확실성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기존 공장을 재정비하거나 아예 해외에서 제조하고 관세를 내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캐피털 그룹의 경제학자 대럴 스펜스는 "많은 기업이 규칙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모든 수입 부품에 벌금을 매기는 트럼프 정책은 미국 자동차 기업에 다른 나라에는 없는 새로운 비용을 강요하게 될 것이다. 이는 미국산 자동차의 해외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GM, 스텔란티스, 포드의 수출 능력을 마비시킬 수 있다. 예일대 예산 연구소 어니 테데스키 소장은 "관세는 투입 비용을 증가시키고, 투자를 감소시키며, 미국 기업들을 경쟁에서 멀어지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경고한다. 심지어 1970~80년대 값싼 일본차의 등장처럼, 중국산 자동차의 미국 진출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결국 지금과 같은 관세 정책이 10년 후에도 이어진다면, 미국 자동차 산업은 국내에 고립되고, 수익성이 떨어지며, 글로벌 산업에서 상대적으로 왜소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