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클래스는 항상 E-클래스와는 구분이 가지 않았다. 평소 우아한 세단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시승차(메르세데스-벤츠 C 200 AMG)는 달랐다. 처음 마주한 순간, 그 차이는 분명했다. 어딘지 모르게 작아진 느낌이고 어딘지 모르게 날렵해진 느낌이다. 차체가 실제로 작아진 건 아니다. 이제 세단이라기보다 스포츠 쿠페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차의 외관에서 느껴진 변화는 확실히 젊어졌다는 것. 볼륨감도 그렇지만, 선명한 라인이 더욱 부각됐다. 세부 디자인 하나하나가 낭비 없이 깔끔했다. AMG 라인 특유의 다이아몬드 그릴이 인상적이었고, 18인치의 AMG 휠은 멈춰 있어도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된 듯 보였다. 마치 경험 많고 강인한 투우처럼 긴장감과 절제된 힘을 함께 품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 운전석에 앉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실내 공간이 조금 좁았다. 적어도 예전에 기억하던 벤츠의 느낌과는 달랐다. 대신 그 공간에서 품격이 느껴졌다. 모든 것은 치밀하게 계획되고 배열됐다. 대시보드가 운전자를 향해 6도쯤 기울어 있었고, 그 위에 항공기 엔진을 연상시키는 송풍구가 눈길을 끈다. 분명 운전자를 위한 콕핏이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버튼 배열은 운전자가 원하는 기능을 직관적으로 제공했고, 쉽게 익숙해진다.
[육기자의 으랏차차] 메르세데스-벤츠 C 200 AMG 라인: 변화를 받아들이는 법
이미지 확대보기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C 200 인테리어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11.9인치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손끝으로 스쳐가는 터치 한 번으로 필요한 모든 조작이 가능했다. 새로운 세대의 MBUX 시스템을 통해 말 한마디로 음악과 온도를 조정할 수 있었다. 가끔 심심할 때면 스도쿠나 셔플픽 같은 미니 게임도 즐길 수 있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지만, 가끔 짧은 휴식을 위해서는 좋은 기능이다. 지문 인식 센서를 통해 개인의 설정을 불러오는 것도 있다고 하는 데, 사용해보지는 못했다.
도로 위에서 이 차는 조용하면서도 안정적이다. 엔진은 4기통 가솔린이었고, 최고출력은 204마력. 기대치는 아니지만, 차의 성능은 숫자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운전대 뒤에서 느끼는 주행 감성이 더 중요하다. 조용히 페달을 밟자,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갔다. 폭발적이진 않았지만 충분하다. 가속 페달을 깊이 밟았을 때 엔진이 깨어나는 소리와 반응은 확실히 즐거웠다.
무엇보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정차와 출발 시 소음이나 진동이 거의 없었다. ISG 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가 작은 힘을 더해줬다. 이 시스템은 아주 빠르게 반응했고, 운전자가 원하는 힘을 필요한 순간에 정확히 전달해준다. 효율적이면서도 기분 좋은 방식이다.
한참 동안 도심과 교외 도로를 달려보니, 일반적인 주행모드에서 차는 조용하고 점잖지만, 스포츠 모드는 또 달랐다. 차는 기다렸다는 듯 민첩해졌다. 엔진 소리가 조금 커지고 변속도 빨라졌다. 코너에서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날카롭다. 다만 순수한 스포츠카라고 하기엔 여전히 약간 부족했다. 그럼에도 이 정도면 충분히 즐거운 주행이었다.
주행 보조 시스템도 인상적이었다. 차간 거리를 유지해주는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는 꽤 유용했다. 차선 이탈을 경고해주고, 필요하면 스스로 차선을 유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위급 상황을 미리 감지해 탑승자를 보호하는 프리-세이프 시스템도 있었다. 안전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구현됐다. 신경 쓰지 않아도 차가 나를 보호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랜 시간 달리고 나니 이 차가 어떤 차인지 조금씩 알 것 같았다. 과거 C-클래스의 우아함과 크고 넉넉한 세단의 이미지는 줄어들었다. 대신 그 자리를 날카롭고 젊은 느낌이 채웠다. 실내는 조금 작아졌지만, 고급스러움과 현대적인 감각으로 보완됐다.
이 차는 대박을 꿈꿀 만큼 혁신적이진 않다. 하지만, 충분히 새롭고, 충분히 즐겁다. 그리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법을 알려준다. 기대했던 것이 아니라고 해서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변화는 때로 우리가 몰랐던 작은 즐거움을 준다. 이 차가 바로 그런 차였다. 타는 동안 짧고 강렬한 기쁨을 느낄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