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빌리티

글로벌모빌리티

"자동차 산업 판도 변화.. 서구는 중국의 속도 못 따라간다"

메뉴
0 공유

뉴스

"자동차 산업 판도 변화.. 서구는 중국의 속도 못 따라간다"

오토 인사이트 설립자 투 레 진단.. “모빌리티 중심축 동쪽으로 빠르게 이동”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05-02 13:48

시노 오토 인사이트(Sino Auto Insights)의 설립자 투 레(Tu Le)이미지 확대보기
시노 오토 인사이트(Sino Auto Insights)의 설립자 투 레(Tu Le)
서구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급변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며,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이 동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현지시각) 오토위크에 따르면, 컨설팅 회사 시노 오토 인사이트(Sino Auto Insights)의 설립자이자 전무이사인 투 레(Tu Le)는 최근 자동차 언론 협회(Automotive Press Association) 웨비나에서 자동차 뉴스(Automotive News)의 제이미 버터스와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진단을 내놨다.

투 레는 현재 중국 자동차 시장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최근 막을 내린 뉴욕 국제 오토쇼와 상하이 자동차 엑스포의 규모 차이를 언급했다. 뉴욕 오토쇼가 축구장 4개 면적에 불과했던 반면, 2년마다 개최되는 상하이 자동차 엑스포는 무려 17개 면적에 달했다는 것이다. 그는 "1000개 업체가 참가했고 93개의 세계 최초 공개 모델이 있었다"며 "3일 동안 매일 1만 9000 걸음을 걸었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특히 271대에 달하는 '신에너지'(전기차) 모델이 전시장의 주류를 이뤘으며, 일부 내연기관 모델도 있었지만 더 이상 중국 자동차 박람회의 핵심 관심사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투 레는 상하이 쇼가 예년과 다름없이 활황을 띤 반면, 북미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고 전했다. 그는 "캐나다 딜러 그룹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미국과 캐나다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중국산 자동차를 캐나다에 들여오려고 시도했다"고 언급하며, 북미 시장의 보호주의적 움직임이 중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빠른 발전 속도는 서구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독일 자동차 임원들이 상하이 모터쇼에서 새로운 중국 모델들의 디자인과 마감 품질을 꼼꼼히 살펴보고, 뛰어난 페인트 품질과 정교한 패널 간격 등 세부적인 완성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CES에서 대규모 전시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낸 지리(Geely)의 고성장 브랜드 지크르(Zeekr)는 상하이 행사 전체를 영어로 진행하며 세계를 향한 포부를 분명히 밝혔다. 투 레는 "마치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커밍아웃 파티를 열고 전 세계의 관심을 끌려고 애쓰는 것 같다"며 "브라질과 필리핀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중동 딜러 그룹도 지크르와 활발히 논의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지크르가 공개한 프리미엄 플래그십 모델인 9X는 미니밴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레인지 로버나 롤스 로이스 쿨리난과 비교될 정도로 고급스러움을 지향한다. 장거리 CATL 배터리를 탑재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약 275km의 순수 전기 주행 거리를 제공하며, 2.0리터 터보 4기통 엔진과 전기 모터의 조합으로 최고 885마력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까지 단 3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 속도는 시속 150마일(241km)에 달한다.

중국 시장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하위 브랜드 선호 현상이다. 뷰익(Buick)은 유서 깊은 브랜드명을 활용한 전기차 라인업 '일렉트라(Electra)'를 선보이고 있으며, 니오(Nio) 역시 배터리 교체 시스템을 특징으로 하는 소형 도시형 전기차 브랜드 '파이어플라이(Firefly)'를 론칭하여 유럽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파이어플라이의 중국 시장 가격은 16,470달러부터 시작하며, 미니(Mini)나 스마트(Smart)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중국 브랜드들의 공세 속에 올해 상하이 오토쇼에서는 현대, 기아, 제네시스를 비롯해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롤스로이스 등 고급 브랜드들의 불참이 두드러졌다. 투 레는 "중국 시장에서 초호화차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Carnewschina.com에 따르면, 한국 브랜드의 2024년 중국 시장 점유율은 1.6%에 그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시트로엥과 푸조 역시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한편, 아우디(Audi)는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명을 대문자로 변경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는 기존의 "네 개의 링" 로고를 사용하는 아우디와 새로운 모델 라인업을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투 레는 "아우디는 중국에서 과거 6L 모델 등이 정부 관료와 연관되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며 "게다가 전기차 e-트론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인식도 있다. 아우디는 과거의 명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브랜드를 바꾸고 네 개의 링 로고를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변신한 '링리스 아우디'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상하이자동차(SAIC)와의 합작 회사다.

결국, 이번 상하이 오토쇼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놀라운 혁신 속도와 서구 업체들의 더딘 움직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자리였다. 폭스바겐(Volkswagen)이 합작사인 FAW 그룹과 함께 2026년부터 중국 시장에 6종의 신형 전기차, 2종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2종의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을 밝혔지만, 니오(Nio)는 2025년에만 3개 브랜드에서 9대의 신차 및 개선 모델을 발표할 예정이다. 투 레는 "폭스바겐의 중국 시장 공략 속도가 상당히 느린 것 같다"고 지적하며, 서구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더욱 발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중국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저작권자 © 글로벌모빌리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