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중국 전기차 기업 BYD의 행보가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올해 1월 한국에 승용 브랜드를 처음 선보인 BYD는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 1위’ 타이틀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만연한 중국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탓에 성공 가능성을 둘러싼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출범 약 1년이 지난 지금 BYD는 지난달에만 1000대가 훌쩍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수입차 판매 순위 5위에 올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BYD의 올해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4955대로 집계됐다. 현 추세라면 연말까지 무난히 5000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실제로 BYD의 1~11월 누적 판매 실적은 폭스바겐(4500대)과 포드(3988대) 등 전통 강호 수입차 브랜드의 동일 기간 판매량도 앞서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BYD의 초반 성공을 국내 소비자들이 특히 민감하게 여기는 두 가지 요소를 정면 공략한 전략의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BYD는 가격 대비 성능, 이른바 ‘가성비’를 극대화한 제품 구성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예를 들어 소형 전기 SUV 모델인 ‘아토 3’의 경우 파노라믹 선루프, 앰비언트 라이트, 동승석 전동시트 등 각종 편의사양은 물론 360도 3D 서라운드뷰 모니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경보 및 방지, 사각지대 감지 등 주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모두 기본 적용했다.
상당수 사양이 타 브랜드에서는 추가 비용이 드는 선택옵션인 점을 감안하면, 기본 모델부터 풀옵션에 가까운 구성을 갖춘 셈이다. 국고 및 지자체 보조금을 적용하면 지역에 따라 2000만 원 후반대에도 구매가 가능해져 동급 내연기관 차량과 경쟁할 수 있는 가격대가 형성됐다. 중형 전기 세단 ‘씰(SEAL)’과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 7(SEALION 7)’ 역시 고성능 제원과 풍부한 기본 안전·편의장비를 갖추고도 가격대를 4000만 원대 중반으로 책정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두 번째 성공 요인은 한국 소비자들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가졌던 대표적 우려 사항인 ‘서비스 품질’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소한 점이다. BYD는 출범 첫해부터 전국 단위의 안정적인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했다. 올해 1월 브랜드 출범 당시 15개 전시장과 11개 서비스센터로 시작한 BYD는 현재 각각 27개 전시장과 16개 서비스센터로 규모를 대폭 늘렸다. 서울·수도권에만 편중하지 않고 지방 주요 거점까지 고르게 전시장을 배치함으로써, 초기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어느 지역에 사는 고객이든 동등한 수준의 A/S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 업계에선 대부분 ‘먼저 수도권부터’라는 공식이 자리 잡고 있는데, BYD는 초기부터 전국 단위 균형 투자를 택한 점이 차별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서비스 접근성’의 불안을 적극 해소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차별화된 보증 정책 역시 신뢰 구축의 핵심으로 작용했다. BYD는 차량 구매 고객 전원에게 6년 또는 15만㎞의 기본 보증을 제공하고 있으며, 긴급출동 및 무상 견인 서비스도 동일한 조건으로 지원한다. 일반적인 수입차 보증 범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파격적인 보증 조건이다. 또한 수입차 구매의 주요 걸림돌로 꼽히는 ‘비싼 부품값’ 이슈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조인철 BYD코리아 대표는 연초 승용 브랜드 출범 행사에서 “긴 호흡, 장기적인 시각으로 당장의 판매량보다 안전성, 편의성, 성능 등 모든 면에서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올해 BYD의 행보는 단기적인 판매 실적에 치중하기보다 서비스 품질 강화와 보증 정책, 유지비 절감 등 장기적 신뢰 기반을 먼저 구축하는 전략에 충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