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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시장 동향 보고서...“‘성장 지속’ 속의 속도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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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시장 동향 보고서...“‘성장 지속’ 속의 속도 조정”

세계 전기차 시장, 둔화 속 여전한 성장세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10-11 09:52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 현황 그래프=AI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 현황 그래프=AI 생성
세계 전기차(EV) 시장이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과열됐던 초기 상승 곡선은 완만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집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글로벌 EV 판매는 1700만 대를 넘어 전년 대비 약 25% 증가했으며, 전체 신차 판매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성장률은 둔화됐지만 규모는 역대 최대다.

2025년 상반기까지의 흐름을 보면 전 세계 EV 판매는 약 900만 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전체 신차 시장의 약 23%를 점유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지역별 온도차는 더욱 뚜렷해졌다.

미국 — 완만한 성장, 테슬라 독주 속 GM 반등

미국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테슬라가 주도하지만, 성장 속도는 예년보다 눈에 띄게 느려졌다. Cox Automotive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미국의 전기차 점유율은 7~8% 수준, 전년 동기 대비 완만한 상승에 그쳤다. 이는 2022~2023년 2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상반기 누적 EV 판매는 약 60만 대 중반으로 추정되며, 테슬라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모델 Y는 약 15만 대 내외가 판매되며 미국 BEV 시장의 대표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GM은 블레이저 EV, 실버라도 EV 등 신형 전기차 투입 효과로 전년 대비 판매를 두 배 가까이 늘리며 테슬라의 뒤를 쫓고 있다.

정책 변수도 크다. 2025년 하반기부터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IRA) 적용 기준이 강화되고, 이른바 ‘리스 루프홀’ 제도가 단계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어, 업계는 향후 성장세가 한층 완만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 NEV 점유율 45%, 내수 중심 초격차

전 세계 EV 성장을 이끄는 핵심은 단연 중국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와 승용차연합(CPCA)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신에너지차(NEV: BEV+PHEV)의 내수 침투율은 약 45% 전후로, 판매된 승용차 두 대 중 한 대꼴이 전동화 차량이었다.

이 중 완전 전기차(BEV) 판매는 약 330만 대(+30%대 증가)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약 210만 대)를 크게 앞섰다. BYD는 ‘씨걸(Seagull)’, ‘송(宋)’, ‘한(Han)’ 등으로 상반기 250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글로벌 1위를 굳혔고, 지리(Geely)·샤오펑(Xpeng) 등도 고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경기 둔화 속에서도 노후차 교체 보조금 연장과 지방정부 EV 인프라 투자 확대를 발표하며 소비 진작에 나섰다. 내수 중심의 구조와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가 결합된 덕분에,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EV 시장 점유율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 — 점유율 15.6%, 폭스바겐-테슬라 각축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2025년 1~7월 기준 EU 지역의 배터리전기차(BEV) 비중은 15.6%, 전년 동기(12.5%) 대비 약 3%p 상승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포함하면 전동화 차량의 전체 점유율은 24%에 달한다.

브랜드별로는 폭스바겐 그룹이 ID.4, ID.7, 스코다 엔야크 등의 판매 호조로 일부 월간 집계에서 테슬라를 제치며 선두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프랑스·독일 등 주요국에서 친환경 보조금이 단계적으로 축소되면서 성장세는 국가별로 불균등하다.

유럽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하이브리드(HEV) 수요의 견조함이다. 장거리 주행과 충전 인프라 격차 문제로 인해 소비자 다수가 “완전 전기차보다는 전동화 전환기형 차량”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 — 회복세 가시화, 보급형 EV가 견인

국내 전기차 시장은 2024년 일시적인 정체를 겪었으나, 2025년 상반기에는 판매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산업부 및 업계 추정에 따르면 상반기 전기차 판매는 약 4만 대 안팎, 전체 신차 판매의 11%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올 6월까지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를 발표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 2640만876대에서 EV는 77만4878대로 시장 점유율 3% 언저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전체 증가분 0.4%에서 점유율은 82%에 육박한다. 타국가와 마찬가지로 하이브리드 판매량까지 포함하면 점유율은 13%대로 뛴다.

전기차 주요 성장 동력은 보급형 신차다. 기아 EV3·EV4, 현대 아이오닉 6·9, 캐스퍼 EV 등 신차 효과가 시장 저변을 넓히고 있다. 수입차 부문에서는 테슬라 모델 Y ‘주니퍼(Juniper)’가 다시 인기를 끌며 브랜드 1위를 회복했다.

정책 환경은 복합적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EV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으나, 전기차 보조금 상한액은 최대 63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 전액 지원 기준 가격은 5300만~8500만 원 사이로 제한됐다. 저가형 모델에는 유리하지만, 고가 수입차에는 불리한 구조다.

완만한 성숙기로 가는 전기차 시장

2025년 현재 전기차 시장은 “고성장”의 시대를 지나 “정착과 선택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IEA는 올해 말까지 전 세계 EV 판매가 다시 한번 20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향후 3~5년간은 지역별 정책·인프라·가격 요인이 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규모의 리더십을, 유럽이 기술과 규제를, 미국이 산업 전환 속도를, 한국이 실질적 전동화 완성도를 보여주는 가운데, 전기차의 미래는 단일한 곡선이 아니라 다층적 현실로 전개되고 있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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