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산업이 거대한 위기에 직면했다. 한때 '막을 수 없는 세력'처럼 보였다. BYD와 지리 같은 현지 챔피언들은 글로벌 시장을 압도했다. 그들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을 만들었다. 심지어 중국은 이제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 되었다. 4일(현지 시각) 외신은 중국 자동차 산업이 화려함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파멸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년 넘게 이어진 '치킨 게임'
문제의 표면에는 2년 넘게 이어진 무자비한 가격 전쟁이 있다. 이는 정책 입안자들이 '네이후안(內卷)'이라 부르는 현상이다. 문자 그대로 '퇴화'를 의미한다. 이는 광란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경쟁을 가리킨다.
신차의 평균 가격은 곤두박질쳤다. 만리장성자동차와 BYD를 포함한 6개 제조사의 평균 신차 가격은 올해 약 2만4000 달러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는 2021년보다 무려 21%나 낮은 수치다. 제조사들은 단순히 가격만 낮추지 않는다. 내장형 전골 밥솥, 다중 스크린, 무료 보험, 저렴한 대출까지 제공하며 경쟁사를 압도하려 한다.
이 치킨 게임은 특히 휘발유차 제조사들을 압박했다.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는 이미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둥펑자동차는 2025년 상반기 판매량이 14% 감소한 뒤 핵심 사업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초기 전기차(EV) 브랜드를 분사하며 수익 경고를 내보냈다. 하지만 소규모 전기차 제조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컨설팅 회사 알릭스파트너스는 작년에 처음으로 시장에 진입한 것보다 더 많은 전기차 제조사가 시장을 떠났다고 밝혔다. 무려 16개 기업이 퇴출됐다.
BYD 등 대기업마저 흔들리는 현실
한때 가격 전쟁 속에서도 시장 점유율과 마진을 모두 키워온 BYD마저 압박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난 분기 순이익이 30% 가까이 급감했다. BYD는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다. 월간 생산량은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두 달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1360억 달러(약 139조 원) 규모의 이 회사는 해외 연구 및 공장 건설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국내에서는 대규모 할인을 통해 매출을 늘리려 했다. 상반기 순이익이 10% 감소한 만리장성자동차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시진핑 주석은 무질서한 가격 인하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월, 산업부는 제조사들에게 '합리적인 경쟁'을 추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거의 효과가 없었다. 당국은 규칙과 지침을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은 산업 문제의 근본 원인을 외면하고 있다.
진정한 문제는 과잉 생산 능력이다. 컨설팅 회사 오토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해 승용차 판매량은 2760만 대에 불과했다. 반면 생산 능력은 5560만 대에 달했다. 10년 전보다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필요한 것보다 두 배나 많은 공장은 재정적 블랙홀이다. 이는 제조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는 헛된 희망으로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게 만들었다. 결국 손실은 더욱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과잉 생산을 억제하는 방법은 명확해 보인다. 새로운 공장 건설을 막고, 유휴 공장을 정리하며, 산업 통합을 장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는 정치가 개입된다.
지방 정부의 딜레마와 일자리 문제
전기차 산업은 지난 15년 동안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 되었다. 가격 전쟁은 일부 제조사들이 배터리, 보조 운전, 자동화 생산 라인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추게 했다. 포드 CEO 짐 팔리는 신생 기업 샤오미를 극찬하며 중국 경쟁사들을 '훨씬 우월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생산 능력 억제는 경제적으로 고통스럽다. 자금이 부족한 지방 정부들은 GDP 성장을 위해 제조사들이 공장을 짓도록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세금 감면, 토지, 보조금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사라진 기업을 되살리기도 했다. 회사가 손해를 보더라도, 지방 정부는 생산된 제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챙길 수 있다. 그린필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은 지방 공무원의 핵심 목표다.
니오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회사는 수익성이 없다. 2020년 재정 파탄 위기에 처하자, 공장이 위치한 안후이성의 국영 기업이 이끄는 그룹으로부터 10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번스타인 연구원은 이를 '구제금융'이라 불렀다. 니오는 이 자금으로 세 번째 공장 건설을 승인받아 연간 생산 능력을 약 100만 대까지 늘렸다. 그러나 작년 판매량은 22만1970 대에 불과했다.
일자리 문제도 심각하다.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 토미 우에 따르면, 이 부문은 약 50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미 일부 제조사들이 직원의 교대 근무와 급여를 줄이고, 정규직을 임시직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업 통합과 공장 폐쇄는 대규모 실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판매가 부진한 둥펑자동차 같은 기존 기업이나, 판매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신생 기업들의 경우 더 큰 문제다.
가격 전쟁과 과잉 생산의 이중 효과는 제조사들을 판매 악화에 취약하게 만들었다. 내수는 여전히 취약하다. 중국 자동차 판매는 2025년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세금 면제와 정부 지원 프로그램 덕분에 구매가 앞당겨졌을 가능성이 높다. 7월 소비자 신뢰도 조사는 89에 그쳤다. 팬데믹 이전 수준인 120보다 한참 낮다. 피치는 하반기에 소비 심리가 더욱 약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수출도 역풍에 직면했다. 2020년에서 2024년 사이에 600만 대로 급증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해외 보호주의와 BYD, 상하이자동차, 체리 같은 주요 수출 기업들의 현지 생산 계획은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다.
수요가 더 약해지면 기업의 퇴출은 가속화되고 더 고통스러워질 것이다. 5년 전만 해도 부실한 자동차 자산은 매수자를 찾을 수 있었다. 파산한 부동산 거물 중국 에버그란데는 실패한 고급차 제조사 패러데이 퓨처와 사브의 자회사 NEVS 등에서 파편을 인수해 자동차 사업을 통합하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거래가 실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24년 중국 에버그란데 신에너지 자동차 자체에 대한 거래나 바이두가 지원하는 WM 모터스에 대한 거래가 무산됐다.
약한 기업들은 매력적인 지적 재산을 보유할 가능성이 적다. 공급 과잉 상태에서는 생산 라인의 가치가 거의 없다. 파산과 정리해고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만약 수요가 갑자기 급증하지 않는다면, 중국 자동차 산업 대부분은 재정적 파멸과 충돌하는 과정에 있다.
잊힌 '수익성'.. 지배를 위한 경쟁
중국 전기차 산업은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았다. 차는 더 저렴해졌고, 소비자들은 구매할 준비가 되었다. 테슬라 외에 수많은 대안이 생겼다. 하지만 이 격렬한 경쟁에는 큰 대가가 따랐다. 뉴욕 타임스는 약 50개 제조사 간의 경쟁으로 반복적인 가격 인하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제조사들은 바닥을 향해 경쟁했다. 엄청난 재정적 압박에 시달렸다. 많은 기업들은 공급업체에 대금을 지불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대신 국영 은행에 더 많은 공장을 짓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이는 예상 밖의 반전이다. 세계 최대 공산주의 국가에서 자유 시장 경쟁이 산업을 위협할 정도로 가격을 낮추고 있다. 반면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 대규모 구제금융이 필요했다.
중국 정부는 '인볼루션', 즉 지속 불가능한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과도한 경쟁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캠페인은 아직 결실을 맺지 못했다. BYD를 포함한 17개 제조사들은 부품 수령 후 30일 이내에 공급업체에 대금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규정 준수 보고서에 따르면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상하이 EV 컨설팅 회사 오토모빌리티의 CEO 빌 루소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수익성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지배를 위한 경쟁입니다." 엘론 머스크의 독성적인 세계관을 물려받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수많은 AI 스타트업이 사라지듯, 중국 전기차 산업도 조만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알릭스파트너스는 작년 기준 129개 브랜드 중 2030년까지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은 약 15%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알릭스파트너스의 아시아 자동차 부문 책임자 스티븐 다이어는 말했다. "계속 살아남으려면 돈 많은 투자자가 필요할 겁니다."
한편, 중국은 제조사들이 계속해서 국영 은행에서 돈을 빌려 기능을 추가한 차를 생산할 경우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BYD의 고급 SUV '양왕 U8'에는 지붕에서 이륙하는 드론이 탑재되어 있다. 이는 과도한 경쟁이 낳은 비합리적인 기능 개발의 한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