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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미래를 엿보다, 컨셉트카의 세 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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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미래를 엿보다, 컨셉트카의 세 가지 이야기

상상 초월 '기술 쇼케이스'부터 '양산 성공작', 그리고 '비운의 걸작'까지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9-05 09:05

현대 아이-오닉 컨셉트 사진=현대자동차이미지 확대보기
현대 아이-오닉 컨셉트 사진=현대자동차
자동차 제조사들의 기술과 디자인 철학이 응축된 '미래의 청사진', 컨셉트카. 화려한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모든 컨셉트카가 현실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어떤 모델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어떤 모델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양산차로 재탄생하며, 또 어떤 모델은 끝내 양산되지 못한 채 전설로 남는다. 그 운명이 엇갈린 컨셉트카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봤다.

Part 1. 파격과 상상력의 경연장: '기술의 쇼케이스'

컨셉트카는 때로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그리고 미래 이동 수단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컨셉트카의 시초, 뷰익 Y-Job 사진=뷰익이미지 확대보기
컨셉트카의 시초, 뷰익 Y-Job 사진=뷰익

뷰익 Y-Job (Buick Y-Job): 1938년에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컨셉트카'다.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낮고 길쭉한 차체, 전동식 창문, 그리고 접이식 헤드램프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선구자였다. Y-Job은 양산 모델이 아니었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이 대중의 반응을 살피고 미래 기술을 선보이는 '컨셉트카'라는 개념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대 비전 T 사진=현대자동차이미지 확대보기
현대 비전 T 사진=현대자동차

현대 비전 T (Hyundai Vision T): 2019년 LA 모터쇼에서 공개된 이 컨셉트카는 '파라메트릭 에어 셔터(Parametric Air Shutter)'라는 혁신적인 그릴 디자인을 선보였다. 정차 시에는 닫혀 있다가 차량이 움직이면 그릴이 순차적으로 움직이며 공기역학 성능을 최적화하는 기능이다.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기능적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BMW 지나 라이트 비저너리 모델(GINA Light Visionary Model) 사진=BMW이미지 확대보기
BMW 지나 라이트 비저너리 모델(GINA Light Visionary Model) 사진=BMW

BMW GINA Light Visionary Model: 2008년 공개된 GINA는 '차체는 직물로 이루어져 있고, 원하는 대로 형태를 바꿀 수 있다'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했다. 차체를 덮은 방수 직물 소재 덕분에 운전자가 도어를 열면 직물이 부드럽게 주름지며 열리고, 헤드램프는 직물이 '눈꺼풀'처럼 열리며 드러난다. 이는 자동차가 단순한 금속 덩어리가 아닌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느껴지게 만든 혁신이었다.

Part 2. 꿈이 현실이 되다: '성공적인 양산의 길'

수많은 컨셉트카 중 극소수만이 양산의 문턱을 넘는다. 이들은 컨셉트카의 혁신적인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유지하면서도, 현실적인 생산성을 확보해 대중에게 다가가는 데 성공했다.

포드 GT90 컨셉트카 사진=포드이미지 확대보기
포드 GT90 컨셉트카 사진=포드

포드 GT: 1995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GT90 컨셉트'가 공개되었을 때, 전설적인 GT40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컨셉트는 2002년 '포드 GT40 컨셉트'로 다시 한번 대중 앞에 섰고, 결국 2005년 양산형 '포드 GT'로 이어졌다. 포드는 1960년대 르망을 제패했던 전설을 21세기 기술력으로 완벽하게 부활시켰다.

아우디 르망 콰트로 컨셉트카 사진=아우디이미지 확대보기
아우디 르망 콰트로 컨셉트카 사진=아우디

아우디 R8: 200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아우디 르망 콰트로 컨셉트'는 아우디의 슈퍼카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었다. 3년 후, 이 컨셉트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계승한 'R8'이 양산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영감을 받은 날렵한 디자인과 강력한 성능을 갖춘 R8은 컨셉트카의 꿈을 현실로 만든 대표적인 사례다.

랜드로버 LRX 컨셉트카 사진=랜드로버이미지 확대보기
랜드로버 LRX 컨셉트카 사진=랜드로버

랜드로버 이보크: 2008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등장한 'LRX 컨셉트'는 기존의 투박한 SUV와는 완전히 다른, 도시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당시만 해도 과연 이대로 양산될 수 있을지 의문이 많았지만, 랜드로버는 LRX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적용한 '이보크'를 2011년에 출시했다. 이는 컨셉트카의 파격적인 디자인을 양산차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현대 아이-오닉(i-oniq) 컨셉트 사진=현대자동차이미지 확대보기
현대 아이-오닉(i-oniq) 컨셉트 사진=현대자동차

현대 아이-오닉: 독일 현대차 유럽 연구개발센터에서 디자인 및 개발된 i-oniq는 2012년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됐다. 브랜드 시그니처 디자인 언어인 '플루이딕 스컬프처'가 적용됐다. 4.4m 길이의 이 콘셉트카는 주행거리 확장형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전기 스포츠 해치백이다. 운전자 중심의 대시보드와 센터콘솔은 물론, 조종석에 탑재된 움직임 제어 장치와 다층 프로젝션 클러스터, 대형 디스플레이 등 미래지향적인 내부 디자인은 현대차의 미래 기술을 담아냈다.

Part 3. 대중의 찬사를 받았지만: '비운의 걸작들'

일부 컨셉트카는 뜨거운 관심과 호평을 받았지만,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끝내 양산되지 못했다. 이들은 자동차 역사에서 '만약에'라는 아쉬움을 남긴 비운의 주인공들이다.

재규어 C-X75 컨셉트 사진=재규어이미지 확대보기
재규어 C-X75 컨셉트 사진=재규어

재규어 C-X75: 2010년 파리 모터쇼에서 공개된 미드십 하이브리드 슈퍼카다. 혁신적인 가스터빈 엔진과 4개의 전기모터로 총 778마력의 괴물 같은 성능을 예고했다. 언론과 대중의 찬사를 받으며 250대 한정 생산 계획까지 발표되었지만, 2008년 금융 위기의 여파로 인해 결국 프로젝트가 취소됐다. 2015년 영화 '007 스펙터'에 등장하며 재조명받았으나, 끝내 양산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람보르기니 에스토크 사진=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이미지 확대보기
람보르기니 에스토크 사진=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람보르기니 에스토크 (Lamborghini Estoque): 2008년 파리 모터쇼에서 선보인 4도어 럭셔리 세단 컨셉트카다. 람보르기니 특유의 날렵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실용성을 겸비해 '포르쉐 파나메라'와 같은 시장을 겨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양산이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당시 폭스바겐 그룹의 재정 상황과 생산라인 문제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람보르기니의 4도어 세단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미완의 꿈'으로 남아있다.

폭스바겐 GX3 컨셉트카 사진=폭스바겐이미지 확대보기
폭스바겐 GX3 컨셉트카 사진=폭스바겐

폭스바겐 GX3: 2006년 LA 오토쇼에 공개된 3륜 로드스터다. 가볍고 강력한 성능, 모터사이클에 가까운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양산을 위한 준비까지 마쳤지만, 폭스바겐은 돌출된 디자인으로 인한 잠재적인 소송 위험을 우려하여 결국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독특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만큼,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긴 모델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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