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중국 상하이 안팅에 위치한 SAIC 폭스바겐 공장 내 전용 생산 시설에서 아우디 E5 스포트백이 생산 라인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차량 조립, 마감, 표면 검사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아우디
지난 10여 년간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며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유례없는 격동기를 지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부터 초고율 관세 장벽까지, 주요 경제권 간 무역 갈등은 완성차 제조사들의 전략을 근본부터 뒤흔들었다. 전동화 전환은 이러한 격변 속에서 생존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자 동시에 새로운 리스크를 내포한 도전이었다.
이번 ‘Numbers Insight’ 시리즈는 전 세계 주요 브랜드의 실적 지표를 중심으로 산업 전환기의 ‘숫자 속 진실’을 해독한다. 매출, 수익성, 전기차 전환 속도, 그리고 규제·관세·현지화 전략까지 브랜드별 전환 전략과 성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편집자 주 -
아우디의 2025년 상반기 실적은 상반된 두 흐름을 보여준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크게 꺾였고 BEV(순수 전기차) 인도는 뛰었지만,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하락했다. 결과론적으로만 볼 때 미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준은 된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1.8%
아우디 브랜드 상반기 매출은 293억 유로(+6.7%)로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억2000만 유로(–55.9%, 한화 약 8463억 원)에 그쳐 영업이익률이 1.8%까지 내려앉았다. 아우디·벤틀리·람보르기니를 포함한 브랜드 그룹 프로그레시브(Brand Group Progressive) 기준으로는 매출 325억7000만 유로, 영업이익 10억8700만 유로, 영업이익률 3.3%를 기록했다. (9월 2일 기준 환율 1 EUR = 1,632.32 KRW)
회사는 하락 원인으로 미국발 25% 관세 충격, 구조조정 비용, CO₂ 규제비 증가를 직접 지목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하락세를 겪으며 글로벌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우디는 BEV 전환 속도를 높였지만, 이익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상반기 BEV 인도량은 전년 대비 약 +32% 증가했지만, 높은 개발비와 플랫폼 전환 비용, CO₂ 규제 대응 비용이 단위당 공헌이익을 압박했다.
하지만 BEV 볼륨 증가는 곧바로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발 25% 수입관세가 일부 차량 가격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관세 적용 범위와 세부 시점은 국가별로 다르며, 공식 발표는 확인되지 않았다. PPE 전환 및 소프트웨어 개발비 증가도 하나의 원인으로 파악된다. 아우디가 연간 실적 가이던스에서 “볼륨보다 수익성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재설정한 이유다.
미국 관세의 그림자와 손익 변수
올해 4월 2일부터 발효된 미국 25% 수입관세는 상반기 실적을 직격했다. 아우디는 일정 물량을 항만에 묶어두며 출고를 조정했고, 2분기 미국 인도는 3만9241대로 줄었다. 이는 약 두 달치 재고 수준으로, 로이터(Reuters)의 보도에 따른 수치다.
7월 말 EU·미국 간 합의를 통해 관세를 27.5%에서 15%로 인하하는 프레임이 마련됐으며, 8월 1일부터 소급 적용될 계획이다. 다만 EU 입법 절차와 세부 적용 범위가 남아 있어 하반기 손익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PPE와 E³ 1.2, 아우디 전환 전략의 중심
아우디의 전동화 전략은 PPE(Premium Platform Electric)와 E³ 1.2 전자 아키텍처로 요약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Q6 e-tron은 PPE의 첫 번째 모델로, 800V 전용 EV 플랫폼과 DC 급속 260kW(스포트백 270kW), EPA 기준 321마일(RWD 울트라 패키지)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E³ 1.2는 OTA 기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전자 제어 표준화를 통해 개발·제조 효율을 높이고, 향후 소프트웨어 구독·기능 판매를 통한 수익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Q6 스포트백 e-tron과 고성능 SQ6의 글로벌 램프업이 예고되어 있다. PPE 파생 모델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가 단위당 원가 절감과 믹스 마진 방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본격 가동한 창춘 FAW-아우디 NEV 공장은 PPE 기반 Q6L e-tron과 A6L e-tron의 현지 생산 거점이다. Q6L e-tron은 7월 사전판매를 시작해 35.3만 위안(한화 약 약 6647만 원)으로 예약을 받았고, 8월에는 롱레인지 34.88만 / 파이오니어 37.88만 위안으로 공식가를 확정해 인도를 앞두고 있다. (9월 2일 기준 환율 1 CNY = 188.3 KRW)
아우디는 상하이 SAIC와 협력해 ‘Advanced Digitized Platform’을 개발 중이며, 2025년부터 B·C세그먼트 전기차 3종을 순차 투입해 개발·출시 리드타임을 30% 이상 단축할 계획이다. 중국 현지생산·UX 최적화·관세 부담 해소는 가격 경쟁력 확보와 납기 단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핵심 전략이다.
재고·가격, 미시 지표가 드러내는 부담
업계 일각에서는 아우디 전기차 판매를 둘러싼 재고와 가격 지표가 수익성에 잠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미국 전기차(EV) 평균 재고일수는 약 87일 수준으로 추정된다. 일부 분석에서는 아우디 전기차의 재고일수가 업계 평균을 상회해 약 170일 수준으로 길다는 관측도 있다. 이러한 재고 증가는 판매 인센티브 확대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다른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중고 EV 시장의 재고일수는 약 41일 수준으로 비교적 빠른 회전율을 보이는 반면, 유럽 평균 BEV 잔존가치(RV)는 약 48% 수준으로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수치는 독일 중고차 분석기관 DAT 그룹의 비공식 상반기 데이터를 인용한 업계 분석에서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Q6 e-tron의 260~270kW급 급속 충전 성능은 동급 경쟁 모델 대비 우수하지만, 실제 충전 속도는 인프라 환경과 요금 체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충전 인프라 품질은 향후 전기차 잔존가치와 리스료 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한다.
상반기 실적은 전환기의 비용 구조와 제품 전략의 성패가 맞물린 결과다. 하반기 아우디의 핵심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 EU·미국 간 관세 인하가 예정대로 8월 1일 소급 적용되는지 여부. 둘째, Q6 패밀리 램프업 속도와 실제 판매 인센티브 추세. 셋째, 중국 현지 전략의 성패다. Q6L·A6L e-tron의 현지 수요 반응과 SAIC 협업 플랫폼의 조기 투입 효과가 관건이다.
결국 아우디는 매출 증가와 전기차 전환 성과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압박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PPE 기반 Q6 e-tron, E³ 1.2 아키텍처, 중국 현지화 전략은 전환기를 돌파하기 위한 핵심 축으로 꼽힌다. 하반기에는 전기차 포트폴리오 확대,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 강화, 중국 시장 대응을 통해 실적 개선을 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