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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s Inside] 아우디, ‘1.8%’의 역설...“전기차 볼륨은 늘었지만 이익은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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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s Inside] 아우디, ‘1.8%’의 역설...“전기차 볼륨은 늘었지만 이익은 꺾였다”

PPE 전환, 중국 재편, 관세의 비용을 숫자로 읽다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9-04 09:05


중국 상하이 안팅에 위치한 SAIC 폭스바겐 공장 내 전용 생산 시설에서 아우디 E5 스포트백이 생산 라인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차량 조립, 마감, 표면 검사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아우디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상하이 안팅에 위치한 SAIC 폭스바겐 공장 내 전용 생산 시설에서 아우디 E5 스포트백이 생산 라인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차량 조립, 마감, 표면 검사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아우디

지난 10여 년간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며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유례없는 격동기를 지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부터 초고율 관세 장벽까지, 주요 경제권 간 무역 갈등은 완성차 제조사들의 전략을 근본부터 뒤흔들었다. 전동화 전환은 이러한 격변 속에서 생존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자 동시에 새로운 리스크를 내포한 도전이었다.

이번 ‘Numbers Insight’ 시리즈는 전 세계 주요 브랜드의 실적 지표를 중심으로 산업 전환기의 ‘숫자 속 진실’을 해독한다. 매출, 수익성, 전기차 전환 속도, 그리고 규제·관세·현지화 전략까지 브랜드별 전환 전략과 성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편집자 주 -

아우디의 2025년 상반기 실적은 상반된 두 흐름을 보여준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크게 꺾였고 BEV(순수 전기차) 인도는 뛰었지만,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하락했다. 결과론적으로만 볼 때 미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준은 된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1.8%

아우디 브랜드 상반기 매출은 293억 유로(+6.7%)로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억2000만 유로(–55.9%, 한화 약 8463억 원)에 그쳐 영업이익률이 1.8%까지 내려앉았다. 아우디·벤틀리·람보르기니를 포함한 브랜드 그룹 프로그레시브(Brand Group Progressive) 기준으로는 매출 325억7000만 유로, 영업이익 10억8700만 유로, 영업이익률 3.3%를 기록했다. (9월 2일 기준 환율 1 EUR = 1,632.32 KRW)

회사는 하락 원인으로 미국발 25% 관세 충격, 구조조정 비용, CO₂ 규제비 증가를 직접 지목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하락세를 겪으며 글로벌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우디 E5 스포트백 인테리어 사진=아우디이미지 확대보기
아우디 E5 스포트백 인테리어 사진=아우디

전기차는 늘었지만, 수익성은 흔들렸다

아우디는 BEV 전환 속도를 높였지만, 이익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상반기 BEV 인도량은 전년 대비 약 +32% 증가했지만, 높은 개발비와 플랫폼 전환 비용, CO₂ 규제 대응 비용이 단위당 공헌이익을 압박했다.

하지만 BEV 볼륨 증가는 곧바로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발 25% 수입관세가 일부 차량 가격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관세 적용 범위와 세부 시점은 국가별로 다르며, 공식 발표는 확인되지 않았다. PPE 전환 및 소프트웨어 개발비 증가도 하나의 원인으로 파악된다. 아우디가 연간 실적 가이던스에서 “볼륨보다 수익성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재설정한 이유다.

미국 관세의 그림자와 손익 변수

올해 4월 2일부터 발효된 미국 25% 수입관세는 상반기 실적을 직격했다. 아우디는 일정 물량을 항만에 묶어두며 출고를 조정했고, 2분기 미국 인도는 3만9241대로 줄었다. 이는 약 두 달치 재고 수준으로, 로이터(Reuters)의 보도에 따른 수치다.

7월 말 EU·미국 간 합의를 통해 관세를 27.5%에서 15%로 인하하는 프레임이 마련됐으며, 8월 1일부터 소급 적용될 계획이다. 다만 EU 입법 절차와 세부 적용 범위가 남아 있어 하반기 손익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PPE와 E³ 1.2, 아우디 전환 전략의 중심

아우디의 전동화 전략은 PPE(Premium Platform Electric)와 E³ 1.2 전자 아키텍처로 요약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Q6 e-tron은 PPE의 첫 번째 모델로, 800V 전용 EV 플랫폼과 DC 급속 260kW(스포트백 270kW), EPA 기준 321마일(RWD 울트라 패키지)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E³ 1.2는 OTA 기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전자 제어 표준화를 통해 개발·제조 효율을 높이고, 향후 소프트웨어 구독·기능 판매를 통한 수익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Q6 스포트백 e-tron과 고성능 SQ6의 글로벌 램프업이 예고되어 있다. PPE 파생 모델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가 단위당 원가 절감과 믹스 마진 방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우디 중국 상해 공장 전경 사진=아우디이미지 확대보기
아우디 중국 상해 공장 전경 사진=아우디

중국 전략, 현지화 속도전

지난해 말 본격 가동한 창춘 FAW-아우디 NEV 공장은 PPE 기반 Q6L e-tron과 A6L e-tron의 현지 생산 거점이다. Q6L e-tron은 7월 사전판매를 시작해 35.3만 위안(한화 약 약 6647만 원)으로 예약을 받았고, 8월에는 롱레인지 34.88만 / 파이오니어 37.88만 위안으로 공식가를 확정해 인도를 앞두고 있다. (9월 2일 기준 환율 1 CNY = 188.3 KRW)

아우디는 상하이 SAIC와 협력해 ‘Advanced Digitized Platform’을 개발 중이며, 2025년부터 B·C세그먼트 전기차 3종을 순차 투입해 개발·출시 리드타임을 30% 이상 단축할 계획이다. 중국 현지생산·UX 최적화·관세 부담 해소는 가격 경쟁력 확보와 납기 단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핵심 전략이다.

재고·가격, 미시 지표가 드러내는 부담

업계 일각에서는 아우디 전기차 판매를 둘러싼 재고와 가격 지표가 수익성에 잠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미국 전기차(EV) 평균 재고일수는 약 87일 수준으로 추정된다. 일부 분석에서는 아우디 전기차의 재고일수가 업계 평균을 상회해 약 170일 수준으로 길다는 관측도 있다. 이러한 재고 증가는 판매 인센티브 확대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다른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중고 EV 시장의 재고일수는 약 41일 수준으로 비교적 빠른 회전율을 보이는 반면, 유럽 평균 BEV 잔존가치(RV)는 약 48% 수준으로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수치는 독일 중고차 분석기관 DAT 그룹의 비공식 상반기 데이터를 인용한 업계 분석에서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Q6 e-tron의 260~270kW급 급속 충전 성능은 동급 경쟁 모델 대비 우수하지만, 실제 충전 속도는 인프라 환경과 요금 체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충전 인프라 품질은 향후 전기차 잔존가치와 리스료 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한다.

아우디 E5 스포트백 사진=아우디이미지 확대보기
아우디 E5 스포트백 사진=아우디

2025 하반기, 관전 포인트

상반기 실적은 전환기의 비용 구조와 제품 전략의 성패가 맞물린 결과다. 하반기 아우디의 핵심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 EU·미국 간 관세 인하가 예정대로 8월 1일 소급 적용되는지 여부. 둘째, Q6 패밀리 램프업 속도와 실제 판매 인센티브 추세. 셋째, 중국 현지 전략의 성패다. Q6L·A6L e-tron의 현지 수요 반응과 SAIC 협업 플랫폼의 조기 투입 효과가 관건이다.

결국 아우디는 매출 증가와 전기차 전환 성과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압박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PPE 기반 Q6 e-tron, E³ 1.2 아키텍처, 중국 현지화 전략은 전환기를 돌파하기 위한 핵심 축으로 꼽힌다. 하반기에는 전기차 포트폴리오 확대,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 강화, 중국 시장 대응을 통해 실적 개선을 꾀할 전망이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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