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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정부, 발멧 오토모티브 지분 인수.. '전기차 침체'에 국가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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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정부, 발멧 오토모티브 지분 인수.. '전기차 침체'에 국가가 나섰다

중국 CATL로부터 지분 20.6% 사들여.. 총 지분 79% 소유, 사실상 국유화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09-02 09:04

사진=발멧 오토모티브(Valmet Automotive)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발멧 오토모티브(Valmet Automotive)
핀란드 정부가 자국 자동차 제조사 발멧 오토모티브(Valmet Automotive)의 지분을 대폭 늘렸다. 유럽의 더딘 전기차 시장 성장에 발목이 잡힌 발멧 오토모티브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국 배터리 기업 CATL로부터 지분 20.6%를 인수했다고 1일(현지 시각) 외신이 보도했다. 이번 지분 인수와 추가 투자를 통해 핀란드 정부는 발멧 오토모티브 지분 79%를 소유하게 됐다. 기존 주주인 민간 투자사 폰토스(Pontos)는 21%를 갖게 된다. 사실상 국유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 지분 매각은 "예상보다 느린 전기차 보급 속도"와 "어려운 시장 상황" 때문이라고 핀란드 정부는 밝혔다.

발멧 오토모티브는 한때 포르쉐, 사브,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위탁 생산을 맡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전기차 시장이 침체되면서 주문량이 급감했다. CATL은 2017년 발멧 오토모티브에 투자하며 유럽 시장 진출을 노렸다. 하지만 유럽 내 전기차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발멧 오토모티브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 정부는 성명을 통해 CATL의 지분 매각 후에도 발멧 오토모티브에 3500만 유로(약 570억 원)의 신규 자본을 추가로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핀란드 정부는 단순한 구원 투수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발멧 오토모티브는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방위 산업을 위한 계약 제조와 같은 새로운 산업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핀란드 정부와 폰토스, 연금 보험사 바르마(Varma)는 발멧 오토모티브의 배터리 자회사 이온코어(Ioncor)의 주식도 매입했다. 이를 통해 핀란드 정부는 이온코어의 지분 70%를 확보했다. 이온코어는 핀란드와 독일의 공장에서 약 1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온코어는 앞으로 대형 차량 및 기계용 배터리 사업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핀란드 정부의 총 투자금은 1억 2000만 유로(약 1900억 원)에 달한다.

이번 사태는 유럽 자동차 산업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저렴하고 기술력 높은 모델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2024년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했지만, 업계는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유럽의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핀란드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러한 시장 상황 속에서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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