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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달린 스마트폰' 시대 개막.. 1000억 달러 커넥티드카 시장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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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달린 스마트폰' 시대 개막.. 1000억 달러 커넥티드카 시장 승자는?

도로 위 모든 것을 연결하라.. V2X·AI·5G가 이끄는 거대한 변화 물결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08-2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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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진화하고 있다. 차량이 외부와 실시간으로 통신하는 '커넥티드 차량' 기술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1000억 달러(약 139조 8000억 원) 규모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꾸는 거대한 흐름이다.

20일(현지 시각) FMI(future market insights)의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커넥티드 차량 기술 시장의 가치는 2025년에 398억 달러(약 55조 6000억 원)로 추산된다. 그리고 예측 기간 동안 연평균 10.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5년에는 1120억 달러(약 156조 57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성장은 첨단 텔레매틱스 시스템, 연결된 내비게이션, 그리고 V2X(Vehicle-to-Everything) 통신과 같은 안전 기술의 채택 증가와 자율 주행 시스템에 대한 규제 요구 사항에 의해 주도될 것이다. V2X는 차량이 다른 모든 것과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을 의미한다. 여기서 '모든 것(Everything)'은 다른 차량, 도로 신호등이나 표지판 같은 인프라, 보행자, 그리고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포함한다.

시장 성장의 두 가지 엔진, 기술과 규제


커넥티드 차량 시장이 이토록 빠르게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 강력한 엔진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바로 기술 혁신과 정부 규제다.

5G, AI(인공지능), 엣지 컴퓨팅 기술의 발전은 차량 기능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5G의 초고속 연결은 차량이 주변 환경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AI 기반 텔레매틱스는 운전자에게 예측 정비나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여기에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아키텍처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차량의 기능을 원격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한다. 더 이상 차는 공장에서 완성되는 제품이 아니다. 판매 이후에도 계속 진화하는 플랫폼이다.

정부의 움직임 또한 시장을 밀어붙이는 중요한 동력이다. 각국 정부는 교통 최적화와 충돌 방지를 위해 차량 간 통신인 V2X 기술을 의무화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규제 요건도 점점 엄격해지는 추세다. 이러한 규제들은 시장의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기업들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솔루션을 개발하도록 유도한다.

기술 주도권 싸움의 핵심, 'V2X'와 그 너머


커넥티드 차량 시장의 판도를 이해하려면 핵심 기술인 V2X 통신을 주목해야 한다. 2025년 시장 수익의 54%를 V2X 통신이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을 보인다. 이는 V2X가 도로 안전과 효율성을 혁신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V2X 기술은 사각지대 경고, 차선 변경 지원, 교차로 관리 같은 고급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현실화한다.

기술만큼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어떤 차량이 주도권을 잡느냐다. 보고서는 2025년 커넥티드 차량 시장에서 승용차가 63%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디지털 조종석, 실시간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등 연결된 기능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혁신이 곧바로 소비자 편의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커넥티드 차량 기술의 적용 분야 중에서는 안전 및 보안 애플리케이션이 27%의 점유율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동 비상 제동, 차량 추적, SOS 호출 같은 기능들은 이제 소비자가 차량을 선택하는 주요 기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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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술 강국들, '바퀴 위 전쟁' 벌이다


커넥티드 차량 시장은 소수 기업이 주도하는 거대한 전쟁터다. 퀄컴은 5G 통신 칩셋을 앞세워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퀄컴 칩셋은 차량 내 네트워크, 자율주행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하며 강력한 파트너십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퀄컴 외에도 수많은 기술 기업들이 시장의 점유율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앱티브(Aptiv), 덴소(Denso), 하만(Harman) 같은 전통적인 자동차 기술 기업들은 하드웨어와 시스템 통합을 담당한다. 인텔, NXP 세미컨덕터 같은 반도체 기업들은 차량의 두뇌를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전통적인 자동차 업계의 경계를 넘어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같은 IT 공룡들이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과 데이터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에 집중하는 웨이모(Waymo) 역시 미래 시장의 중요한 플레이어다.

이러한 경쟁 구도는 단순히 누가 더 좋은 칩을 만드느냐의 문제를 넘어섰다. 누가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고, 차량과 클라우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느냐의 싸움으로 확장되고 있다.

성장 가로막는 그림자, 데이터와 인프라의 도전


그러나 커넥티드 차량 시장의 밝은 전망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바로 데이터 보안과 인프라 문제다.

차량이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방대한 데이터는 해커들에게 매력적인 목표가 된다. 운전자 정보, 차량 위치, 주행 습관 등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상존한다. 강력한 사이버 보안 프로토콜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또한 커넥티드 차량이 제 기능을 하려면 도로, 신호등, 심지어 보행자까지 연결된 '스마트 인프라'가 필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5G 네트워크와 스마트 시티 인프라 구축은 아직 초기 단계다. 인프라 부족은 커넥티드 차량 기술의 광범위한 확산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전 세계가 '연결'에 집중하는 이유


국가별로도 성장세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스마트 시티 이니셔티브에 힘입어 연평균 14.7%라는 압도적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인도 역시 급속한 도시화와 정부 규제 덕분에 13.6%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뒤를 쫓고 있다.

독일(12.5%), 영국(10.4%), 미국(9.3%)과 같은 선진국들은 이미 성숙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과 첨단 안전 기능에 대한 꾸준한 수요 덕분에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커넥티드 차량은 더 이상 먼 미래 기술이 아니다. 안전성, 효율성, 그리고 편의성을 향한 소비자들의 욕구는 물론, 정부의 규제와 산업의 기술 혁신이 맞물려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2035년, 1120억 달러 규모 거대 시장을 누가 차지할지는 이 복잡한 기술과 인프라, 그리고 데이터 경쟁에서 승리하는 기업에게 달려 있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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