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를 바꾼 자동차 브랜드의 주인공은 오랜 전통의 거인들만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전통의 틀을 깨고 미래 모빌리티와 고성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신생 브랜드들이 대거 등장했다. 각기 독창적인 철학과 압도적인 성능, 파격적 디자인으로 시장을 뒤흔드는 이들 브랜드와, 그를 대표하는 걸작 모델들을 살펴본다.
니콜 카스(Nichols Cars, 2017년 영국) : N1A ICON 88
니콜스 카스는 F1 명설계자 스티브 니콜스가 창립한 브랜드다. 브랜드 데뷔작 N1A ICON 88은 아일톤 세나의 1988년 맥라렌 MP4/4 우승을 오마주한 스트리트 바케타다(도로주행용 오픈탑 레이싱카). 7.0리터 자연흡기 V8, 650마력, 900kg대 초경량 카본·그래핀 바디, 아날로그 감각의 드라이빙 포지션은 ‘진짜 레이싱’의 황홀함을 도로 위에서 재현한다.
칼럼(CALLUM)은 재규어, 애스턴마틴, 포드 등 영국 자동차 디자인의 상징적 거장 이안 칼럼이 직접 창립한 고유 디자인&엔지니어링 하우스다. 브랜드의 첫 완성차 칼럼 스카이는 콤팩트한 올터레인 전기 스포츠카로, 디자인 유산과 EV 혁신의 융합을 표방한다. 4WD, 초경량 알루미늄 섀시, 독특한 콤팩트 실루엣, 맞춤식 인테리어 옵션 등으로 기존 EV와 유럽식 럭셔리카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잔티 오토모빌리(2012년 이탈리아, Mazzanti Automobili) : 에반트라(Evantra)
마잔티 오토모빌리는 이탈리아의 수제 슈퍼카 신생 브랜드다. 에반트라는 알루미늄과 카본파이버로 만든 다섯 대 한정 독점 모델로, 7.0L V8 엔진(최고출력 701마력), 주문생산 방식, 공격적인 바디워크 등으로 ‘이탈리아식 장인정신’의 한계를 높였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3.2초 만에 돌파, 극도의 희소성과 개성으로 평단을 사로잡았다.
오토모빌리 피닌파리나(2018년 이탈리아, Automobili Pininfarina) : 바티스타(Battista)
마힌드라그룹 소속이자 카로체리아 디자인의 대명사 피닌파리나가 하이퍼 EV 브랜드로 변신한 사례다. 바티스타는 단 한 번의 충전으로 476km, 190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아름다운 이탈리안 GT 스타일에다가 2.0초 이하의 제로백, 각 개인의 취향을 100% 반영한 커스터마이즈 능력까지 ‘이탈리아 정통 문화와 친환경 혁신’의 결합체로 꼽힌다.
우리에게도 이미 익숙해진 브랜드다. 볼보 그룹 산하에서 독립 브랜드화한 폴스타는 북유럽 디자인과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를 결합했다. 순수전기차 폴스타 2, 4 등은 미니멀리즘, 첨단 디지털 인테리어, 고성능 구동계, 구독형 서비스까지 ‘EV 시대의 새로운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다.
루시드 모터스(2016년 미국, Lucid Motors) : 루시드 에어(Lucid Air)
루시드는 “테슬라를 위협하는 미국 신생 전기차 브랜드”로, 2016년 런칭 이후 프리미엄 전기 세단 시장에서 선명한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플래그십 전기 세단 루시드 에어는 최대 1200마력, EPA 기준 830km 이상 주행거리, 초고성능과 고급스러운 실내, 첨단 자율주행 옵션까지 ‘럭셔리 EV의 새 기준’을 세웠다. 특히 에어 그랜드 투어링은 세계 최장 주행거리 EV로 기네스에 오르며 혁신성에 방점을 찍었다.
리막은 동유럽 출신 하이퍼 EV 브랜드로, 단순 전동화가 아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 하이퍼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대표작 네베라는 1914마력, 제로백 1.85초, 최고속 412km/h로 하이퍼카 영역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인공지능 토크 벡터링, 트랙 데이터 로깅 등 첨단 기술력이 집약돼 부가티, 포르쉐와의 파트너십에서도 신뢰를 얻고 있다.
소니혼다모빌리티(2022년 일본, Sony Honda Mobility) : 아필라1(AFEELA 1)
소니와 혼다가 손잡고 설립한 ‘소니혼다모빌리티’는 2025년 첫 전기차 AFEELA 1을 선보이며 새로운 모빌리티 혁신에 도전한다. ‘움직이는 컴퓨터’ 콘셉트 아래, 소니의 첨단 센서·AI·미디어 디자인과 혼다의 전통적 제조 역량을 결합했다. 특히 전면부 ‘미디어 바’ 디스플레이는 차량에 ‘표정’을 입혀 감정, 메시지, 날씨 등을 외부에 표현해 사용자 경험을 혁신적으로 확장한다. 2025년 미국 출시 후 일본 시장에 진입 예정이며, 자율주행 기능과 OTA 업데이트 등 첨단 기술이 대거 탑재된다.
최근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다수의 신생 브랜드들이 혁신적인 비전과 파격적 기술을 앞세워 등장했지만, 자금난과 경영 위기, 시장 환경 변화 등 여러 어려움으로 좌절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들은 각기 독특한 시도로 주목받았으나,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에 실패하며 ‘비운의 신생 브랜드’로 남았다.
피스커(2016년 미국, Fisker Inc.) : 피스커 오션(Fisker Ocean)
비운의 브랜드 피스커는 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전기차 스타트업이었다. 야심차게 선보인 전기 SUV ‘피스커 오션’이 대표작이다. BMW 출신 디자이너인 헨릭 피스커(Henrik Fisker)가 주목을 받았지만, 자금난과 공급망 문제 등 복합적인 경영 위기로 인해 2024년 파산보호 신청을 하는 등 현재 청산 절차에 놓여 있다. 친환경 소재 활용과 혁신적인 디자인, 경쟁력 있는 가격대를 강점으로 급성장했으며, 태양광 루프와 업사이클링 소재가 자동차 친환경 트렌드를 이끌었었다. 또한, 소프트웨어와 OTA 업데이트에 초점을 맞추는 등 사용자 경험에 대한 새 접근법으로 젊은 층과 환경 의식 높은 소비자들에게 호평받았었다.
바이톤은 중국의 전기차 신생 브랜드로, 미래형 스마트 EV를 표방하며 2019년 CES에서 첫선을 보였다. 첨단 커넥티비티, 거대한 디스플레이 패널, AI 기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특징으로 하며, 세련된 디자인과 전기 SUV로 주목받았다. 재정 문제 등으로 잠시 사업에 차질을 겪었으나, 글로벌 EV 흐름 속에서 혁신적인 스마트카 브랜드로 평가받으며 재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사업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화려한 미래차 비전과 혁신적 기술력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실리콘밸리 출신 전기차 스타트업이다. 1000마력 이상의 고성능 전기 SUV FF 91을 중심으로 시장 진출을 시도했으나, 끊이지 않는 자금난과 생산 지연, 경영진 교체, 소송과 투자 실패 등이 겹치며 사업이 크게 흔들렸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자동차 시장 변동성 속에서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여전히 경영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