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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관세 폭탄, 메르세데스-벤츠를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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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관세 폭탄, 메르세데스-벤츠를 흔들다

미국·중국 고급차 시장 위기.. 이윤·매출 급격히 감소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07-21 06:52

메르세데스-벤츠의 미국 맨해튼 딜러십이미지 확대보기
메르세데스-벤츠의 미국 맨해튼 딜러십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지난 몇 년간 칩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마비 등 숱한 난관에 부딪혀 왔다. 그러나 최근 고급차 제조업체에는 예상치 못한 복병이 등장했는데, 바로 미국의 관세다. 특히 간결한 디자인과 대형 엔진으로 유명한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새로운 위협 앞에서 휘청이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특히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이윤과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이며, 이러한 상황이 운전자와 자동차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20일(현지 시각) MSN이 자세히 분석했다.

압박받는 시장 속 관세의 그림자


자동차 구매자들은 끊임없이 치솟는 비용에 시달리고 있다. 유지보수비, 유류비, 그리고 월별 할부금까지, 모든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미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가계 소득의 약 20%를 자동차 관련 비용에 지출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 비율이 15%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비용이 증가하면서 더 많은 운전자들이 빠듯한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여기에 관세까지 더해지면서 자동차 소유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관세는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자동차 산업에서는 해외 차량을 들여오는 비용을 더 비싸게 만든다. 지난 3월부터 미국은 특정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을 25% 인상했고, 이는 수입에 의존하는 기업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많은 수입 차량을 판매하기 때문에 어려운 가격 및 생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흔들리는 소비자 심리, 철회된 실적 전망치


소비자들은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차를 구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한 마쓰다 판매원은 "관세가 곧 부과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이 전시장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센티브가 일부 구매자를 유인했지만, 대부분은 큰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소비자 신뢰는 바닥을 쳤고, 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이 만연해 있다.

지난 3월, 메르세데스-벤츠는 연간 재무 실적 전망치를 철회했다. 이는 명확한 문제의 신호탄이었다.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 속에서 판매량과 이익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회사는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시장 전반의 소비자 신뢰는 낮은 상태다.

북미와 중국에서 큰 타격, 전기차 판매마저 주춤


메르세데스-벤츠의 2분기 북미 지역 출하량은 14% 감소했고, 중국 판매량은 19%나 급감했다. 이 두 시장은 고급 브랜드에게 핵심적인 수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타격이다. 부진한 실적은 투자자 신뢰와 국제 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유럽 판매량은 상대적으로 증가했지만, 다른 지역의 큰 손실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놀랍게도 최근 보고서에서는 배터리 전기차(BEV) 판매량이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당 단 4만1900대만이 출하된 것이다. 이 부문은 다른 판매량 감소를 상쇄해 줄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관세와 변화하는 수요 패턴이 계획을 망쳐버렸다. 전기차 역시 자체적인 비용 및 공급망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메르세데스-벤츠 USA(MBUSA)의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본사이미지 확대보기
메르세데스-벤츠 USA(MBUSA)의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본사


미국에 2개 공장 있지만, 수입 부품 관세 타격


메르세데스-벤츠는 관세로 인해 2분기 이윤 폭이 약 3%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얼핏 보면 크지 않은 수치 같지만, 고급차 사업에서는 이윤 폭이 얇고 대량의 글로벌 판매에 의존한다. 관세나 비용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최종 수익에 불균형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앨라배마에 두 개의 대규모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공장들은 미국 시장을 위한 중요한 SUV 및 세단 모델을 생산한다. 현지 생산에도 불구하고, 수입 부품과 국제 공급망은 여전히 관세의 영향을 받는다. 1만1000명 이상 직원들이 이 공장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경제의 중요한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더 많은 생산량을 미국으로 옮기면 되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이는 간단한 절차가 아니다. 제조 공장을 변경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엄격하고 정밀한 규제 승인이 필요하다. 앨라배마 공장들이 도움이 되지만, 수입품에 대한 관세 영향을 상쇄할 수는 없다.

포드 등 미국 브랜드의 반사이익


포드와 같은 미국 기업들은 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겪는 비용 인상을 일부 피해가기 때문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는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가격을 더 꾸준히 유지할 수 있고, 소비자들이 더 나은 거래를 찾으면서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을 늘릴 가능성까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의 절반의 미국 운전자들이 자동차 비용 때문에 저축을 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약 10%는 소득의 30%를 교통비에 지출하고 있다. 관세는 이러한 압박을 가중시키고, 자동차는 가계 예산에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다른 고급 자동차 제조사들도 고군분투


메르세데스-벤츠만이 영향을 받는 기업은 아니다. 다른 기업들도 상황을 주시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대부분은 예측 불가능한 관세 조치에 불안감을 느끼며 연간 전망치를 철회하거나 축소했다. 국제 공급망에 가장 많이 노출된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으며, 생존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처럼, 다른 고급 제조업체들도 똑같이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 다가오는 분기들은 이들 기업이 상황을 극복하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보여줄 것이다.

소비자들에게는 미래에 더 높은 가격과 줄어든 선택지가 기다리고 있다. 한편, 고급차 거대 기업의 고군분투는 무역 정책이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력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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