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현지시각), 영국 서섹스에 위치한 굿우드 하우스에서 열린 ‘2025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Festival of Speed, FOS)’가 전 세계 자동차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993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올해로 32회째를 맞았으며, ‘위닝 포뮬러, 챔피언과 도전자들(The Winning Formula – Champions and Challengers)’를 주제로 펼쳐졌다. 1.86km의 힐클라임 코스에는 전통적인 내연기관 머신부터 하이브리드 슈퍼카, 수소 콘셉트카, 순수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기술과 디자인이 집약된 최신 차들이 모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은 6종의 차들을 꼽아봤다.
첫 번째는 페라리의 새로운 하이퍼카 F80이다. 페라리의 8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이 모델은 3.0리터 트윈터보 V6 엔진과 세 개의 전기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바탕으로 무려 1200마력에 달하는 출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는 단 2.15초면 충분하고, 최고속도는 350km/h에 이른다. F1 기술과 르망 499P에서 얻은 노하우가 반영된 이 모델은 액티브 공력 시스템과 부스트 최적화 장치를 갖추고 있으며, 굿우드의 힐클라임 코스에서도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전 세계 799대 한정 생산되며, 한 대당 가격은 약 3.9백만 유로(한화 약 60억 원)에 달한다.
[COVER STORY] ‘위닝 포뮬러, 챔피언과 도전자들’...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2025
두 번째로 눈길을 끈 모델은 애스턴 마틴의 ‘발할라(Valhalla)’였다. 아스턴 마틴은 2025년 굿우드에서 발할라의 영국 내 다이내믹 데뷔를 진행하며, 하이브리드 슈퍼카 시장에서 본격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4.0리터 트윈터보 V8 엔진에 세 개의 전기모터를 조합해 총 출력은 1079마력에 달하며, 최고속도는 350km/h를 기록한다. F1 기술이 그대로 반영된 차체 구조와 공력 성능, 다운포스 1000kg를 넘는 수치 등은 트랙 주행뿐 아니라 고급 퍼포먼스 GT로서도 손색이 없다. 전 세계 999대 한정 생산될 예정이다.
[COVER STORY] ‘위닝 포뮬러, 챔피언과 도전자들’...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2025
체코 브랜드 프라가가 선보인 ‘보헤마(Bohema)’도 굿우드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닛산 GT-R의 3.8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된 이 하이퍼카는 700마력의 출력을 바탕으로 단 982kg의 초경량 차체를 구현했다. 레이싱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춘 보헤마는 실제 트랙 수준의 응답성과 민첩성을 자랑하며, 6단 시퀀셜 기어박스와 함께 극한의 운전 감각을 추구한다. 굿우드 힐클라임에서 이 차량은 최초의 ‘고객 인도 차량’으로 첫 주행을 선보이며 주목받았고, 총 89대 한정 생산된다.
[COVER STORY] ‘위닝 포뮬러, 챔피언과 도전자들’...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2025
알핀은 굿우드를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시험장으로 활용했다. ‘알펜글로우(Alpenglow)’는 수소 연료 기반의 콘셉트카로, 순수 내연기관 모델의 대체 동력원으로 수소 연소 기술을 제시한다. 이 차량은 내연기관의 엔진 사운드와 드라이빙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무공해에 가까운 배출 특성을 지니고 있어, 전기차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직은 콘셉트 단계지만, 알핀은 이 모델을 통해 향후 스포츠카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전환할지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굿우드는 알펜글로우가 실제로 움직이는 모습이 최초로 공개된 자리이기도 했다.
[COVER STORY] ‘위닝 포뮬러, 챔피언과 도전자들’...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2025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 6의 고성능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 6 N’의 드리프트 스펙을 굿우드에 출품하며 전기차 시장에서도 ‘운전의 재미’를 강조하는 브랜드 메시지를 선보였다. 이 모델은 641마력의 출력을 기반으로 0→100km/h 도달 시간 3.2초, 최대토크는 약 770Nm에 달한다. N e-Shift라는 가상 변속 시스템과 드리프트 최적화 알고리즘, 런치컨트롤 시스템 등이 포함돼 있어, 전통 내연기관의 운전 감각을 전기차에서도 구현하려는 시도다. 84kWh 배터리를 탑재하고 800V 초고속 충전을 지원하며, 디자인은 N 특유의 강렬한 감성에 기반해 완성됐다.
[COVER STORY] ‘위닝 포뮬러, 챔피언과 도전자들’...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2025
여섯 번째 이슈 모델은 르노의 ‘5 터보 3E’다. 과거 랠리 무대에서 활약했던 R5 터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모델은 순수 전기차로 탄생했으며, 562마력의 후륜 전기구동 기반을 갖췄다. 클래식한 박스형 실루엣에 전자식 랠리카 감성을 담은 이 차량은 전통과 혁신의 교차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행 성능은 물론 시각적 개성까지 갖춘 이 콘셉트카는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예상 가격은 약 13만5000파운드, 한화로 약 2억3000만 원 수준이다. 이번 굿우드 무대에서의 전시와 데모런은 레트로 감성에 기반한 전기차 시장 확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